장소
그 장소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역마(驛馬)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고향을 떠나 떠돌아다니다 객사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고 여겨졌으나, 현대에는 정기적으로 해외를 오가는 외교관 또는 항공 승무원 내지는 여러 장소를 계속 이동하는 여행가 또는 운송업 등의 직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적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직업에서도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현재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목표에 계속 도전하는 특징을 보인다. [위키백과]
MBTI 테스트 결과, 나는 ENFP이다.
ENTP와 ENFP의 사이 그 어딘가 쯤.
그것도 대문자 E와 트리플 P의 조합이다.
20대, 차가 있었던 나는 운전을 좋아했기에 친구가 생각나면 연락해서 언제든지 달려가는 스타일이었다.
주말이면 친구들 만나는 스케줄을 분 단위로 쪼개가며 만남을 이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며 시합장에서 경쟁했던 친구들과 인연이 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핑계 삼아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말이다
20대 후반, 결혼 후 캠핑을 시작했다.
출산 전에는 둘이, 출산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둘러업고 엄동설한에 한파가 불어와도 어디든 떠났다.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밖에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멀쩡한 집에서 주말이면 한 주간의 피로도 풀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거리고 싶기도 하나, 내 성격으론 그것도 한두 시간이면 지루했고, 자꾸 일거리가 눈에 밟혀 가만히 앉아서 쉬질 못했다.
캠퍼들은 여간 부지런해서야 되는 게 아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도 한 부지런한다고 생각하는데 캠핑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해서, 도착하면 자리를 정하고, 텐트를 치고 장비를 세팅하고, 중간중간 보수작업까지 그리고 철수는 또 안 그래도 일상으로 가기 싫은데 장비들 철수까지 해야 한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캠핑 장소는 우리에게 쉼이 되는 공간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를 하고, 하루 이틀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다녀오면 한 주간 살아갈 힘이 솟아났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쨍하면 쨍한 대로 자연은 그렇게 나에게 마음의 쉼이 되었다.
30대, 지금은 캠핑과 여행을 빌미로 철인3종이나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대회 출전을 핑계 삼아 그 장소로 떠날 채비를 한다.
대회 출전은 힘듦보다는 마음을 회복하고 살아갈 에너지를 채우는데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여행하듯 대회에 출전하고, 대회장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의 견해와 견문을 넓혀간다.
독박육아 속에서도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달리기를 뛰더라도 매일 장소를, 코스를 바꾸며 달린다. 매일이 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같은 장소를 달리면 왜인지 더 지겹다. 매일 보는 건물들과 그 바닥이 싫증 나는 걸까? 코스가 싫증이 나는 걸까? 장소는 같아도 매일의 온도와 바람의 방향 하늘은 다른데 말이다.
그렇다면 집은 나에게 어떤 장소일까?
주말에도 눈뜨면 씻고 나갈 채비를 하고 어디론가 나간다. 아이들과 들판을 뛰놀고 산으로 바다로 어디론가 나간다. 집은 그저 잠을 자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함께 뛰어노는 시간을 많이 갖으려고 일부러 나가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들은 집에서 감당이 되질 않는다. 이것도 조만간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열심히 놀아줘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은 나이 때가 되면 같이 다니지 않아 줄 것 같은 마음에 말이다.
그때쯤이면 아이들에겐 우리 집은 어떤 기억과 장소로 남을까?
따듯한 밥이 있고, 널브러져서 제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 되지 않을까?
따듯하게 더 보듬어주고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왜 집에 붙어있질 못하고 주말마다 돌아다니는가...
평일 자는 시간 말고는 왜 항상 집이 비어있을까...
역마살이 끼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