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한 평화 그리고 막연한 용기
아드리아 해에는 자유가 넘실거린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파도마저 잔잔한 푸른빛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질 정도로 평온해진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자연스럽게 바쁜 일상에 빠져 살다 보니 그 고요한 평화와 자유가 간절해진다.
지금까지 가본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는 인간이 빚어낸 문명의 결과물을 보는듯했다면,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자연의 위대함에 압도되는 여행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던 모든 경치를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특히 크리크베니카에서 플리트비체로 떠난 길에서 우리 부부는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폰의 위치기반에 따르면 '세니'라는 지역에 정차한 오빠와 나는 아드리아 해의 경치에 흠뻑 취했다.
바다가 이랬던가?
아드리아 해가 한눈에 보이던 세니에서 감탄 이외에 어떠한 말도 이어갈 수 없었다. 지금도 그때의 미묘했던 감정을 말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가 우리 부부가 여행을 통해 진짜 얻고자 했던 순간이라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확신한다. 우리가 30대까지 쌓아온 모든 삶의 가치관과 책임, 의무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차게 원점에 설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용기와 자유가 세니에서 샘솟았다고.
오늘 우리 부부에겐 그때의 그 확신도 용기도 없다. 그저 각자의 직장으로 출근할 뿐이다. 현실을 살아내고,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그리고 그 인고의 산물과도 같은 월급을 쪼개고 쪼개 다시 여행 갈 궁리를 한다. 왠지 이리 생각하다 보니 남편에게 동지애가 샘솟는다.
아드리아 해의 자유를 만끽하고 이런 감상에 빠질 수 있도록 열심히 운전해 준 오빠 너무 고마워. 진짜 고생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