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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03. 2019

#1.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합니다

우리 부부는 조금 특별한 생활 중이다. 서울에서 근무하지만 우린 천안아산에 산다. 서울, 경기도 이렇게 시.도를 두 개 넘어야 나오는 충청남도에 거주 중이다. 나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서울의 말도 안 되는 집값이 낳은 비극의 주인공이라 부른다.


연애 때부터 장거리 커플이었던 우리 부부. 당시 오빤 청주에서 나는 서울에서 근무 중이었다. 결혼을 앞두고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린 신혼집을 천안에 구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땐 너무나도 애틋했던 우리라 처음부터 주말 부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우리가 생각했던 예산으로 천안과 서울 집을 놓고 비교하면 우리의 마음은 더더욱 천안으로 기울 뿐이었다.


서울에서 생활했던 내가 그땐 무슨 용기가 그리도 넘쳤는지 KTX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뭐 하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에 눈이 먼 거지.. 그렇지만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교통비 압박만이 우리를 짓누를 뿐. 그때와 지금,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청주에서 꽤 오랜 시간 근무했던 오빠가 서울로 발령이 났다는 거다. 그것도 나의 회사 바로 옆 건물로. 하지만 우린 지금도 천안에 살고 있다.


타운하우스 전경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요즘 크게 유행 중인 타운하우스다. 주소상으론 아산시, 천안아산 KTX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아주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부분 불행 중 다행으로 8시 30분이란 애매한 출근시간 마저 같아 대부분 함께 출퇴근을 한다.


매일 아침 6시 기상. 나는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두 마리의 산책과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은 모든 준비가 되면 나를 천안아산역으로 데려간다. 퇴근 후엔 서울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내려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집으로 돌아와선 함께 우리 별난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난 바로 저녁을 준비한다. 오빤 빨래 등 요리 이외에 집안일을 모두 해준다.


조금 특별한 생활로 인해 우리 부부는 완벽한 가사분담 능력을 자랑한다. 적어도 집안일을 가지고 부부 싸움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가사가 치우친다면 천안-서울 출퇴근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도 타운하우스에서. 우리 부부는 일찍 일어나는 만큼 취침시간도 빠르다. 대게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잠이 든다. 일상은 회식이나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이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시킨 일엔 부지런하지만 개인 일엔 무척이나 게으른, 전형적인 회사원 체질 부부가 이렇게 타운하우스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2년이 다되어 간다. 누군가의 로망이자, 우리에게도 한때 로망이었던 타운하우스 라이프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도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와 그 이면의 진실에 대해서.


우리 집의 진짜 주인들. 동순 쮸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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