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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Sep 09. 2019

#3. 환상은 접어둔 진짜 타운하우스 라이프(2)

정원 관리, 잡초 지옥에 대해

자, 이제 겨울 추위와 눈과의 싸움이 끝나면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타운하우스에 봄이 오면 이젠 잡초, 잔디와의 전쟁이 가을까지 이어진다. 이 지겨운 전쟁은 눈, 추위와는 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우리에게 집요한 끈기와 인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지런함을 요구한다.


첫해 우리 부부는 이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만다. 정원 관리에 너무나 무지했던 우린 잔디에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웬만해선 죽지 않고 스투키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는 잔디를 잔인하게 메말라 죽게 했다. 잔디가 죽어 군데군데 빈 공간이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우린 다시 잔디가 푸릇푸릇함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기적을 바란 게지. 


결국 이렇게 초라해지던 정원은 다른 집에 방문했던 조경사 님의 섬뜩한 경고 덕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러다간 잔디 전체가 죽는다는 말에 부랴부랴 생기를 잃을 대로 잃은 푸석한 잔디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물을 열심히 주면 이제 잔디는 놀라운 속도로 자라기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 부부는 이 말을 떠올렸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다.


군데군데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잔디가 죽은 부분 ^^


타운하우스 생활 1년 차에 우린 잔디 깎는 기계를 사지 않았다. 정원 관리 용품이라곤 정원 가위가 전부였다. 덕분에 자랄 대로 자란 잔디는 부추(?)가 되었다. 특히 여름휴가를 마치고 와서 마주했던 정원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하필 여행 기간이 장마와 겹쳐 영양분을 실컷 섭취한 잔디는 이제 와서 그 유명한 생명력을 자랑했다. 숲으로 진화 중이던 아찔한 그 모습에 시차 적응이고 뭐고 급한 마음에 정원 가위로 잔디를 깎았다. 그리고 우린 그 즉시 기계를 주문했다. 그때의 처참한 관경을 담은 사진이 없는 게 아쉬울 뿐.


기계가 도착한 후 어느 정도 잔디를 정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끝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이젠 지긋지긋한 토끼풀, 클로버가 남았다. 클로버는 네 잎 행운을 찾기 위해 애썼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 추억을 새까맣게 잊게 할 만큼 엄청난 골칫거리였다. 도대체 이 놈의 씨가 어디서 날아오는 건지!


클로버가 어느 정도 군락을 이루었던 초기엔 나름 열심히(진짜로?) 손으로 뽑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과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우리가 정원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한눈을 파는 사이 클로버는 여기저기 생기더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정원을 잠식해 나갔다. 속수무책이었다. 겨울이 되면 다 죽겠지 잊고 살자고 마음도 먹어봤다. 그런데 진디엔 클로버가, 나무엔 이름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잡초들 마저 자라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웃의 전원생활과 동네 미관마저 해치는 기분이었다. 수를 내야 했다.


포털 사이트에 '클로버 죽이기'라는 잔인한 검색어를 입력했다. 검색 결과에 따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행동으로 옮겼다. 처음엔 소금을 뿌렸다. 소용없었다. 그다음엔 삽으로 해당 부분을 파냈다. 소금보다야 효과가 있었지만 한 달도 채 가지 않아 다시 클로버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없어져라. 제발 없어지라고! 결국 농약을 뿌렸다. 나무도 있고, 우리 별난 강아지들이 혹시 농약을 먹진 않을까 하며 아껴두었던 방법이었지만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클로버는 죽었지만 잔디도 같이 죽어 다시 한번 정원 군데군데 구멍이 났다. 프레이 포 잔디. 


해가 넘어간 후에도  열심히 잔디 정리하는 오빠


타운하우스 2년 차에 접어들자 우리 부부는 장비의 힘과 약간의 부지런함이 더해져 겨우 잔디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아직 나무에 난 잡초는 방치되어 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뽑아주는 수밖에 없는데 출퇴근에 녹다운된 우린 잡초를 못 본 척하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나무 주위에 자갈돌을 까는 방법이다. 또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여유가 될 때마다 조금씩 자갈돌을 구입해 깔아 볼 계획이다. 


참 지긋지긋한 정원관리인데 이곳에서의 생활이 지속될수록 정원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피어난다. 사실 내 머릿속엔 지금 하나의 그림이 있다. 오빤 이 생각을 알면 두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생각하는 건 무엇이든 다 있어야 하고, 또 완벽해야 하니까. 겨울이 되면 이 마음이 또 쏙 들어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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