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로아티아-조용한 도시에서 맞닥뜨린 어떤 일

자그레브 수화물 분실 사건

by Loveyouth
"우리 짐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자그레브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닥뜨렸다. 슬로베니아에서 시작된 여행을 처음이 아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려는 이유 역시 우리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첫 경험이었던 이 사고에서 기인한다. 예상치 못한 일. 수화물 분실.

나름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지만 우린 당장 그 현실 속에 있는데도 쉽게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국제선 환승도 아니고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 겨우 국내선 이동인데 짐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한국으로 치면 부산-서울 이동에서 수화물이 분실됐다는 건데 이게 말이나 되는 건지. 정말 모든 것이 꿈처럼 두루뭉술하게 다가와 정신이 아득해졌다. 들고 다닐 땐 귀하다 여기지도 않았던 캐리어에도 온갖 사연이 끌어다 붙여졌고, 주인 잃은 캐리어가 엉뚱한 곳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 있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캐리어 안에 들어 있던 짐들이 아쉬운 건 두 말하면 잔소리. 수화물 분실 신고를 하기 전 10분이란 짧은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대서사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는 이에 선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나름 3년 차 부부이기에 이 정도 일로 다투거나 짜증을 내지는 않는다. 빠르게 정확하게를 외치며 바로 행동하는 나와 꼼꼼하게 상황 파악 후 움직이는 섬세한 오빠. 서로 다른 우리 둘은 그 서사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분실물 신고 센터를 찾는 나와 한번 더 우리 짐이 정말 사라졌는지 컨베이터 벨트를 체크하는 오빠.


사실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이런 오빠의 행동이 시간을 지체시키는 불필요한 행동이라 여겨져 짜증을 내기도 했다. 결국 그런 짜증은 다툼의 불씨가 되어 우리 관계에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되기도 했다. 이런 불필요한 감정의 소비를 줄이는데 2년여의 수련이 필요했던 우리 부부. 이젠 1번 오빠의 체크 후 2번 Lost and Found 사무실을 찾는다. 대신 모든 과정은 내 스타일대로 빠르게!


짐 하나 잃어버리고 도착한 자그레브, 너는 평온하구나


수화물 분실 조차 '이 정도의 일'로 치부하기 까지 쿨한척 해보지만 사실 우리 부부에겐 아주 복잡하고 각자 매우 치열했던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답은 어처구니 없게 너무도 단순해서 '진짜 뭐하고 있냐'는 생각이 들곤했다. 이런들 저런들 어차피 떨어지지 못하면서.


가장 큰 실수는 그가 없이 내가 살아 숨 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없이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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