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더워 죽겠어
더 이상 못가 진짜 진심이야
고백컨데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다. 솔직히 너무 달랐다.
여행에 있어서 특히 유럽 등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곳에서 계획은 필수다. 하지만 이 세상 쿨함을 다 가진 척 살아가는 나는 이런 계획은 수시로 변동될 수 있다. 특히 너무 덥거나, 춥거나, 몸이 힘들다면 정해진 계획 하나 둘쯤은 패스할 수 있다. 여행마저 무언가에 쫓기듯 하기보다 일상의 불필요한 편린은 지우고 그 나라, 그 도시에서 방랑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남편은? 여기서 우리의 극명한 차이가 도출된다. 오빠는 정말 하나라도 놓침 없이 모든 여행 계획을 완수해내야 했다.(과거형 포인트)
사실 이 부분은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으나 이 글의 주인은 나이기에 이기적인 이야기를 완성해보기로 한다.
이런 차이는 여러 해 여행이 거듭되면서 참으로 신기하게 좁혀졌다. 내가 남편이 되고, 남편이 나처럼 변하는 놀라운 현상. 부부는 닮아간다면서 바로 이런 게 사랑의 기적 그런 거야?
내가 변하게 된 계기는 여행 후 사진을 정리할 때였다. 남편의 계획대로 지친 몸을 이끌며 더위를 뚫고 도착한 장소들. 그 사진에 담긴 모든 것이 생생한 추억으로 남았다. 여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부분이 신경 쓰였다. 지금 당장 더워도 힘들어도 이건 결국 추억이 될 거야. 그리고 나의 남편이 계획은 많을지라도 강요한 적은 없다.
여기도 좋다는데 가볼래?
이 상냥한 말에 짜증을 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이젠 이 사려 깊은 말에 나는 움직인다. 여행의 계획보다 그 순간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남편의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거기 가지 말고 여기 더 있자"라고 말하는 오빠를 보면 내 남편이 아니라 나를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 이젠 좀 더 편해졌다. 예전에 나답지 않게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웠던 "오빠 더워 죽겠어 이제 더 이상 못가" 이 말을 하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