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크로아티아-우리는 다르다

사소한 것에서 배우는 나

by Loveyouth
저기 가봐 내가 찍어줄게


우리가 함께 떠난 첫 여행에서 남편이 찍어준 사진을 나는 단 한 장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지 않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의 시작이 남편도 몰랐던 나의 속마음 고백으로 시작하게 된다.


쓸데없이 자존심은 세고 체면마저 중요한 나는 당시 오빠에게 다시 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사진이 잘 나온 들 무엇에 쓰겠어. 어차피 어디 자랑할 것도 아닌데'하는 마음에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던 사진 수십 장을 들고 집으로 와 대부분 삭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인생 사진이라 여길만 한 것들을 제일 많이 선물한 사람은 나라고 확신한다.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못된 나의 마음 발동. 매번 나만 '오빠 저기 서봐' 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는 게 짜증 났다. 한 평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좁아터진 속으론 이렇게 내가 찍어줬다면 너도 그렇게 나를 찍어주는 게 마땅했다. 그러나 오빠에게 다음 스텝은 없었다. 찍어준다 한들 '이게 뭐야'하곤 이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나의 모습에 홀로 상처 받아 마음이 틀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미묘한 심경 변화는 결국 다툼으로 이어지니까. 불행히도 시간이 흐른 만큼 편해지는 관계에 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결국 왜 나만 잘 찍어줘야 하냐며 온갖 생떼를 부리고 사진 거부 사태에 이르렀다. 모르겠다. 그게 오빠의 변화의 구심점이 되었는지.


이제부터 사진을 안 찍겠다 선언한 이후 오빠는 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과 장소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었고, 그렇게 서툴게 찍기 시작한 사진들로 삐뚤어진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결국 말 한마디 부탁하면 될 걸 알량한 내 자존심에 혼자 삐치고 마음 상하기를 반복했던 거다.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오빤 수도 없이 "저기 가봐 내가 찍어줄게" "여기서 찍으면 너무 예쁘게 나올 것 같아"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말하진 않았지만 여러 번 크게 감동했다. 나를 위해 변해가는 오빠가 눈물 나게 고마웠고 한편으론 눈물 나게 미안했다. 나는 제 자리에서 투정만 부리는 것 같아서. 우리는 이렇게 다르다. 평소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도. 알면서도 우린 아직까지 사소한 것에 다투고 마음 상한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오늘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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