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크로아티아-미안한 존재

조금 감상에 빠져 본다면

by Loveyouth
결혼 2주년에 바보 머저리 아내가

우린 서로에게 참 미안한 존재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날은 우리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빤 '결혼 2주년에 바보 머저리 남편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는 편지를 내게 주었다. 정말 온 진심을 다해 쓴 편지는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는 나 스스로가 참 야속했다.


우리의 연애와 결혼을 돌이켜 보면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는 준비 없이 사랑했고 결혼했다. 오빤 언제나 반대였다. 그래서 결혼 후 남편에게 가장 미안한 점은 내가 결혼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서다. 사실 내 인생에 결혼은 없을 줄 알았다. 아직도 결혼과 싱글 라이프 사이에서 감정의 널을 뛰는 이유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언제나 미숙하니까.


난 결혼 생각 없었는데


이 핑계로 결혼 생활 중 피해 가기 어려운 여러 문제들에 상당 부분 억울한 마음을 가졌다. 언제나 이 마음이 문제였다. 책임감 회피. 결혼이란 현실과 이에 따르는 책임도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겨우 두 번째인 결혼기념일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 좋아하는 편지 한 장조차 준비하지 못한 채로 그날도 그렇게 남편 앞에 미안한 존재가 되었던 거다.


오빠가 내게 준 편지는 온통 미안한 마음 투성이었다. 이런 실수를 해서 미안했고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자긴 바보 머저리라고. 사실 우리 둘 사이에 진짜 바보 머저리는 나인데. 매일 도망가기 바빴던 나.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었던 나.


길진 않지만,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내가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사랑만큼 중요하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우린 오늘도 서로에게 미안하다. 대신 인정한다. 서로에게 바보 머저리라는 것을.


지은 죄가 많아 일찍이도 눈이 떠지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호텔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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