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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Oct 17. 2019

11. 타운하우스 의외의 장점

우리 부부는 아직 신혼이긴 신혼인가 보다. 아직도 투닥거리며 싸우는 걸 보니.


결혼 전 수차례 들었던 말이 있다. 결혼하고 3년이 될 때까지는 죽도록 싸운다는 말. 작은 행동과 말에도 크게 싸운다는 그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연을 끊으면 끊었지 작은 일에 투닥거리며 마음 상하고 다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좁디좁은 나의 식견을 바탕으로 나는, 아니 우린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연애와 결혼의 간극, 그 사이엔 절대 해보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사랑을 하는 것과 삶을 살아나가는 것의 차이라는 누군가들이 했던 말. 그게 정말 정답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안방 한편


결혼 1년 차엔 투쟁에 가까운 싸움을, 2년 차엔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마침내 3년 차. 이젠 안 싸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우린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은 싸우고 서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애증 한다. 얼마 전에도 아주 단순한 이유로 우린 서로를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 미움의 시간 속에서 우연히 이 집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층이 나뉘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다투거나 더 나아가 대판 싸움을 하면 서로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대게 나는 2층, 남편은 1층이다.


우리 부부는 일단 한바탕 감정이 틀어지고 나면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말을 하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풀려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군다. 남들이 보기에 기이할 정도로.


2층 안방에서 내내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불현듯 '이게 다른 집이었으면 가능했을까' 싶었다. 아파트에 잠시 살 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서로 없는 냥 굴어도 움직임을 다 감지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려 해도 미세한 소리와 진동은 어쩔 수 없으니까. 또 한 예민하는 나는 그게 거슬려 혼자 씩씩 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집에선 각자의 층에서 서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그날 그렇게 타운하우스의 의외의 장점을 발견했다. 물론,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을 잡을 수 있다 하더라도 공기의 흐름까지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그날도 내가 2층에서 쫄쫄 굶을 때 혼자 부엌이 있는 1층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남편에 분노했다. 하지만 이 집이었기에 더 큰 싸움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본다.


다음엔 내가 1층에서 된장찌개에 비빔밥을 해 먹어야지.  


아빠 안오니까 방문 닫아라 쮸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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