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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Feb 23. 2020

정원의 기쁨

'아, 이래서 타운하우스에서 사는 거 구나'

따뜻해진 날씨에 아주 오랜만에 정원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타운하우스에서 산 지 벌써 2년이 넘어 가는데도 우리 부부는 정원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서울과 천안아산을 바쁘게 오가며 평일을 보내는 까닭도 있지만 울타리가 없던 정원은 우리에게 그다지 안락한 보금자리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 개 상전들 쮸삐 동순이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려 치면 작은 소리에 끊임없이 요녀석들이 짖기도 했지만 사방팔방 통제 불가능으로 돌아다녀 정원의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개 잡으러(?) 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정말 날씨가 좋은 날 커피 한잔 정도는 마셨지만 이 공간이 주는 평온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해왔다.   


우리 집은 지리적으로 다른 집보다 더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공간이 무척이나 아까운 건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난겨울 큰 마음을 먹고 울타리 설치를 결심했다. 울타리가 설치되기까지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로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가 사람을 잘 보긴 했던 모양인지 사장님께서 울타리 시공을 무척이나 꼼꼼하고 예쁘게 해 주셨고, 덤으로 정원의 배치까지 새로이 해주셔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집이 완성되었다. 일전의 글에서 쓴 적이 있지만 정원 생활에 익숙지 않은 남편과 나의 무지와 게으름으로 한때 이 공간은 방치되다시피 했다. 자라나는 잡초와는 상반되게 죽어가던 나무들을 보며 나는 정말이지 이 정원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면 왜 타운하우스로 이사 갔니?)  



여러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울타리는 우리 정원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했다. 평소 무척이나 밝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나의 사생활을 나누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 정원에 나오지 않았다. 울타리 덕분에 사생활 보호가 어느 정도 되니 정원에 나오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날씨 좋은 날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밖으로 나와 커피를 마시고, 다이어리를 쓰고, 글을 쓸 수 있다니 '아, 이런 게 바로 타운하우스에서 사는 이유구나. 이게 바로 정원 라이프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년이 넘어서야 정원이 주는 기쁨에 담뿍 빠지다니... 뒤늦음에 아쉬움이 들 정도로 이 공간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행복이 느껴진다. 나라 안팎으로 여러 가지 이슈들이 혼재하고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중이라 마음이 어수선했는데 눈부신 날씨가 끼얹어져 진 정원은 기쁨과 행복, 그 자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행복은 뭐 특별한 게 아니라고, 지금 내 곁에 조용히 자리한 이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진정한 행복이겠지. 정원은 나에게 삶의 기쁨마저 알려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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