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개월 간 오빠와 나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래 가장 심도 깊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선택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첫 집이자 안식처인 이 집을 떠나기로 했다.
겁도 없이 타운하우스로 이사 왔던 것과 달리 이 집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무척이나 어려운 시간이었다. 무 잘라내듯 단칼에 결정 잘하는 내게도 이번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나답지 않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수시로 바뀌었다. 평소 답지 않은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도 그 어느 때보다 불안했겠지...
지난 4월 경기권에 집을 알아본 뒤 우리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다시 무르기도 했다. 집을 내놓은 짧은 시간 동안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루에도 여러 사람이 집을 보기 위해 찾아왔고, 남편은 어설프게 집을 소개하기 위해 쫓아다녔다. 난 우리 별난 강아지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원에 쫓겨난 신세가 됐다. 하루에도 불쑥불쑥 새로운 사람들이 몇 번이고 등장하자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강아지들은 '왕왕' 짖어대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부동산 중개인은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번 그런 상황과 마주하니 아직은 이 집을 떠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 길로 집을 내놓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하지만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우리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나야 마음만 먹는다면 정시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남편은 팀을 바꾼 이후 9시는 기본 새벽 3시까지 업무를 하다 근처 호텔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이 집의 삶을 고집하는 건 나만의 욕심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가 지난 4월 봤던 집을 다시 한번 가보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건지 우리 부부는 그날 두 번째 집을 계약했다.
새로운 집을 계약하고, 집을 다시 내놓는 과정이 모두 어설펐다. 태어나서 한 번도 집을 팔고 다시 사본적이 없으니 그 서투름은 두말할 것 없다. 더욱이 살고 있는 집을 내놓기도 전에 새로운 집을 계약한 터라 이사 가기 전까지 우리 집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나는 악몽을 꿔대기 일쑤였다. 꿈속에서 까지 집 걱정, 돈걱정에 자유로울 수 없었음에도 나는 이 집을 아무나에게 팔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 쿨한척 하면서도 예민한 나의 성격을 잘아는 남편은 끊임없이 긍정적인 무드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11월 말 결혼 후 우리가 정성스럽게 꾸민 첫 집을 떠난다. 우리가 이사 갈 집도, 우리 집의 새로운 주인이 될 분들도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라는 게 정말 큰 위안이지만, 지금부터 내 눈에 담는 모든 것이 이 집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이 집의 봄,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가을을 나고 겨울을 가까스로 본 뒤 우리 부부는 이 집과 작별하겠지.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이 집을 떠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내 마음을 다준 나의 집. Home sweet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