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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Oct 09. 2021

끝을 향해가는 우리 둘만의 고요

괜히 센치한 예비 엄마의 새벽

눈떠보니 새벽 2시 40분.

 

임신 막바지를 향해갈수록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잠이 푹 들길 기도하며 이른 밤 까무룩 잠에 빠졌지만 실패다. 또 몇 시간 핸드폰을 부여잡고 신생아 육아 브이로그나 봐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한 손목, 이미 임신 중기에 접어들며 시작된 환도선다에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지경이라, 라섹으로 어렵게 찾은 시력이라도 지키고자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찾아 쓰고 핸드폰을 집어 든다.


유튜브를 접속해 육아 선배들의 사투를 지켜본다. 피곤함을 꾹꾹 눌러 담고 새벽에 깨는 아기를 달래 재우는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고, 몇 번을 또 봐도 눈앞이 까마득할 뿐이다. 영상에서 펼쳐지는 모습들이 마치 난생처음 보는 것 마냥 낯설고 두렵다. 어느덧 익숙해진 무음 영상 시청 탓에 복잡한 내 마음과 달리 새벽 시간 집엔 적막만이 흐른다. 고요한 이 새벽의 시간이 곧 끝나겠구나 싶으니 참으로 서글퍼진다.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우리 쮸삐동순 할아버지, 할머니는 쌔근쌔근 잘도 잔다. 귀여운 것들.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도 곤한 잠에 빠져있다. 출산휴가로 집에 있는 나와 달리 또 이른 아침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이 왠지 짠하다.



어느덧 삼십 대 중후반이 된 우리 부부. 체력 저하를 몸소 체감하며 한 해 한 해를 밝혀왔던 우리가 과연 현실 육아의 높디높은 장벽을 현명하게 넘을 수 있을까.


육아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둘에서 셋이 된다는 건 정말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고.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생각하니 흘려들었던 그 말이 심장을 관통한다. 이제 2주 뒤면 남편과 나의 이 고요한 시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무심한 시간은 잘도 흐르는데 아직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진다. 끝나지 않은 아기 빨래와 출산 가방 싸기…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산더미인데, 게으른 내가 누군가의 삶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책임질 수 있을까.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게 이리도 어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출산 후엔 내면의 갈등으로 흘러가는 이 시간조차 사치가 되겠지.


‘나도 했는데 네가 못할 게 뭐 있어.’ 육아 대선배이자 육아템이라고 할 것 없는 환경에서 나를 키워낸 존경하는 엄마의 메시지를 위안 삼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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