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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Mar 10. 2019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어머니들이 자장가로 가장 많이 불러 주는 노래가 '섬집 아기'랍니다. 가사가 7.5조의 싯구로 구성된 이 노래는 장조인데도 운율이 구슬프고 잔잔해서 아이 잠재우는데 큰 효험이 있데요. 제가 가사를 다 알지 못하면서 기억나는 데까지만 불렀던 노래가 많은데 '섬집 아기'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근래에 노래 공부하느라고 가사와 악보를 구해서 1절과 2절을 다 불러 보니까 곡조와 내용이 참 애처롭네요.


아기 재우는데 효과가 크다는 이 노래로 어른도 잠들게 할 수 있을지? 노래의 효험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요.

오케스트라 반주 따라 부른 '섬집 아기' 동영상 - 크기(7.67 메가바이트), 길이(3분 4초)


가사의 배경을 상상해 보면 바닷가에 있는 한 초가집 툇마루에 혼자서 꼼지락 거리다가 잠든 아이의 모습이랑 작은 고깔 같은 돌 섬에서 굴 따는 해녀, 흘러내리는 치마를 거머쥐고 머리에 인 바구니를 받치는 거친 손과 백사장에 찍히는 아줌마의 발자국도 보이고 출렁이는 물결 위로 퍼지는 처량한 물새의 울음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런 '섬집 아기'의 가사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상충된 내용들이 너무 많고 게다가 섬찟한 괴담까지 있어요. 신빙성 있는 자료를 분별하기 어렵지만 작사가 한인현과 작곡가 이흥렬의 약력을 보니 모두 동해의 푸른 물결이 와 닿는 함경도 원산에서 나셨네요. 그곳의 길게 펼쳐진 고운 백사장이 예로부터 유명해서 '명사십리(明沙十里)'라고 부르지요?


- 작사가 한인현(韓寅鉉, 1921-1969)이 지은 '섬집 아기'는 1946년에 시집 '민들레'에 수록되었고 1950년 '소학생' 4월호에도 실려있다. 작곡가 이흥렬(李興烈, 1909~1980)은 일본에서 음대를 졸업하고 1931년에 귀국하여 교사생활을 했으며 '봄이 오면', '바위 고개' 등 400여 곡을 작곡했다.


'섬집 아기'를 두고 6.25 때 부산으로 피난한 작사자가 해변을 걷다가 아기 혼자 자는 집에 들어갔을 때 집에 누가 들어온 걸 알아차린 아기 어머니가 굴 바구니를 던져두고 급히 모래톱을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서 지은 동시라는 내용이 인터넷에 많이 퍼져 있는데, 전쟁 전인 1946년에 이미 시가 발표됐으니까 그건 분명 허구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건 1970년대 말에 가수 박인희가 불러서 유행시킨 덕분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도 아니고 가끔씩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여서 며칠 전까지도 첫 소절만 기억나는 대로 불렀고 2절은 잘 알지도 못했어요. 노래나 시는 스스로 부르든지 낭송하면 듣거나 읽을 때 몰랐던 숨은 맛이 나온다고 할까요? 제가 굳이 노래 불러서 녹음하고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글에 끼워 넣는 것 또한 노랫말의 의미와 가락의 매력을 한껏 음미하기 위한 것이에요. 예전에 어떤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좋은 지 몰랐는데 같은 걸 열 번 이상 듣고 나니까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한 번 들으면 그만일 것 같은 이야기나 곁눈질 한 번으로 족할듯한 그림들도 더 듣고 더 보면 어떤 감춰진 의미가 새 나오지요. 제가 잘하는 삼계탕도 끓이고 식히고 또다시 끓여야 뼛속에서 진국이 우러나온답니다.


동영상의 반주는 유튜브에서 왔습니다. 연주자의 사전 양해 없이 썼으므로 저작권 시비가 있을 경우 시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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