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살 때는 이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언젠가 우연히 테너 김세일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부터 여러 성악가들이 부른 노래들을 들으며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네. 그 후 개성 명기 황진이가 쓴 상사몽(相思夢)이란 한시를 보고 옛날에 이국 멀리 살던 님을 그리던 마음을 떠올리며 그 시를 나름대로 번역하여 블로그에 글을 쓰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님이 오시는지'를 한 소절 따라 불러서 말미에 붙여 넣기도 했어.
相思夢 - 사랑의 꿈 __ 작자: 황진이(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서로 그리워 만나는 곳 꿈속뿐인데
儂訪歡時歡訪儂: 정든 님 찾아가니 날 보러 나가셨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오니 어느 머나먼 밤 꿈을 부려
一時同作路中逢: 만나러 가는 길에 마주치게 해 주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내가 아주 젊었을 적에 절에서 탑돌이 하다가 만난 이국의 여인이 한국을 떠난 후에는 거의 매일 편지를 써 보내는 것 밖에는 그리움을 달랠 길이 없었어. 휴대폰과 메일 등 전자 매체를 통해 감정을 즉각 전달할 수 있는 요즘에는 우표 붙여 수기 편지 보내는 연인들이 별로 없지?
어찌 보면 내가 옛사람이었을 때 지금 같이 간편한 통신 기기가 없었던 게 다행이었어.
보낸 편지가 언제 닿을까? 오늘은 편지함에 무엇이 들었을까?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도 국제전화는 비싸서 자주 못 하고 밤늦도록 편지 쓰고 나서 자다가 어느 날 운 좋아 꿈에서 님 만나면 날 새고 며칠 지나도록 그 꿈이 머릿속에서 환상을 그렸던 그때! 상사몽(相思夢)만큼 행복한 꿈이 없었지.
이제 또 밤이 깊었으니...
- 2018년 10월 18일, 기다리다 잠드신 님 꿈길에 달려가 뵈옵기를...
꿈을 사진처럼 찍어 둘 수 있었다면....
첨부한 동영상에 쓴 배경 사진은 프랑스 북동부의 호수 Lac-du-Der에서 이른 아침에 찍은 건데 그때는 안개 때문에 노루가 가까이 와 있는 걸 못 봤어. 꿈을 사진처럼 찍어 둘 수 있었다면 어두워 분간하지 못했던 꿈속의 님 그림자를 아침마다 볼 수 있었을 텐데...
- 이글의 원제목은 상사몽인데, 며칠 전에 본문 내용에 잘 어울리는 우리 가곡 '님이 오시는지'의 반주 음악을 만들고 노래 불러서 동영상을 만든 후에 원문을 발췌해서 다시 적었어요.
아래 동영상(3분 52초)은 이어폰을 끼고 들어 주세요.
동영상은 한정된 독자만 볼 수 있도록 조정했으므로 유튜브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어요.
노랫말에 '들녘을 지나'를 '들녀클 지나'로 발음하는 게 옳다지만... 아직 젊은가?
국립국어원에서는 '부엌', '새벽녘'은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부어케], [새병녀클]과 같이 표준 발음으로 발음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햇빛을'[핻삐츨], '꽃을'[꼬츨], '닻으로'[다츠로], '낯은'[나츤] 등은 나이가 어릴수록 표준 발음으로 발음하는 비율이 높았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