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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Dec 28. 2015

칠십세

 공자왈 -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

요 며칠 전에 우연히 인생 경험(經驗)이 많으신 명사(名士) 세 분이 토론(討論)하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보았더니, 논제(論題)가 사람의 나이에 관한 것이었다.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 하시는 논객(論客)님들의 토론(討論) 중에 큰 형님이신 김교수(金敎授)님께서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일흔 살이 되어서는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따라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았다)"라는 공자(孔子)님 말씀을 거론하시더니, 당신도 70을 넘어 벌써 80대 후반에 이르니 행동이 아주 자유롭다고 하셨다.


몇 살까지 살면 나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공자님(기원전 551년- 479년)이 나이에 대해 말씀하신 때는 2500년 전이다. 그 시대의 70세는 고래희(古來稀: 예로부터 희귀함)라 했고, 그 나이까지 산 사람이 지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현대인(現代人)은 세계의 어디를 가도 장수(長壽)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이제 노령화(老齡化)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나이는 공자님 시대에 살던 사람의 나이와는 숫자만으로는 직접 비교할 수가 없다. 과거 어느 시대의 사람의 나이를 오늘의 나이와 비교하려면, 살아온 세월의 길이로 재는 생물학적(生物學的)인 나이가 아니라, 각 시대의 환경에 맞추어 대등(對等)한 나이를 산출해서 따져야 한다.


인격(人格)이라는 것이 자고(自古)로 나이 먹어서 저절로 완성(完成)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當代)의 사회적 환경에 따른 교육(敎育)을 통해, 보고 배운 것을 기초(基礎)로 하여 형성(形成)되는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윤리(倫理)와 도덕(道德)에 치중한 인성주의(人性主義) 교육을 받고 자란 옛날 사람들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어른다운 인격을 갖출 수 있었다. 반면(反面)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현시대의 사람들은 인력(人力) 조달(調達)을 위한 능력주의(能力主義) 교육을 받아서 조기(早期)에 고도의 기술을 익히고는 있지만, 인격이 무르익기까지는 옛날보다 훨씬 더 오래 살면서 별도의 수련(修練)을 쌓아야 한다.


이제는 공자님 시대의 70세와 대등한 나이가 되려면, 김교수님처럼 후덕(厚德)하신 분도 80대 후반까지는 가야 하니, 나 같은 지각생(遲刻生)은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도를 닦고 살아도 100살은 넘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연 그때까지 몸은 고사하고 정신이나 제대로 지탱할 수가 있을까? 공자님의 70이 나에게는 단지 꿈일 뿐이다.


즐거운 사실: 70세에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하신 공자님께서도 고작 2년밖에 더 못 사시고 돌아가셨다.


법도(法度)를 지키면서 고고하게 사느니, 나는 차라리 인격은 미완성으로 남아있을지언정, 침착하게 궁리하면서 '착하게' 살아야겠다. 빈대도 낯짝이 있지, 착하게 안 살고 천당 가기는 좀 미안하지 않나? 내가 이 세상에서 즐겁게 놀다가, 완성된 친구들이 모두 떠난 다음에 유유자적(悠悠自適) 뒤를 쫓아가려고 마음먹으니, 부탁할 말이 좀 있다.


공자님 말씀을 달리 해석하면, 우리는 70세 이전까지는 아직 미성년자(未聖年者)네.  적어도 그때까지는 열심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체력도 단련(鍛鍊)하여, 성년(聖年)에 이른 후에도 자유분방(自由奔放)하게 오래 살게. 자네가 보인 모범(模範) 천천히 따라 하면서 먼 훗날에 뒤쫓아가겠네.


- 2015년 8월 10일, 갈 길이 멀다고 걸음 재촉하기 전에 숨 한 번 크게 쉬고 가세. 공자님을 본받아 사전 보고 한문도 좀 베껴 썼네. 공부해서 남 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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