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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Jan 13. 2016

아치스 국립공원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0

신들의 계곡을 나와 북방으로 200마일 밖에 있는 모압(Moab)으로 가는 길에 해가 졌다. 어둑어둑 밤은 찾아오고 호텔에 도착해서 저녁 먹을 것은 기대도 할 수 없어서, 어디든  들러서 저녁부터 해결하려고 했는데, 겨우 모압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에 이르니 길가에 작은 피자집이 있다.


식당 안에는 수십 마일 밖에 있는 카페나 약국의 광고들이 보인다. 그럼 커피 한 잔 마시고 소화제라도 할 알 사려면 과연 얼마나 돌아다녀야 하나? 미국은 정말 불편할 정도로 넓은 나라다.


식사 후에 주변이 너무 어두웠고 내비게이터에는 수직선 하나만 덜렁 그려져 있어서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텅 빈 고속도로를 달려갔다. 모압 시내에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밝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이제야 사람 사는 곳에 온 것 같다. 


시골 도시 모압은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과 캐년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이틀 밤을 보내며 공원들을 방문했다.


아치스 국립공원


아침에 시내를 빠져나와 북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돌아가는 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산 아래로 보이는 단층선을 비롯한 주변 지형에 대한 설명을 읽은 후에, 돌산들이 풍화작용으로 갈라지고 부서져 형색이 다양한 기암과 아치가 되어 널려있는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으로 들어갔다.

아치스 국립공원 진입로


- 공원 순회


공원 안내원에게 접근하기 쉬운 아치가 어딘지 물어보니까 델리키트 아치(Delicate Arch)를 소개해 주면서,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안전철책같이 자연경관을 해치는 부대시설이 없으니 조심해서 가란다.

 

공원은 안내서를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볼만한 곳도 많은 것 같다. 안내소에서 조금 올라가니 멀리 고산에는 아직도 눈이 덮여 하얀데, 장구한 세월 동안 눌러앉아있다가 석화된 모래언덕이 저만치 다닥다닥 붙어서 뭉실뭉실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장구한 세월 속에 굳어져 화석이 된  모래 언덕

화석화된 원시의 모래언덕들을 지나니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사람 머리 모양의 흔들바위인데, 지나가는 모래바람에 깎여 단단한 부분만 남아서 이제는 무거운 돌대가리가 흔들려서 당장 땅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다. 더위를 피하는 데 여러 가지 피서법이 있는데 더우면 이 아래 그늘에 누워 목숨 걸고 떨면서 낮잠을 자 보면 어떨까?

사람을 닮은 흔들바위 - 무거운 머리가 언제 떨어질지 위태롭기만 하다

아치스 공원의 볼거리는 바람이 조각한 기형의 바위들인데, 땅에서 솟아난 듯한 바위들이 실은 연한 부분이 바람에 깎여 날아간 후에 남은 뼈다귀들이다. 달리는 차에서 보니 병풍처럼 얇게 늘어선 바위들이 가끔씩은 거대한 공룡의 화석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돌산이 깎이고 남은 뼈이기 때문인가 보다.

바람에 갈라져 평평해진 병풍 바위

안내소에서 약 20킬로미터쯤 되는 곳에 갈림길인데, 델리키트 아치는 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우선 북서쪽으로 달려가 산책도 하다가 도로 끝에 이르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

돌산이 풍화작용으로 갈라지고 부서져서 다시 흙이 된다.

마침 도로변에  피크닉 할 수 있는 긴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 쉬는데, 주변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석쇠 위에 고기를 굽고 있다. 얘기하는 것을 들어 보니 멕시코에서 이민 온 가족인데,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모두 모여 피크닉을 하는 중이다. 날 더운데 공기 청정한 공원에 와서 지글지글 타는 고기 냄새와 하얀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는 게 좀 미워서 보고 있으니, 고기를 굽던 아저씨도 나를 쳐다본다.

악마의 정원에서 입구의 큰 바위 사이로 본 야영장 - 초 여름에도 멀리 눈 덮인 산이 보인다

싫은 소리 할 줄 알고 못 본 척 시치미 떼고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 뭔가 오해를 하셨는지 일회용 접시 두 개에 불고기와 닭구이를 담아서 우리 앞으로 가져온다. 그 작은 인정에 좀 전에 가졌던 불만이 싹 가시고 텅 빈 뱃속에서 웃음이 나온다. 


- 랜드스케이프 아치


아치스 국립공원의 붉은 암반들은 풍상에 마모되면 우선 병풍바위처럼 얇은 판이 되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가면서 암벽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려서 작은 아치가 만들어진다. 아치 아래에 붙어 있던 바위가 다시 갈라져서 땅으로 떨어지면 두 바위 사이에는 더 가느다란 대들보만 남는다. 급기야 대들보가 함몰되면 양쪽의 바위가 각자 떨어져 별거생활로 들어간다.

큰 바위에 구멍이 뚫려 아치가 생성되고 있는 모양 - 아치 아래로 돌들이 떨어지면 아치가 커진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이름 그대로 병풍 같은 암벽이 함몰하여 생긴 아치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는 길이가 90미터로 세계에서 제일 긴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도 있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 공원 북쪽 끝에 나 있는 악마의 정원 길(Devils Gardin Trail)이라는 산책로를 한참 따라가 보니, 코끼리 두 마리가 서로 코를 대고 있는 듯한 아치가 보인다.


아치 아래에는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데 접근을 막는 울타리에는 1991년에 9미터의 암반이 갈라져 땅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여러 명이 생명을 잃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가까이 오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길이 90미터로 세계에서 제일 긴 랜드스케이프 아치

아치스 국립공원 최고의 명물은 세계 최장의 랜드스케이프 아치가 아니라 관광안내서나 홍보물에 제먼저 나오는 델리키트 아치다. 이 아치는 해가 질 때의 모습이 절색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때에 맞추어 가 볼 생각이었는, 벌써 해가 많이 기울었기 때문에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 아치를 향해 돌진했다.


돌아가는 길의 공원 풍경은 아침에 들어올 때와 많이 달랐다. 방향이 달라서 못 본 것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경치는 태양 빛이 부리는 조화이다.

공원의 풍경은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 델리키트 아치


델리키트 아치는 도로 분기점에서 2킬로미터 동쪽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산행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어두워지면 산 아래에서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우선 동쪽 길 끝에 있는 아치 전망대(Arch View Point)로 가서  망원경으로 아치를 보니, 낮게 기운 저녁 햇살에 긴 바위 그림자가 아치를 덮고 있는데, 걸어 올라가기에는 꽤 멀어 보인다.

멀리 산 아래에서 본 델리키트 아치

아치로 올라가는 산책로는 넓은 바위 언덕에서 시작되는데, 그 긴 언덕을 다 올라가니 아래에서 보지 못한 산들이 또 있다.

아치 근처에 이르면 길이 좁고 바로 아래가 절벽인데도 철책이 없다

결국 30분이 더 걸려 오른 산정 주변 통로에 안전시설이 없어서 암벽에 몸을 바싹 붙이고 비비면서 돌아가니, 황혼에 물든 아치를 보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치에 해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린다

시간이 감에 따라 석양에 붉게 물든 델리키트 아치는 밝은 오렌지색에서 점점 어두운 적갈색으로 변해가는데, 돌아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지면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아 해가 다 질 때까지 기다지 못하고 돌아섰다.

석양에 붉게 물든 델리키트 아치

내려가는 길도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해가 거의 다 졌는데도 어둠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산정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주칠 때마다 산정까지의 소요시간을 경고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어두워진 하행길의 저녁노을



주위가 완전히 어둠에 덮인 공원을 빠져나가 시내로 들어가니, 훤하게 밝혀진 모압의 밤거리에는 아직도 레스토랑을 찾는 식객들이 많이 있다. 오랜만에 손님이 붐비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니 꽤나 즐겁다.

이 평범한  피자 한 조각이 왜 그렇게 맛있었지?




캐년랜즈 국립공원


모압 남서쪽으로 30마일 밖에 있는 캐년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은 이미 가 보았던 다른 국립공원들이 캐년이나 아치 등 각자 특색 있는 경관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캐년과 메사(Mesa: 탁자형의 평평한 산지), 첨봉과 아치들이 어우러져 있고 콜로라도강(Colorado River)과 그린리버강(Green River)이 서로 만나는 다양한 경치가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모든 서부 국립공원들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지만, 면적이 850평방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공원이다.


- 야외 수업


많은 국립공원의 안내소에는 공원 방문에 유익한 자료들이 소개되어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그래서 공원안내소(Island in the Sky Visitor Center)에 들어서자마자 공원 지도와 안내문을 수집하고, 옥외에서 방문객들과 함께 가지런히 앉아서 수학여행하는 기분으로 안내원이 설명하는 야생동물의 골격에 대한 수업을 받았다.

공원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골격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원


- 공원 순회


공원 안으로 10킬로미터쯤 들어가니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본 것처럼 여기에도 아치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걸어 들어가니 벼랑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경치를 조망하고, 그 위에 마치 긴 돌다리 같은 게 있는데, 바로 메사 아치(Mesa Arch)이다.

메사아치는 아치라기보다는 대들보나 돌다리 같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가 아치 아래로 가보니, 모뉴먼트밸리에서 본 것같이 검붉은 기암들이 주름진 대지 위에 박혀있고 그 주변을 메사가 둘러치고 있다. 아치 모양이 메사가 아닌데 왜 메사아치라고 부르는 이유가 아마도 전경에 메사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메사 아치에서 본 공원 전경

산책로에 보니 흙 표면에 미생물들이 서식하는데 그것들을 밟으면 원상 복귀하는데 수백 년이 걸리니, 바위길이나 모래길로 다니라는 경고문이 있다. 망원경으로 먼 곳의 경치만 볼 생각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현미경도 가지고 다녀야겠다.

흙에 붙어 있는 거무스름한 것에 미생물이 붙어 있다

메사 아치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그랜드 뷰 포인트 오버룩(Grand View Point Overlook) 전망대에 가 보니 그랜드캐년의 경치처럼 광활한 캐년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랜드뷰포인트오버룩에서 본 캐년 정경

온 길을 다시 돌아 아스팔트 길 북쪽 끝에 이르니 운석이 땅에 충돌하여 생긴 분화구(Impact Crater)가 오랜 세월 동안 침식하여 생긴 엎히벌 돔(Upheaval Dome)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분화구 가운데에는 돔(Dome: 둥근 천장)이 아니라 뾰족한 바위들만 모여서 산을 이루고 있다.

정체가 모호한 Upheaval Dome

안내판 설명문에는 가운데 부분에 있는 소금이 주변의 무거운 바위들의 압력에 못 이겨 위로 솟았을지도 모른다고 꽤나 복잡하게 적혀있다. 설명 읽고, 사진 찍고, 비탈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수차례 왕복하니 질문이 생긴다. 여행이라는 게 왜 이리 힘드냐?

돔 가운데의 뾰족한 봉우리들 - 아무리 봐도 둥글지가 않다

돔 근처의 산책로를 나와 10킬로미터쯤 남쪽에 있는 갈림길에 차를 세우고, 다시 산책로를 따라 그린리버 오버룩(Green River Overlook)이라는 전망대에 갔다. 이름처럼 그린리버강이 멀리에 메사들을 배경으로 캐년 속에서 구불구불 기어간다. 하지만 멀리 강가에 떨어지는 햇빛이 강물이 피우는 아지랑이 속으로 가믈가믈 흩어져서, 카메라도 초점을 못 잡고 헤매다가 흐릿한 영상만 찍어낸다.

아지랑이 피우며 구불구불 기어가는 그린리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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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 라스베가스 서곡

2. 데쓰밸리 국립공원(+라스베가스 다운타운)

3. 자이언 국립공원

4. 그랜드캐년 노스림(+페이지를 향하여)

5. 앤틸로프캐년(+파월호, 구절양장 콜로라도)

6.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우팥키공원과 화산, 메테오르 크래이터, 윈슬로)

7. 페트리파이드포리스트 국립공원

8. 셰이캐년

9. 모뉴먼트밸리(+신들의 계곡)

10. 아치스 국립공원(+캐년랜즈 국립공원)

11.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하여(+그랜드테튼 국립공원)

12.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13. 쏠트레이크씨티(+그레이트쏠트레이크, 빙감캐년마인)

14. 브라이스캐년(+코다크롬배이슨, 라스베가스를 향하여)

15. 라스베가스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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