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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치스 국립공원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 4주 4천 마일

by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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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치스 국립공원

저녁 늦게 모압 시내에 들어와 밝은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우리가 모압에 호텔을 잡은 건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과 캐니언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을 보기 위해서다.

- 공원 탐방

아침에 시내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가다가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는 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산 아래로 보이는 단층선을 비롯한 주변 지형에 대한 설명을 읽은 후에, 돌산들이 풍화작용으로 갈라지고 부서져 형색이 다양한 기암과 아치가 되어 널려있는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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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내원에게 접근하기 쉬운 아치가 어딘지 물어보니까 델리킷 아치(Delicate Arch)를 소개해 주면서,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안전철책같이 자연경관을 해치는 부대시설이 없으니 조심해서 가란다.

안내소에서 조금 올라가니 멀리 고산에는 아직도 눈이 덮여 하얀데, 장구한 세월 동안 눌러앉아 있다가 석화된 모래 언덕이 저만치 다닥다닥 붙어서 뭉실뭉실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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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 공원의 볼거리는 바람이 조각한 기형의 바위들인데, 화석화된 원시의 모래 언덕들을 지나니, 모래 바람에 깎여 단단한 부분만 남아서 사람처럼 고개 들고 서 있는 바위가 있다. 근처에 가서 보니 무거운 머리가 흔들려서 당장 땅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다. 더울 때 이 바위 바로 아래에 누워 낮잠을 자 보면 어떨까? 사지가 떨리고 얼어서 금방 추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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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솟아난 듯한 바위들이 실은 연한 부분이 바람에 깎여 날아간 후에 남은 뼈다귀들이다. 달리는 차에서 보니 병풍처럼 얇게 늘어선 바위들이 가끔씩은 거대한 공룡의 화석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돌산이 깎이고 남은 공룡의 뼈이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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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에서 약 10여 마일쯤 되는 곳에서 델리킷 아치로 가는 길을 만났지만, 해 질 녘에 가서 보기로 하고 도중에 산책도 하다가 도로 끝에 이르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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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도로변에 있는 야영장에 피크닉 할 수 있는 긴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 쉬는데, 주변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석쇠 위에 고기를 굽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불을 피워서 고기를 굽는 게 허가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멕시코에서 이민 온 가족들이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모두 모여 피크닉을 하다가, 접시 두 개에 불고기와 닭구이를 담아서 우리 앞으로 가져온다. 매점이 없어서 또 점심을 굶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마울 데가... 고기 구워 먹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으면 가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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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스케이프 아치

아치스 국립공원의 붉은 암반들은 풍상에 마모되면 우선 병풍처럼 얇은 판이 되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암벽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려서 작은 아치가 만들어진다. 아치 아래에 붙어 있던 바위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갈라져서 땅으로 떨어지면 두 바위 사이에 긴 대들보만 남는다. 그것이 함몰되고 나면 두 개의 바위로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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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 국립공원에는 병풍처럼 얇아진 암벽들이 함몰하여 생긴 아치들이 많이 있는데, 아치 상부의 길이가 무려 90미터에 이르는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는 세계에서 제일 길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 공원 북쪽 끝에 나 있는 악마의 정원 길(Devils Garden Trail)이라는 산책로를 한참 따라가 보니, 코끼리 두 마리가 서로 코를 대고 있는 듯한 아치가 보인다.

아치 아래에는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데 접근을 막는 울타리에는 1991년에 9미터의 암반이 갈라져 땅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여러 명이 생명을 잃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가까이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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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 국립공원 최고의 명물은 세계 최장의 랜드스케이프 아치가 아니라 관광안내서나 홍보물에 제일 많이 나오는 델리킷 아치이다. 이 아치는 해가 질 때의 모습이 절색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 아치를 향해 가는데 지나온 길의 풍경이 많이 다르다. 좌우가 바뀌었고 햇빛의 방향이 다르니까. 경치는 태양 빛이 부리는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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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킷 아치

델리킷 아치는 도로 분기점에서 1마일 동쪽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산행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어두워지면 산 아래에서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우선 동쪽 길 끝에 있는 아치 전망대(Arch View Point)로 가서 망원경으로 아치를 보니 걸어 올라가기에는 꽤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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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킷 아치로 올라가는 산책로는 넓은 바위 언덕에서 시작되는데, 그 긴 언덕을 다 올라가니 아래에서 보지 못한 산들이 또 있다. 30분쯤 걸어서 아치 근처에 이르니 길이 좁고 바로 아래가 절벽인데도 철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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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정에 이르니 델리킷 아치에서 해 지는 광경을 보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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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감에 따라 델리킷 아치의 색깔이 밝은 오렌지색에서 점점 어두운 적갈색으로 변해가는데, 돌아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지면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 아치에 해지는 풍경을 끝까지 다 보지는 못 했지만 하산 길로 방향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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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는데도 여전히 산정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가까이 마주칠 때마다 산정까지의 소요시간을 경고하면서 산을 내려가다가, 사람의 얼굴을 분간할 수 없는 그 어두운 길에서 귀인을 만나 품에 안는다. 산에 같이 오르기 어려워서 한 시간 전부터 산 중턱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 마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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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가 완전히 어둠에 덮인 공원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가니, 훤하게 밝혀진 모압의 밤거리에는 아직도 레스토랑을 찾는 식객들이 많이 있다. 오랜만에 손님이 붐비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니 꽤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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