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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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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Nov 30. 2015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2

뜨거운 광천수를 뿜어내 천지간에 거대한 물기둥을 세우는 가이저가 곳곳에 퍼져 있고 서식 동물도 다양하여, 1872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엘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우리 여정의 하이라이트이다.


- 겨울의 문


그랜드테튼 국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부터 해발 2100미터 고지에 이르기까지 90킬로미터를 달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남문에 들어서니, 차도 양쪽으로 치워진 눈이 가슴 높이만큼 쌓여있다. 마치 냉동실에 들어온 것처럼 300미터 더 높은 곳의 르위스래이크(Lewis Lake) 호수는 6월 초인데도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있다.

꽁꽁 얼어붙은 르위스호

냉동실 길이를 약 30킬로 미터라 할까? 크래이그패스(Craig Pass: 해발 2518미터에 있는 고개)를 넘고서야, 겨우 눈 녹은 봄 나라에 아직도 두꺼운 털옷을 걸친 큰 사슴(Elk)이 새 풀을 뜯는다.

봄 풀을 뜯는 북미의 큰 사슴

산기슭으로 내려가며 하늘을 보니 산불이라도 난 듯이 흰 연기가 뽀얗게 피어오르는데, 공원안내소 근처의 넓은 평지에 도착해 보니, 공원 안에서 제일 유명한 올드페이스풀가이저(Old Faithful Geyser)가 공중에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올드페이스풀가이저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9000평방 킬로미터(데쓰벨리 국립공원의 2/3)의 방대한 공원이라, 공원 안에 있는 로지(Old Faithful Lodge)에 숙박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지만, 로지는 비싼 데다가 적어도 1년 전에는 예약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공원 서문 근처의 웨스트옐로우스톤(West Yellowstone)에 방을 잡아 두었다.


50킬로이면 공원안내소에서 호텔까지 30분 거리니까 천천히 가도 되겠지? 여유를 부려 근처에 있는 가이저들을 더 보고, 해 질 녘에 다시 차를 타고 호텔로 내려가는데, 난데없이 길 옆에서 들소가 뛰어나왔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가속페달이 마비된 차 한 대가 사방이 깜깜해지도록 덜덜거리며 공원을 기어 나갔다.

길가에서 마주친 들소 - 예고 없이 나온다


- 야생동물


다음날 아침, 공원의 서문을 지나 안 쪽으로 20킬로미터쯤 되는 메디슨강(Madison River) 변을 바쁘게 달려가는데, 차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이 나와 강 건너 관목 숲을 겨냥해 열심히 사진도 찍는다. 망원경을 조준하고 보니, 큰 사슴들이 몸을 감추고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다.

관목 숲에서 나뭇잎을 뜯는 사슴들

남들 따라서 해본 생태체험에 금세 재미가 붙어서 다시 천천히 달리며 좌우를 살피니, 코요테(Coyote: 일종의 작은 미국 늑대) 한 마리가 늪지에서 조심조심 거위 뒤로 다가가 몸을 감춘다.

늪지에 나타난 코요테

이런 흥미진진한 광경은 얼마 안 가 들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시냇가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생생하게 눈 앞에 나타났다.


옐로우스톤 안에서도 보기 드문 검은 늑대(Black Wo1f) 한 마리가 죽은 들소 앞에서 묵념을 올리는 듯 조용히 서 있다가 느긋하게 뼈를 빨고 있는 끔찍한 모습! 그것을 멀리서 감시하며 숨 막히는 삼십 분을 보내는 동안, 잘 생긴 그놈의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늪지의 코요테 보다 훨씬 크고 까만 것이 마치 곰 같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 상상 확인 클릭: 브라이스캐년


- 올드페이스풀가이저


지하 암반에 갇힌 물이 지열에 뜨겁게 데워져서 증기가 팽창하면, 화산처럼 폭발하여 땅 위로 분출되는 곳을 가이저(Geyser)라 하는데, 옐로우스톤에서 주기적으로 뜨거운 광천수를 뿜는 300여 개의 가이저들 중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곳은 단연 올드페이스풀가이저(Old Faithful Geyser)이다.


사람도 아닌 가이저 이름에 Faithful(성실한)이 붙은 것은 가이저가 분출하는 주기가 시계처럼 늘 일정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사실은 이곳이 제일 크고 주기가 정확해서 찾는 인파가 많은 것이 아니라, 큰 가이저들 중에서 분출이 제일 잦은 곳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십분 정도의 오차 범위 안에서 한 시간 반마다 분출해서 높게는 50미터 정도의 물기둥을 세우는 가이저 앞으로 다가가니, 흰 연기가 여기저기 솟아오르는 넓은 풀밭에 대단한 인파가 곧 분출할 가이저 주위에 둘러앉아 있다.

가이저 분출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예측시간이 조금 지나 가이저가 드디어 물을 뿜기 시작하는데, 물줄기가 십 미터도 못 올라가고 금세 모락모락 김만 피운다. 뭐 별 것도 아닌데 사람들만 모아 놓고 시시하게 이걸 쇼라고 하냐? 너무 분해서 다음 분출을 기다렸다.

분출 직후의 올드페이스풀가이저

50분쯤 후, 예고된 분출 시간에 맞추어 가이저가 조금씩 물을 토해 내기 시작하더니, 흰 연기를 뿜으며 작은 물줄기를 공중으로 쏘아 올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굵은 물기둥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와, 공중에서 폭죽처럼 터지며 구름 가루를 뿌린다. 몇 분인가 이렇게 물 폭탄이 터지는 동안, 하늘엔 구름이 뭉쳐서 떠 가고, 땅에는 여기저기 수증기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물기둥을 세우며 분출 중인 가이저


- 옐로우스톤 호수


올드페이스풀에서 순환도로 동쪽으로 해발 2357미터에 있는 옐로우스톤레이크(Yellowstone Lake) 호수는 도로에 접한 호숫가만도 34킬로미터인데, 중간에 내려서 보니 가까운 물가에는 커다란 얼음장이 차갑게 달라붙어 있고, 멀리 푸른 물 위에는 두 섬이 나란히 떠 있다.

먼 데 섬이 떠 있는 옐로우스톤호수

순환도로는 호수의 물이 빠져나가는 계곡에서 공원의 동문으로 가는 길과 옐로우스톤강(Yellowstone River)을 따라가는 계곡 길로 나누어져서, 강을 따라가다 보니 머드볼카노(Mud Volcano)라는 진땅의 가이저에서 거품이 끓어오르며 고약한 유황 냄새를 풍긴다.

진흙땅에 거품을 터뜨리는 머드볼카노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갈 때는 어느덧 황혼이 물들어 계곡 아래 아득히 먼 곳까지 초록으로 덮었던 강가의 풀들이 점점 푸르름을 잃고 휘어진 강줄기에 감싸여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황혼이 깃든 옐로우스톤강


- 파이어홀강


옐로우스톤에 발을 들인 지 셋째 날, 공원 서문에서 23킬로미터에 있는 매디슨(Madison) 근처의 갈림길에서 올드페이스풀 방향으로 올라가니 파이어홀캐년(Firehole Canyon) 초입에 폭포가 있는데, 높은 곳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거대한 폭포는 아니지만,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사납게 흘러서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거칠게 흐르는 파이어홀 폭포

파이어홀캐년을 나와 다시 파이어홀강(Firehole River)을 따라 순환도로를 가는데 강가 풀밭에서 들소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다. 들소 나라에서도 산아제한을 하는지, 어른들 사이에 갓난 송아지는 꼭 한 마리뿐이다. 송아지가 엄마 곁에서 걸음마하는 폼이 너무 서툴러서 자꾸만 쓰러지는 것을 보니, 귀엽기보다 오히려 가엾다.

엄마 들소와 갓난 송아지

올드페이스풀로 올라가는 길에는 미드웨이가이저배이슨(Midway Geyser Basin)이라는 넓은 평지에 큰 가이저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는 그랜드프리즈마틱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 온천이 옐로우스톤에서 제일 넓은데, 가운데가 에메랄드처럼 짙은 파란색이 가장자리로 나오면서 옅은 하늘색으로 변하고, 온천 주변으로 물이 넘쳐 갈색으로 보이는, 이름 그대로 색깔이 현란해서 기념사진에 많이 등장한다.


이 온천을 멀리서 보니 비취색의 푸르름과 주변의 짙은 갈색이 어우러져 환상적이라, 수증기를 헤치고 중심 근처에 들어가서 셔터를 누르니 사진이 뿌옇다. 귀찮게 올라오는 수증기 속에서 뒤로 물러서며 계속 찰칵찰칵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결국 또렷한 영상을 잡은 순간 몹시 감격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찬란한 푸른색은 얄미운 수증기에 가려져 있고 오물만 돋보이는 하수처리장 같아서 가슴이 찢어진다. 

푸른색이 찬란한 그랜드프리즈마틱스프링

온천을 넘치는 물은 수량이 많아 급한 물살을 일으키며 언덕 아래로 떨어져, 바로 옆에 흐르는 파이어홀강에 합류한다. 그곳에는 고열의 온천수에서 광물질을 섭취하고 광합성을 하는 호열균(Thermophile)이라는 미생물이 물길에 노랗게 붙어있어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수증기와 어우러진 물가 풍경이 장관(壯觀)이다.


그런데 자연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강가에 서서 경치 구경은 안 하고 물에 들어가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이 계시다. 순간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미국에 그렇게 먹을 게 없어요? 핫도그도 있고 햄버거도 많잖아요!" 이렇게 쏴 주고, 낚싯대를 빼앗아서 보는 앞에서 딱! 부러뜨리고 싶은데, 아저씨의 팔뚝이 너무 굵다. 귀여운 내 주먹을 쳐다보고 있으니,  온천에서 목욕하다가 재수 없이 걸려든 송어들이 너무너무 불쌍하다.

파이어홀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뜨거운 광천수 - 노란 띠가 호열균이다


- 올드페이스풀인


점심때가 지나도록 파이어홀강변을 따라 올라가며 가이저들을 보고 나서, 오후 두 시쯤에 세계 최대의 통나무집이라는 올드페이스풀 인(Inn: 여관, 호텔)을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홀에는 회색의 커다란 굴뚝이 일층부터 4층 천장까지 닿아있는데, 백열등이 촛불처럼 밝혀져 있고 식당도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훈훈하다.

세계 최대의 통나무 건물 내부

전날처럼 공원에서 밤늦게 나가 선택의 여지없이 또 햄버거로 밤참 먹을 생각하니 끔찍해서, 식당의 점심 메뉴를 보니 송어 튀김이 있다. 아침에 검은 늑대가 그랬던 것처럼, 낚싯밥 잘못 먹고 잡혀온 녀석 앞에 묵념을 올리고, 가시를 발리고 살을 뜯은 후에 파이어홀강에서 경치도 못 보고 고기만 잡으신 분들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송어의 장렬한 최후 - 끓는 기름 속에서도 용감하게 헤엄쳤다


- 올드페이스풀 근방


식사 후에는 가이저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근처의 어퍼가이저배이슨(Upper Geyser Basin)에 가서, 크로마틱풀가이저(Chromatic Pool Geyser)와 뷰티풀가이저(Beauty Pool Geyser)를 보았다. 여기서는 마침 수증기가 적게 올라와 온천 가운데 푸른 물에 초점을 맞추어 멋진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랜드프리즈마틱스프링을 많이 닮은 크로마틱풀가이저

메디슨 쪽으로 다시 내려가는 순환도로 중간에는 파이어홀래이크드라이브(Firehole Lake Drive) 길을 따라 가이저들이 많이 있다. 마침 그곳을 지날 때 분출 주기가 뜸해서 하루에 두세 번만 물을 뿜는 그레이트파운틴가이저(Great Fountain Geyser)가 넓은 평지에서 올드페이스풀에 못지않는 거대한 대포의 포문을 열고 하늘 높이 포탄을 발사했다.

물 포탄의 수직 발사

연이어 로어가이저배이슨(Lower Geyser Basin)에 있는 화이트돔가이저(White Dome Geyser)도 유방처럼 부풀어 오른 분출구에서 거품 맛이 짜릿짜릿한 지구유를 펑펑 짜 올렸다.

따끈한 지구유를 짜 올리는 분수 - 화이트돔가이저


- 공원 대표님


옐로우스톤 공원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올드페이스풀가이저이다. 그럼 야생동물의 대표는? 바로 모든 미국 국립공원의 심볼 마크인 미국 곰이다. 미국 곰에도 종류가 많은데, 옐로우스톤 공원의 곰 대표는 바로 등에 혹이 난 둥근 얼굴의 그리즐리(Grizzly)이다.


사전에 공원을 좀 알고 오신 분들은 그리즐리님을 꼭 만나기 위해서 공원 순찰대를 불러 세워서 혹시 어디서 곰을 보았느냐고 귀찮게 캐묻기도 한다. 그런 준비도 없이 운이 얼마나 좋았던지 어슬렁거리며 앞으로 다가오시는 곰님을 맞대면했다. 매디슨에서 북쪽 순환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산비탈에서 온통 김이 새어 나오는 로어링마운틴(Roaring Mountain)을 조금 지나서, 앞에 늘어선 차량에 막혀 뭔 일 났는지 보려고 차에서 내렸을 때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둥근 얼굴 만면에 웃음이 가득! 그분이 내게로 달려오시다가, 갑자기 멈추어서 묵념을 올리신다. 으악! 떨리는 손으로 갈비뼈를 감싸 쥐고 기분 나쁘게 째려보니, 화가 나신 그분이 아가리에 거품을 물고 확 일어서서 점프! 인사도 없이 방향을 틀어 차량의 행렬 사이로 빠져나가 산으로 튀셨다.


덕분에 근접 사진도 한 장 찍고 생명도 보전할 수 있었는데, 그게 만약 둘만의 오붓한 만남이었더라면, 강가의 검은 늑대가 그랬듯이 느긋하게 내 갈비뼈를 빨고 계시는 그분 사진이 다음날 신문에 특종으로 나올 일이었다. 

화내고 돌아서는 그리즐리 곰


- 맘모스온천


곰님과 헤어진 후 순환도로 따라 북쪽으로 다시 삼십 분을 올라가 산정의 고원에 도착하니, 주변에 또 작은 순환도로(Upper Terrace Lope Drive)가 있는 맘모스온천지(Mammoth Hot Springs)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벌써 해가 저물어 가고 있기에 순환도로 아래쪽 온천지(Lower Terrace Area) 옆에 재빨리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멀리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비경이 펼쳐져 있다.


백악(白堊)이 층층이 쌓여 작은 연못을 이루니,

넘치는 비색의 광천수가 흰 거품을 일으키며 내려가,

고동색 황갈색 혹은 옅은 비취색으로 연못을 채우고는,

대리석이 백설처럼 곱게 쌓인 산비탈 아래로 미끄러지는...

백악이 층층이 쌓인 작은 연못들

산책로를 따라 온천 아래로 더 내려가니...

화려하고도 서글픈 천지의 조화가 또다시 눈을 시리게 한다.


멀리서 어두운 산이 하늘 가린 먹구름을 휘저으니,

머리 위로 도망쳐 나온 뭉게구름 사이로 일광이 새어 나와,

죽어서도 눕지 못하고 꽂혀 있는 서러운 나무의 그림자를 주물러,

백사가 지나간 듯 하얗게 주름진 바닥 위에 짓궂게 어질러 놓고 있는...

눈이 내린 것 같은 온천 풍경


- 산 귀신


온천 순환도로를 계속 돌면서 하이랜드스프링(High Land Spring)과 종 모양으로 굳어진 가이저 분출구를 보고 나와 지도를 보았다. 우측으로 왔던 길을 돌아가면 30킬로미터, 좌로 돌아 순환도로를 일주하면 80킬로미터 밖에서 두 길이 다시 만나는데, 거기서도 공원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46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


이미 해가 서산 아래로 내려가서 가시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에, 경치 구경은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왕 온 길 끝까지 가 보자는 일념만으로 좌측의 일주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차가 앞으로 나갈수록 먼 데 있던 구름들이 초승달을 밀면서 머리 위로 다가오고, 구불구불 돌아가며 올라가는 산길에는 추격해 오는 차도 내려오는 차도 한 대 없어서, 헤드라이트를 최대로 밝히고 제한속도를 넘어 가속페달을 밟는데, 길가에 치워 둔 눈이 빙벽이 되어 커브 길을 돌 때마다 눈부시게 번쩍거린다.


가뜩 긴장해서 핸들을 꽉 쥐고 전방을 주시하며 가속하는 동안, 곰이라도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곁눈질해서 보면, 산불로 검게 탄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다. 순환도로 분기점까지 남은 거리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빙벽에 둘러싸인 한도 없는 오르막 길에 내비게이터(Navigator)를 찍어보니 해발 2700미터! 초등학교 때 똑똑하게 외워둔 백두산 정상의 높이가 2750미터라는 사실이 공포감을 더 한다.


이러다가 아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해발 2706미터의 던라벤고개(Dunraven Pass)를 넘어서도 오르고 내리는 산길을 한 없이 달리고 있노라니 간담(肝膽)이 서늘하다. 

이산에 귀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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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 라스베가스 서곡

2. 데쓰밸리 국립공원(+라스베가스 다운타운)

3. 자이언 국립공원

4. 그랜드캐년 노스림(+페이지를 향하여)

5. 앤틸로프캐년(+파월호, 구절양장 콜로라도)

6.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우팥키공원과 화산, 메테오르 크래이터, 윈슬로)

7. 페트리파이드포리스트 국립공원

8. 셰이캐년

9. 모뉴먼트밸리(+신들의 계곡)

10. 아치스 국립공원(+캐년랜즈 국립공원)

11.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하여(+그랜드테튼 국립공원)

12.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13. 쏠트레이크씨티(+그레이트쏠트레이크, 빙감캐년마인)

14. 브라이스캐년(+코다크롬배이슨, 라스베가스를 향하여)

15. 라스베가스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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