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ly Dec 01. 2015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하여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1

모압에서 북으로 약 900킬로미터 떨어진 엘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하루에 닿기에는 너무 멀어서 북동쪽의 공룡 국립공원을 거쳐 갈 계획이었는데, 화석 발굴 현장이 잠정 폐쇄되는 바람에 북서로 길을 떠났다. 


- 사막에서 호반으로


모압을 빠져나와 북서로 돌아 푸른 콜로라도와 그린리버강을 건너고 다시 바위산이 즐비한 사막을 통과하기까지 족히 100킬로미터를 질주하니 멀기만 하던 푸른 산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온다.

그린리버강 주변의 사막과 바위산들

이윽고 차창 밖에는 푸른 나무들이 스쳐가는데, 다시 구부러진 산길을 계속 달려 쏠트레이크씨티 근처에서 북동으로 꺾어 산을 넘고, 또 오후 내내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초원을 달렸다.

유타주의 북쪽 구석 - 초원의 들소들

겨우 해질 무렵에 유타의 북쪽 귀퉁이에 이르니 외진 곳에서 밤을 맞을 듯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다행히 멀지 않은 큰 호수 주변에 도시가 있어서, 호텔을 찾아 호숫가로 다가서니... 호반에 황금물결이 출렁인다.


하늘을 덮은 먼 산의 잿빛 구름이 수면에 비쳐 물색이 짙은데,

구름 사이로 내 비친 햇살에 산들이 파르스름한 빛을 내고,

물가를 빽빽이 메운 갈대들이 상랑살랑 바람에 흔들려... 


차가 더욱 가속하여 급하게 나가는 동안 호숫가에도 어느새 어둠이 번져와, 물결이 잠든 베어래이크(Bear Lake) 호반에서 우리도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금빛 갈대가 바람에 살랑이는 호반 정경 - Bear Lake


- 파리


다음날 아침 호숫가를 따라 북쪽으로 아이다호(Idaho) 경계선을 넘어가니 덩치 큰 교회가 서 있다. 차를 세우고 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교회 안내소에서 옷맵시 단정한 아줌마가 나와 교회를 보고 가란다. 이상하게도 교회의 이름이 파리스 타베르나클(Paris Tabernacle)이다. 이 시골에 웬 파리가? 

파리의 몰몬교회

교회를 나오다가 길 건너편을 보니 하얀 건물에 큰 글씨로 파리우체국(Paris Post)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옆 건물에는 또 파리시청(Paris City Hall)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그럼 방금 본 교회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었나? 놀랍게도 주변의 소도시들이 베른, 제네바 등 유럽의 대도시처럼 불리고 있다.

파리시청과 파리우체국

잠시 후 와이오밍(Wyoming)으로 들어가는 길에 물새 사진을 찍으려고 차에서 내리니, 뒤에 오던 차에서 사람이 내려와서는 차에 문제가 있는지 묻는다.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길가에 멈추면 귀찮은 일이나 위험한 일을 당할까 봐 지나치기 일쑤인데 애써서 도와주려는 마음이 참 고맙다.

와이오밍주 경계 지역의 늪지 - 멀리 농가에 소와 농기계가 보인다


그랜드테튼 국립공원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가 있는데, 와이오밍주 경계선에서 남쪽의 문을 통해 가려면 우선 150킬로미터를 북상하여 그랜드테튼 국립공원(GrandTeton National Park)부터 통과해야 한다.

잭슨 홀 사거리의 사슴뿔 아치 - 거리에 관광객을 위한 마차가 다닌다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사납게 밟아 오후 두시쯤에는 그랜드테튼 국립공원이 있는 잭슨 홀(Jackson Hole)에 도착하여 국립공원안내소 안으로 들어갔다.

잭슨의 공원안내소 전경

안내소에는 공원 방문객을 위한 관광정보뿐만 아니라 공원에 서식하는 동물의 생태를 재현한 박제들도 전시하고 있는데, 동물의 움직임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공원안내소의 박제된 동물의 모습

그랜드테튼 국립공원(GrandTeton National Park)의 이름은 19세기 비버(Biber)라는 동물의 털가죽을 구하러 캐나다에서 온 프랑스 사냥꾼들이 젖꼭지 같이 솟은 이곳 산들을 그랜드테튼(Grand Teton: 큰 젖꼭지)이라고 불렀기 때문인데, 안내소를 나와 바로 북쪽의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눈 덮인 산정이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산 모양이 과연 젓 꼭지처럼 불쑥 솟아있다.

설산을 배경으로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미국 들소들

공원 안으로 들어 갈수록 점점 계절이 바뀐다. 공원 입구에서는 파릇파릇 봄풀이 돋은 것이 마치 초봄 같더니 어느새 늦가을 풍경이다. 높은 산에는 눈이 하얗게 덮여 있고, 나뭇가지에도 붉그스레한 잎이 달려있어서 낙엽진 것 같다.

그랜드테튼 국립공원의 눈 덮인 산들

공원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90킬로미터 들어간 곳에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남문이 있는데, 또 한 계절이 지나는 듯 차가 앞으로 나갈수록 고도가 높아지고, 나무도 옷을 벗으며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이전글: 아치스 국립공원


-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기/바로가기 -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 라스베가스 서곡

2. 데쓰밸리 국립공원(+라스베가스 다운타운)

3. 자이언 국립공원

4. 그랜드캐년 노스림(+페이지를 향하여)

5. 앤틸로프캐년(+파월호, 구절양장 콜로라도)

6.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우팥키공원과 화산, 메테오르 크래이터, 윈슬로)

7. 페트리파이드포리스트 국립공원

8. 셰이캐년

9. 모뉴먼트밸리(+신들의 계곡)

10. 아치스 국립공원(+캐년랜즈 국립공원)

11.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하여(+그랜드테튼 국립공원)

12.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13. 쏠트레이크씨티(+그레이트쏠트레이크, 빙감캐년마인)

14. 브라이스캐년(+코다크롬배이슨, 라스베가스를 향하여)

15. 라스베가스 환상곡


매거진의 이전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