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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솔트래이크시티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 4주 4천 마일

by lo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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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솔트래이크시티

웨스트 옐로스톤에서 솔트래이크시티(Salt Lake City)까지의 거리는 약 300마일쯤이니까, 바로 가면 시내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서로 차를 몰며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30마일쯤이나 달렸을까? 계기판에 오일 경보가 깜박인다. 2500마일마다 오일을 교환해야 하는데, 차를 렌트하고부터 500마일을 더 초과해 이제 막 3000마일을 달린 시점이다.

주위에는 산밖에 없고 가까운 도시에 차량정비소가 있다고 해도 적어도 30마일은 더 가야 한다. 혹시 경보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다가 엔진과열로 차가 타버리지나 않을까? 가속페달을 세게 밟을수록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이 엔진에 열을 올리고, 불안-초조-근심-걱정의 순환도 심장을 뛰게 한다.

다행히, 세인트 안토니(St. Antony)에서 차량정비소를 발견해, 오일을 교체하고 나서야, 우리는 안심하고 록키산맥을 따라 유유히 남쪽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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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 솔트 래이크

솔트래이크시티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레이트 솔트 래이크(Great Salt Lake)에 가서 보니, 호수의 이름과는 달리, 호수에 소금(Salt)이 쌓여 있지 않고, 물만 차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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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는 섬이 몇 개 있는데, 우리는 제방길로 육지와 연결된 앤털로프섬(Antelope Island)으로 가서, 안내소를 둘러본다. 안내소 안에 전시된 작은 수족관을 보니까, 작은 곤충 같은 것만 물속에서 꿈틀거린다. 이 생물이 바로 브라인 새우(Brine Shrimp)인데, 호수에는 물이 너무 짜서 물고기가 살지 않지만, 부지기수의 이 작은 새우들과 파리의 유충들이 호수에 서식하기 때문에 호수에 물새들이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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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털로프섬에는 앤털로프가 뛰어다니까? 고작 군데군데 한 마리씩 떨어져서 풀을 뜯고 있을 뿐, 키다리 철새들도 풀밭에 내려앉아 먹이를 뒤지고 있으니 사방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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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바람도 없이 고요한 섬을 빠져나가다가 제방길에 잠시 멈추어 거울 같은 수면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 순간, 흐릿한 수면으로 떨어지던 물새 두 마리가 호수에 비친 제 모습에 놀라 우물쭈물하다가 허공으로 되돌아가는 영상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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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트래이크시티

솔트래이크시티에 들어오니 이미 해 질 녘이라 조셉스미스기념관(Joseph Smith Memorial Building) 옥상으로 바로 올라갔다. 역시 모르몬교 창시자의 이름이 붙은 건물인 만큼 옥상의 식당도 근사한데, 운 좋게도 문 앞에서 대기하고 계시던 천사님이 전망이 좋은 창가의 테이블을 내주신다.

창 밖을 보니 노을 져 붉은 하늘에 얼굴마저 달아올라 갈증이 나서 천사님께 맥주 한 잔 주실 것을 청하니, 술이나 커피 같은 자극성 음료는 없다고 한다. 우리는 교회 첨탑에 서서 나팔 부는 모로나이(Moroni) 뒤로 맥주 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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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 스퀘어

다음날 모르몬 교회의 주요 건물들이 모여 있는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의 안내소(North Visitors Center)에 들어가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았다. 우리가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필리핀에서 개인적으로 모은 자금으로 선교하러 온 아가씨들이었는데, 벽화로 둘러싸인 전시관을 돌면서, 모르몬교회에 대해 설명했다. 간간이 선지자(Prophet: 모르몬교회의 최고지도자)님께도 경의를 표하면서 전도에 힘을 쏟는 봉사자들이 시키는 대로 성구들을 복창하면서 우리는 착하게 견학을 마쳤다.

모르몬교에는 성경책과는 내용이 전혀 다른 600여 페이지로 된 모르몬경이라는 경전이 있는데,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경전을 무료로 배포한다. 진열대에서 한국어본을 하나 들고 조금 흩어보니, 등장인물들이 성경책에서 전혀 보지 못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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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에 식당에서 보았던 본당(Salt Lake Temple) 앞에 와 보니, 신자들 중에서도 교구장(Bishop)의 허가서를 받은 순결한(조건: 술, 담배는 물론 커피를 마셔도 안 됨) 교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의식 전용 건물이란다. 여름에 하루 평균 100쌍의 결혼식이 열려서 그런지, 주변에 결혼 예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들이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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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템플 스퀘어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교회역사박물관(Church History Museum)에 들어가, 모르몬교가 창시된 1830년 전후의 생활상에 대한 전시물을 관람한 후에 옆에 있는 가족역사도서관(Family History Library)으로 갔다.

거기에는 세계 각처에 선교사로 나가 봉사하던 사람들이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온 각국의 가족관계 관련문서들이 영인본이나 전산자료로 보관되어 있는데, 무료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색인을 열람해 보니, 한국의 옛날 양반가의 족보들도 필름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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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건물들 중에는 1854년에 건축된 벌집(The Beehive House)과 통로로 연결된 사자집(The Lion House)이 있는데, 바로 27명의 아내를 두었던 제2대 선지자 브리감 영(Brigham Young)이 살았던 두 저택이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니 살롱에는 하프도 있고, 아이들을 재웠던 요람들도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가 놀랍다. 본처 다음에 둘째 처와 9명의 아이들이 살았다는 벌집과 16명의 아내와 53명의 아이들이 살았다는 사자집이 왕궁처럼 크지도 않은데, 어떻게 같이 사이좋게 모여 살았을까? 공자님이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 했는데, 이 정도면 제가(집 관리)의 천재는 단연 브리감 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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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 음악회

다음 날은 일요일이라 솔트 래이크 타베르나클(Salt Lake Tabernacle)에 갔다. 1867년에 건축되고 2007년에 완전히 개조하여 달걀 모양의 알루미늄 지붕이 씌워진 그 건물 안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360명의 성가대원들이 파이프의 개수가 11600개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오르간의 반주에 맞추어 합창을 한다. 3500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이 음악회는 일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30분간 방송되는데, 1929년에 라디오로 방송된 이후 계속되는 세계 최장기 방송 프로그램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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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가 끝났으니 주차장 요금 내고 빨리 나가려는데, 주차장 관리인이 자리에 없다. 하나님네 주차장에 5달러라고 크게 적혀 있는 요금을 안 내고 나가면 벌 받지 않을까? 어떻게든 내고 가려고 입구에 서 있으니, 차를 타고 나가는 사람마다 내가 관리인인 줄 알고 요금을 물어본다.

세상에! 캡을 쓰고 가방을 어깨에 두른 내 모습이 누가 봐도 관리인이다. 순간 머릿속에 번갯불이 일어난다! 만약에 5달러 대신에 2달러씩만 받아도 차량 500대 다 나갈 때까지 내가 그냥 서 있기만 하면 1000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상일 뿐, 요금을 내려는 분들께 나는 그냥 공짜라고 대답하고 즐거운 웃음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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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잘생긴 신사가 스포츠카를 타고 나가며 나에게 봉투를 건네주고 나간다. 누구신데요? What else? 아니, Who else? 다름 아닌 조지 클루니! 분명 그 사람이다.

- 빙엄 캐니언 마인

솔트래이크시티 시내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빙엄 캐니언 마인(Bingham Canyon Mine)은 광석을 채굴하기 위해 땅에 터널을 만들지 않고, 지표면에서부터 직접 아래로 파내려 간 노천광산이다. 구덩이 가장자리에 위치한 광산 안내소에는 내부에는 넓은 창이 열려 있어, 음성안내와 함께 채굴 현장도 관람할 수 있는데, 멀리서 보니 지름이 3미터가 넘는 바퀴가 달린 30톤 트럭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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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록키산맥의 고봉들을 옆에 끼고,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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