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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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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 Mar 12. 2016

기계인(機械人)

기계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세계로 이사 왔다.

기계@人.com


사철 모르고 살아도 세월은 가네.

올 겨울은 별로 춥지도 않았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는데,

벌써 여기저기 꽃이 피고,

새도 울고 날아가니,

봄이 온 것 같네.


우리 사는 얘기는 늘 그렇네.

살림살이하다가 힘겨우면,

밖에 나가서 밥 사 먹고,

여행도 좀 다니는데,

나이 들어 그런지,

쉬이 지친다네.


이젠 시간이 이리저리 흘러가 확 줄어진 것 같네.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 값지게 써야 되는데,

있는 시간도 제대로 간수 못 하는 주제에,

가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도 없으니,

오는 시간은 어디에 모시며,

좋은 시간에 뭘 할까?


옛날에는 차근차근 공부 많이 했었네.

이젠 배우는 게 머리로 가지 않고,

쌓아 둔 지식도 나오질 않아서,

하찮은 질문이라도 생기면,

둘이서 태블릿을 켜고,

남의 글만 본다네.


어느새 우리 세상이 너무나도 많이 변했네.

컴퓨터에 의지하는 인간들이 되어서는,

서로 물어보고 바로 대답을 못해서,

제각기 태블릿만 만지고 있으니,

상상을 얘기하던 옛날은 가고,

오늘이 입 다물고 찾아왔네.


이젠 기계 없이 혼자 못 살 것이네.

차가 없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컴퓨터 없이는 대화도 안 되어,

토닥토닥 이-메일을 적어서,

봄날의 안부 인사 보내니,

고이 받아주면 좋겠네.


-기계@人.com



- 2016년 3월 12일, 햇살이 밝은 봄날 오후에 이-메일 보냈는데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주게!


매거진: 다시 쓴 편지 /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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