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조랑말

-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by 김일석

3.4.1. 1600년 잠들었던 영웅의 부활


⚬진행자: 정말 놀랍네요. 혹시 진짜 조랑말이신가요? 신라 장군이 조랑말을 타고 전쟁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영 믿기지가 않는데요.

⚬철갑마: 그렇다네. 나는 지금 여러분이 아는 제주 조랑말과 비슷한 크기였어. 내 어깨높이는 120~136cm 정도였지. “조랑말”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게. 1600년 전에는 이 정도 크기가 바로 ‘우량종’이었다고. 나는 철갑을 두르고 적진을 향해 돌진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전투마였어. 콧김을 뿜으며 전장을 누비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시게.


⚬진행자: 그런데요, 그렇게 무거운 철갑을 입고, 장군님까지 등에 태우고 달릴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가능했죠?

⚬철갑마: 내가 입은 철갑은 무게만 해도 36kg이었어. 여기에 장군의 몸무게와 갑옷까지 합치면 족히 110kg은 넘었을 걸세.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갑옷을 입고 훈련받은 베테랑 전투마였지. 강철처럼 단련된 근육과 정신으로 그 무게쯤은 거뜬히 감당했어. 사람들은 나를 ‘과하마(果下馬)’라고도 불렀는데, 과일나무 밑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전투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는 뜻이었지. 작다고 얕보면 큰코다치는 법이거든. 히히잉~~


⚬진행자: 말 갑옷이라니, 상상이 잘 안되는데요. 어떤 모양이었고, 불편하지 않았나요? 혹시 활동하는 데 지장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철갑마: 나를 감싸던 갑옷은 철 조각 740장이 가죽끈으로 꼼꼼하게 연결된 구조였어. 목부터 가슴, 몸통, 그리고 엉덩이까지 빈틈없이 덮였지. 물론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연구자들이 복원하면서 직접 실험도 해봤다더군. 내가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도록 철편을 유연하게 연결한 구조였다는 걸 확인했대. 말하자면, 나에게 딱 맞는 ‘맞춤 갑옷’이었지. 그 덕분에 나는 전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어.


⚬진행자: 와,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졌네요. 그럼, 그 갑옷은 실제로 전투에 사용했던 실전용이었나요, 아니면 장례용 의례품이었나요?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니 조금 헷갈리네요.

⚬철갑마: 좋은 질문이군. 물론 지금 발견된 건 무덤에서 나온 것이긴 해. 장군의 찰갑, 내 갑옷, 말 얼굴 가리개, 안장, 재갈, 등자까지 모두 세트로 온전하게 발견됐지.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 말로는 ‘실제로 전투를 치렀던 말이라면 충분히 그 무게를 감당했을 것’이라고 하더군. 그말이 맞네. 나는 단순한 의례용이 아니었어. 진짜 전장을 누볐던 용감한 무사였다네. 내 갑옷에는 수많은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을 걸세.


⚬진행자: 철갑마님처럼 갑옷 입은 말의 모습은 역사책에서 본 적이 없어요. 왠지 전설 속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철갑마: 흥미로운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봐.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내가 등장하긴 해. 말 갑옷을 입고 무사를 태운 채 창을 던지며 돌진하는 모습으로 말이지. 하지만 그건 그림일 뿐이었어. 내가 실물로 복원되기 전까진 ‘상상 속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였다고. 그런데 2009년, 경주 쪽샘지구 C10호 무덤에서 나의 갑옷 실물이 나온 거라네. 그것도 도굴 흔적 없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말이지. 덕분에 삼국시대 중장기병의 실체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됐지. 나라는 존재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걸 증명한 셈이야.


⚬진행자: 지금은 그 귀한 갑옷을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직접 찾아가 볼 수 있을까요?

⚬철갑마: 내가 입었던 갑옷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10년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복원되었어. 그리고 한라마에 입혀 활동성 실험까지 마쳤다네. 복제품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 시간이 된다면 꼭 보러 오게나. 그대의 조상 장군과 내가 어떻게 한 몸처럼 싸웠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될 걸세. 그곳에서 1600년 전의 용맹한 기상이 느껴질 거야.


⚬진행자: 마지막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철갑마: ‘작다고 얕보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작지만 용맹했고, 장군과 한 몸이 되어 조국을 지켰다네. 다시 태어난 나의 갑옷과 모습을 보고, 삼국의 말들이 어떻게 뛰었는지, 그리고 말이라는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깊은 관계였는지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군.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역사는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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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생각하기


❶ 내면의 갑옷을 단단히 다져라.

1600년 전, 조랑말 크기의 말이 무거운 갑옷과 장군을 태우고 전장을 달렸다. 이 갑옷은 단순한 보호구가 아니라, 그 말이 견뎌야 할 무게와 책임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키가 작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가진 것이 적다고 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크기는 외모가 아니라, 어려움과 책임을 견뎌내는 내면의 ‘갑옷’으로 드러난다. 이미 당신 안에는 세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강인한 내면의 갑옷이 갖추어져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갑옷을 단단히 다지고, 갈고 닦으며 어떤 어려움도 흔들림 없이 맞서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당신은 진정한 강인함을 지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 사유의 여백: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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