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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Sep 01. 2019

[경계인간]프롤로그;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애매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콩, 톱밥, 소금, 철가루가 섞여 있을 때 이 물질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각각의 물질을 분리하시오. 


위의 문장은 내가 초등학교 때 어떤 교과서에 실려있던 문제 중 하나였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특성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각각의 물질을 따로 분리해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콩은 체로 거르고

철가루는 자석으로 모으고

톱밥은 물에 넣으면 뜨는 애들을 걷고

나머지 소금은 그 소금물을 말리면 긁어낸다. 

라는 것이 정답이었다. 


물론 체는 톱밥은 밑으로 빠지되 콩은 걸릴 만큼이어야 했고 

톱밥은 물에 떠야 했다는 가정이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렇듯 어떤 것을 구분, 혹은 구별할 때 몇몇의 기준을 내세우곤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춰 구분된 것들에 이름표를 붙인다. 사람도 다를 수 없다.그리고 그런 구분은 서류상 문제로 보았을 때 더더욱 두드러진다. 


분명 우리집은 가난한데, 서류상으로는 그렇지 못해 학자금을 빌릴 수 없어, 혹은 어른이 되고나면 주택관련 대출을 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알바몬을 뒤적거려야 했던 일. 분명 나는 같은 지원자일 뿐인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중간에 휴학을 했다는 이유로 약간의 다른 프레임을 씌운 눈빛을 면접때 받아야 했던 일들. 다른 사람들이 어쩌고 저쩌고 라는 낙인을 찍을 까봐 자신의 마음을 속이며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 


콩을 걸러도 함께 걸러지는 톱밥이 있을 수 있고, 소금을 얻기 위해 물에 톱밥과 소금 혼합물을 넣었을 때 분명 가라앉는 톱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내세운 사회의 조건에  맞아 들어가는 것을 디폴트 값으로 해놓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생각 외로 우리 주변에 많이 있지만, 

그들은 사회로 나타나기를, 혹은 나타남 그 자체를 두려워 한다.   

자신들이 그 체의 구멍에 맞지 않는, 혹은 애매하게 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혹은 그렇게 학습되어져 왔기에. 


나는 앞으로 그런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그들에게 그들이 가진 그 "특성"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야기 하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경계인간" 으로 살아 온 내 스스로가 느낀 점들을 말하기 위해.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애매한 그들. 

경계인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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