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Aug 25. 2019

[사심 리뷰]
1)베네딕트 컴버배치,그의 울타리

[스포 포함]수용성 잘생김마저도 연기로 커버하는 우리 오이오빠.

사람이 가진 이미지 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령 배우라는 직업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한 배우에 대해 떠올렸을 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배역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겠지만 어쩌면 배우에게는 한계가 되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아역 이미지가 너무 심해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다 누리다 파격 변신을 시도하지만 그 시도들이 잘 통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계속해서 악수를 두는 일이 잦아지는 아역배우들이 우리 주변에도 참 많이 있지 않은가. 


내게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런 배우 중 한 명에 속한다. 

그를 전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으로는 셜록, 혹은 마블 유니버스의 닥터 스트레인지 정도가 있겠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의 대부분(혹은 흥행에서 성공하거나 알려진 작품들의 경우는) "고독한 천재"에 맞춰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호킹이 그랬고, 셜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최근의 커런트 워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발명왕" 에디슨으로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에디슨은 그의 충직한 비서 인설을 믿고 의지한다.인설 또한 그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옆에서 조력자가 된다. 바람직한 조합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 커런트 워에서의 에디슨도 많이 다르지 않다. 

 자신이 낸 문제를 맞춘 사람들만이 그나마 머리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그런 사람들만 뽑으려 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패배 "당하는"모습을 모이는 것이 싫어 고집고집 똥고집을 부리다 결국 자신이 가졌던 그 대쪽같은 신념마저 꺾어가며 희대의 살인 무기인 전기 교수형 의자를 만들어 내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세기의 전류 전쟁에서 보기좋게 패배해, 아들에게 자신이 만든 전구 판넬을 부수게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맡은 천재들은 참 닮은 모습이 많다. 

자신이 가진 천재성을 주체할 수가 없어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고 

그런 실력과는 달리 괴팍한 성격 탓에 주위의 사람들이 남아나지 않아 자신 스스로가 외로워 지는 것이 그렇고

그가 가진 약점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과 동떨어지기 좋은 위치의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는 것이 또 그러하다.

그 결과  자신의 모든것인 일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주위에 하나하나 울타리를 쌓아 자신을 고립시켜버리고 만다.마치 그 울타리 너머는 자신의 것이 아니고, 자신은 그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안전하다고 주장하듯이.그리고 그 울타리 너머 보이는 광경이 자신의 것과는 달라 낯설지만, 그래도 가끔은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 그의 쓸쓸한 천재들.


커런트 워의 마지막 승자와 패자로 만나 울타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 이 부분에서 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천재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세기의 전류 전쟁(커런트 워;Current War)에서 진 에디슨이  승자인 웨스팅 하우스와 만나는 부분에서도, 울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업가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웨스팅 하우스는 울타리 하나로 인해 울타리의 안과 밖이 둘로 나뉨을,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 갖혀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울타리를 치웠을 때 자신이 가진 것이 두 배로 늘어남을 이야기 하며 에디슨에게 동업을 제안하지만, 에디슨은 자신의 울타리를 끝내 다 제거하지 못한 채 먼저 돌아선다. 아들을 시켜 자신이 만든 전구 판넬을 부술 용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의 울타리를 뽑을 용기는 없었나보다.


이렇듯 고독하게 자신의 주위에 울타리를 촘촘히 치는 천재를 맡은 그이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임은 울타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솔솔 배어나온다. 아마 울타리가 촘촘하긴 했지만, 높지는 않구나. 어쩌면 먼저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면, 그의 독설 가득한 말을 잠시 견뎌내기만 했었다면, 그도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이런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는 천재들을 연달아 연기 하는 것이,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입장에서는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잘은 모르겠다.(물론 팬의 입장에서는 소처럼 일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소비하는 입장으로써, 이번 작품 역시도 다시 한 번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단단한 울타리를 세웠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울타리가 자신을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 될 수 있도록 견고함을 가졌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극장에서 커런트 워를 보며 그가 짓는 마지막 미소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추신.

이 포스팅의 모든 그림은 다음 영화;커런트 워 에서 따왔다. 이런 시사회의 기회를 준 오이시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커런트워 #베네딕트컴버배치 #오이오빠 #마이클섀넌 #톰홀랜드 #니콜라스홀트 #문화생활 

작가의 이전글 (2)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