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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Aug 19. 2019

(2)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서평]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작가:헤더 모리스(박아람 옮김)

출판사:북로드

이 책은?:생각보다 술술 잘 읽히는 책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때의 악몽을 풀어내는 한 문신가의 이야기

2.인생은 아름다워 처럼 유머를 잃지 않는 문신가의 이야기

3.실화라는 것이 가슴아픈, 하지만 해피엔딩이라 그나마 다행인 문신가의 이야기


[줄거리]

1942년 4월, 24세의 랄레는 아우슈비츠로 잡혀오게 된다. 어떤 종류의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그는 더 이상 "랄레"라는 이름 대신 32407번 으로 불리게 된다. 이 곳으로 잡혀 온 유대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맞이하게 될 첫 번째 운명은 바로 자신들이 가진 이름을 잃어버린 채, 바코드 같은, 자신의 팔뚝에 새겨진 번호로의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원래 테토비러(타투이스트) 역할을 하고 있던 페판은 조수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랄레에게 테토비러 로써의 삶을 제안하게 되고, 그때부터 랄레는 자신과 같은 민족의 팔에 문신을 새기는 일을 하게 된다. 매우 철저하게 규제된 삶을 살아야 했던 다른 수감자들과는 달리, 랄레는 조금 더 많은 식사를 보급 받거나 휴식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특권을 이용해, 늘 굶주림과 피로함에 고통받고 있는 다른 수감자들을 조금씩 도우게 되고, 그 댓가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돈이나 보석등을 받아 그것을 다시 아우슈비츠의 간부들에게 뇌물로 주어 좀 더 다른 수감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낸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기타를 만나게 되고, 기타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랄레는, 삼엄한 경비를 피해 조금씩 기타와의 사랑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기만 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활은 종전이 다가옴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새벽녘 터지는 포탄소리와 함께 포로들이 도망가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 통에 랄레와 기타는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집을 향해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무너졌던 운명을 다시 따라가기라도 하듯이, 만나게 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된다. 


[개인적 견해]

내가 한참 알바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밤 10시 정도가 되면 늘 마감을 해야 했었는데, 손님들이 나가고 텅 빈 매장에서 혼자 마감을 하면서 듣던 라디오에서는 항상 그 시간에 도서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다. 하루종일 손님에게 시달렸던 나였지만, 그 프로그램을 듣는 한시간 남짓의 시간 만큼은 나를 정화시켜주기도 하고, 또 더럽지만 내일도 출근해야지 라는 힘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소개했던 책은 프리모 레비가 썼었던, 주기율표 라는 작품이었고 그 책 역시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 책 소개보다 놀라웠던 라디오 사회자의 말이 생각난다. 예전 아우슈비츠에서는, 한 사람에게 하루에 맥주병 두 병 정도 분량의 물을 보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물을 마시는데 쓴 사람 보다는 자신의 몸을 씻는데 사용한 사람이 아우슈비츠에서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가치를, 혹은 고귀함을 잊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이야기 해 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때 매우 지친 상황이었다. 집안은 어려웠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둬야 했으며,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최저시급보다 한참이나 못 미친 시급을 받아가며 매일 씩씩거리며 일을 하다 집에가서 울다 잠들기 일쑤였으니까. 그 "맥주 두 병"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마 나 역시도 잊고 있었던 내 가치가 생각났던 것 같다. 어차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 보면 달걀로 바위치기라 하더라도. 내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내 가치였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그때 부터 나는, 마치  그 라디오가 도화선이라도 된 것 처럼 내 가치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 그것은 처음으로는 독서였고, 두 번째로는 운동이었고, 세 번째로는 공부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었지만, 나는 결국 2년만에, 영국으로 유학갈 수 있는 발판을 모두 마련할 수 있었다. 내 힘으로 오롯이. 그 후로도 나는, 힘들때마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그때의 그 "맥주 두 병"생각을 하며 버티곤 했다.

 

우연인 것일까, 어쩌면 필연인 것일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 가치를 찾아야겠다고 울부짖던 나를, 내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깨우쳐 줄 주인공 랄레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라는 신념 하나로, 그 어떤 궁지에 처해있는 포로들이라도 자신이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것은 때로는 식량이기도 했고, 때로는 작업에서의 열외이기도 했으며 책의 후반부에서는 탈옥이기도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를 그렇게 용기있게 만들었던 힘의 모티브가 무엇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는 쪽이 더 가까울 것이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알아차리기엔 그는 너무도 위대한 사람이었고, 영웅이었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용기라는 것은, 겁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하는 것이 용기이다. 라는 그의마음의 한 조각일 것이다. 


복잡한 마음을 끌어 안고, 다시 한 번 변화의 힘을 얻고 싶은 나도 어쩌면 이미 해답은 알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단지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아 계속 변명 하며 미루고 있었을 뿐. 삶의 고비마다 나를 찾아주는 영웅들 덕에, 나는 오늘도 내 고민들에 대한 답을 얻고, 내 인생을 꾸려나갈 추진력을 얻었다. 랄레가 그랬던 것 처럼. 나 역시도 언젠가는 그 누군가의 앞에 앉아서, 그땐 이렇게 버텼지. 라는 말을 하는 그 날까지. 다시 한 번더 내 가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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