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여자X둘이X살고X있습X니다.
작가:김하나X황선우
출판사:위즈덤하우스
이 책은?:중간 중간 사진이 들어있는, 읽기 부담없는 책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대한민국에서 싱글, 그것도 여자로 살아가기가 궁금하다면 읽어야 할 책.
2.당신들이 우려하는 싱글 여자들은 너무도 재밌게 잘 살고 있어요.
3.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하는 책
[줄거리]
여기 두 사람이 있다.
고향부터, 취향, 그리고 그 외의 것들까지도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사람.
서로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친구를, 혹은 사람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친구 부부가 집에 꾸며놓은 바(Bar)에서 술을 마시며 사는 것이 낙인 두 사람.
그 둘이 함께 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단지 그 것이 결혼 이라는 형태가 아닌 W2C4라는 조립식 가족의 형성이라는 것이 새롭다면 새로울 뿐.
그렇다. 그 두 사람은 남자, 그리고 여자가 아닌 두 여자(Women)와 각자 키우던 고양이들(Cats)의 조합인 가족이다. 주위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가족. 이 책은 어찌 보면 새로운,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닥 환영받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는 가족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 역시도 담겨 있어, 씁쓸한 웃음도 빠지지 않는다.
[개인적 견해]
나는 결혼생각이 별로 없다.
라는 나의 생각을 소리내어 입밖으로 꺼냈을 때, 부모님은 그래도 "여자로" 태어났으면 애도 낳아보고 엄마도 되어봐야 하지 않겠니. 라는 말을 하셨었다. 특히 엄마가 그렇게 반대를 했었다. 종가집 첫째 아들에게 시집와서 그 많은 장독대에 들어갈 메주를 쑤느라 나를 안아볼 시간도 없었다고 하소연 하던 그 엄마가. 우리 모두 성대가 있지만 다 조수미가 되는건 아니잖아. 라고 톡 쏘아 붙이며 잠시 멈춰졌던 저녁식사를 나는 묵묵히 이어갔다.
나 역시도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보기좋게 헤어졌다. 이유는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여자와 바람이긴 했지만. 어찌됬건 나는 그 이별 자체에 슬프기 보다,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렇게도 슬퍼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 슬픔을 극복해 가는 도중에도, 나는 "혼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불안했던 때가 있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어째 보면 간단했다. 같이 일하게 된 분이 새로 오셨는데, 8년만에 복직 하셨단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동안 쉬신 것이겠지.(아. 여기까지 말 했으니 눈치 챘겠지만, 그 분은 여자분이다.) 나는 그 분과 친해질 요량으로 그래도 이제 아이를 다 키워놨으니 든든하시겠어요? 라며 말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말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아이가 큰 것으로 내 8년이 퉁쳐지지가 않네요. 라며 국에 담궜던 수저를 빼서 국을 맛 보시고는, 바로 내게 말씀하셨었다. 일하는거 좋아하죠? 그럼 절대 결혼 하지마. 해도 한국에선 하지마. 라고. 손까지 내저어 가며 하시는 그 말에, 하하 웃는 것으로 분위기는 다시 나아졌지만. 어쩐지 그 분의 얼굴이, 그리고 삶이 많이 쓸쓸해 보였다.
이 작은(?) 사건은 사실 내 마음을 꽤 많이 괴롭혔다.
나는 나이가 찼으니 결혼을 해야만 한다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결혼을 성사시킬 대상인 남자친구가 사라졌을때, 그렇게 불안하고 괴로웠었다. 그런데 과연 내가 결혼이 필요한 사람인가? 라고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그 결론은 아니오. 에 가까웠다. 아니. 99.89%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우선,
시댁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싫었고,(엄마가 고생하는걸 너무 많이 봤으니)
자기 밥도 못 챙겨 먹는 사람의 끼니를 챙기느라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고
아이 때문에 내 커리어가 끊기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게. 왜 난 결혼 못한다고 그렇게 엉엉 울어댔지?
라는 질문의 답은 오히려 쉬웠다.주위의 시선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혀를 끌끌 찰 테니까. 주위에서 무시할 테니까. 주위에서 날 이상한 사람, 혹은 문제있는 사람 취급할 테니까. 그러니까 결혼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고작 남들의 시선이 무서워 저렇게 싫어하는 것들을 참으며 평생을 살 뻔 했잖아.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오히려 너무 홀가분해졌다. 그 때, 무언가 내 안에서 우지직 하고 뜯어지는 느낌이 났다. 아마도 내가 가진 고정관념 하나가 뜯어져 나갔으리라.
이 책은 그런 내게 또 다른 우지직 소리가 나게 해 준 책이었다.
나 라는 사람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만 가족이 성립된다고 생각했고,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가족을 절대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미혼 여성 둘, 그리고 그들의 고양이 까지 합쳐진 "조립식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가 있지? 라는 생각으로 매우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좋고 신나는 부분만 , 혹은 좋아보이는 부분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 평수인 10평 남짓한 방을 벗어나기 위해 30평대 집을 구입하면서 어마무시한 대출을 끼는 과정. 그리고 그 대출을 갚기 위해 프리랜서인 주인공과 회사원인 주인공이 어떻게까지 일을 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는지도 보여준다. 그뿐이랴. 여자 둘이 산다고 청소업체에도 무시받고, 윗집 아저씨에게도 무시받았던 일화까지도 보여준다. 결혼한 사람들만 겪는 줄 알았던 집안일 싸움까지도 정말 읽는 내내 초조함에 발이 달달 떨릴 만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가족 이라는 이름 하에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
그리고 미혼 여성들이 이룬 이 가족의 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그들이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쓰고 있으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W2C4가족의 집에 양손 가득 술과 안주를 싸들고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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