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을 모으면 진짜 태산이 됩니다(8)_금융투기의 역사
이 글은 영화 [타짜 1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니, 투기에 눈 뜨다.
인생은 투기이고 투기는 인간과 함께 탄생했다. -25p
버블 기업들이 내세우는 사업계획은 너무나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발기인들의 경솔함이나 투자자들의 어리석음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쪽 눈을 감고도 사기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순진한 투자자들이 덫에 걸려들고 있다. -121p
성급하고 우둔한 인간은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177p
아 끗발이 안 오른다 끗발이. 돈이 적어서 그런가?-고니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고니는 공장 생활이 지겨웠다. 그 지겨움을 깨줄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장님과 사장님의 친구들이 하던 섯다였고. 고니는 그 자리에서 삼 년 동안 모은 돈을 깔끔하게 다 잃었다. 돈을 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밟히는 것만 같은 느낌, 돈이 적어서 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한 뼘만 손을 더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찬장 위의 달콤한 잼처럼. 고니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런 아쉬움을 운명은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 위자료를 받아 온 누나가 집에 오면서, 고니는 그 돈을 도박판에 박아야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돈을 훔치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고니는 씩 미소 지었다. 꼭 따올게.라는 생각만으로.
이 돈을 잃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지만 고니는 결국 목숨을 끊지 못했다. 고니에게 남은 것은 그때 멈췄어야 했다.라는 생각과 이미 날아가 버린 거금. 그리고 남은 가족들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평경장이 알려주는 규칙.
일확천금 앞에서 신분 구별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평등해질 수 있었다-58p
혼란이 가중될수록 좋다. 사람들이 자신이 벌인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일에 더 빠져들게 할 수 있다. -116p
넌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다 생각하니?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린 뭘 먹고 사니?-평경장
반년 동안, 박무석을 찾아 헤매었지만. 고니는 거기서 더 지독한 인연인 평경장을 만나게 된다. 길에서 객사할 팔자이니 화투를 배우지 말라는 평경장의 말에도, 고니는 누나의 돈을 되찾고 박무석에게 복수할 마음으로 터무니없는 평경장의 챌린지(?)를 하나하나 통과해 정식으로 제자가 된다.
화투는 슬픈 드라마라고. 평경장이 그리 말했건만. 고니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과 잔꾀로 평경장과 시간을 보내며 점점 실력을 쌓아간다. 그리고 그런 고니에게 평경장은 많은 규칙들을 알려준다.
때론 야수성도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세상엔 안전한 도박판은 없다는 것.
너무 욕심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여기까지 배웠을 때, 이젠 한 사람의 몫이라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평경장은 더 큰 판으로 고니를 안내한다. 그 안내의 입구에는, 예쁜 칼인 정마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니, 돈의 양면을 보게 되다.
흔한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투기의 성격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48p
탐욕과 수익에 대한 욕망은 보편적인 인간 성향이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모든 사람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48p
초기 투자자들의 목표는 정기적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이었다. 하지만 투기가 진행되면서 이 목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변한다. 일확천금이 새로운 목표가 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모두 처분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투기 열풍은 지속된다. 하지만 중단되면 파국이 시작된다.-187p
행복감에 취해있는 사람은 쉽게 속일 수 있다-187p
저 사람은 지금 하나님도 못 말려-정마담
사실 어쩌면, 고니는 너무 욕심부리지 않는 평경장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나 돈의 다섯 배를 가지고도. 고니는 집에 가기도 싫었고 손가락을 자르는 건 더더욱 싫었다. 관 뚜껑에 못 박히는 소리가 들릴 때 까지는 어디까지 가는지 인생의 액셀을 밟고 싶었던 고니는, 정마담과 생활하며 돈꽃으로 뒤덮인 정원을 걸으며 살게 된다.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그 목표는 잠시 잊은 채.
행복한 줄 알았다. 그리고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딸의 수술비로 도박을 하는 교수를 보고. 그걸 못마땅하게 여긴 고니가 뽀찌까지 가득 쥐어 줬건만. 교수는 무심하게도 도박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희망에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사람의 욕망을 보여주는 그 표정. 마치 자신의 스물여섯 같기만 했다.
고니, 투기에 등을 돌리다.
버블은 빠르게 부풀어 올라 빛을 영롱하게 반사해 바라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바람이나 공기에 의해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될 뿐이다. -41p
악마가 준 금덩어리는 악마가 떠난 뒤 배설물로 바뀐다-139p
남을 등쳐먹을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할 것입니다. 뭐라고요? 글쎄요. 오래된 깡통을 물어뜯기 위해 인간이란 벌들이 어떻게 몰려드는지 당신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깡통이 귀금속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가 한탄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안간힘을 다해 물어뜯습니다.-226p
신사 여러분들은 나를 속였지만, 난 여러분을 고소하지 않겠습니다. 법에 의지하면 너무 시간이 걸리니까요. 대신 난 여러분을 파멸시키겠습니다.라고 선전포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247p
마지막 원칙.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평경장
모든 돈에는, 혹은 자신이 가진 돈을 버는 능력에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고니는 너무 늦게 알았다. 자신 때문에 팔을 잃거나 목숨을 잃은 광렬과 평경장도, 자신을 속인 정마담도, 그리고 자신만큼이나 복수에 눈이 먼 아귀도. 자신이 도박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않아도 되었을 상황이었다.
왜 누나 돈에 욕심을 냈을까.
왜 그때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돌아가지 못했을까.
다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그 지루해서 소중한 지 몰랐던 그 시절로.
허공에서 흩어지는 돈을 보며. 고니는 자신의 짧았다면 짧았을 지난 몇 년을 반추했다.
자신에게 끝내 모든 패를 보여주지 않았던 정마담은, 네 확인했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고니의 행적을 완벽하게 숨겨주었다. 마치 진 빚을 갚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마담이 만난 타짜중 최고였다는 고니는. 어쩌면 고니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라, 이 화려하고 쉬웠던 도박의 세계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던 자신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마담은 절대 할 수 없는. 그리고 정마담과 고니가 한때 함께 속했던 이 세계에서는 누구도 시도 못했던 '더 큰 판'이 아닌 '정도(正道)'의 길을 선택했기에.
[참고자료]
영화 [타짜 1]
책 [금융투기의 역사]
[이 글의 TMI]
1. 거짓말 안 보태고 이 영화 최소 300번은 본 것 같음.
2. 타짜 2편 까지는 그래도 괜찮음.
3. 타짜 1에는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타짜 선생님과 허영만 선생님이 까메오로 나오심.
4.그렇게 정신 차린 고니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모히또에서 몰디브 마시는 검사가 되는데(얼쑤)
다음 주 모임에서는 기본적인 주식 관련 지식을 실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