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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Oct 10. 2020

진시황도 실패했던 생명연장의 꿈

노화의 종말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그림출처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두기로 결심했다는 지학(志學)을 두 해 남긴 때, 한 소년은 아버지 장양 왕의 빈자리를 이어 나라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기반만큼이나 신체도 허약했던 왕의 탄생이었다.  어머니의 섭정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었던 소년은 훗날 도량형과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지으라 명했다. 또한 분서갱유를 일으켜 최악의 폭군이라는 말도 함께 듣는 왕이 되었다. 그는 말년에 마치 허약했던 어린 시절을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던 것처럼. 불로초를 찾아 전국을 헤매었고, 영원함에 대한 욕심은 수은 중독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오래, 혹은 영원히 살고 싶음에 대한 욕망은 단지 진시황 만의 꿈은 아니다. 우리는 늘 오래 살기를 바랐으며, 동화에는 점차 늙어는 가지만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어야 하는 형벌을 받은 마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늙음이 얼마나 추하고 피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늘 강조해왔다. 늙음에 대한 기피는 젊음에 대한 집착을 불러왔고,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불로초에 한 발 더 다가가기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내기를 바라고 있다.  


크게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생명의 역사를 담은  1부를 시작으로, 2 부에서는 여타 건강서적에서 볼 수 있는 플롯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3부 에서는 앞으로 노화가 사라지면서, 혹은 우리가 좀 더 젊은 채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어나게 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저자가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아는 것(과거);여태까지 알려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
라틴어로 위대한 생존자라는 뜻을 갖고 있죠.

그림출처

마그나 수페르스 테스(Magna superstes):위대한 생존자.

 우리는 다시금 역사의 전환점에 와 있다. 지금까지 마법처럼 보이던 것이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 인류가 무엇이 가능한지를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필연이라고 여기던 것을 끝장낼 때다-38p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산다. 기적처럼 우리는 산다. 정말로 기적처럼 산다. 우리는 대대로 위대한 생존자들로 이어진 아주 기나긴 계통의 후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대한 생존자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가 하나가 따른다. 우리의 가장 먼 조상으로부터 쭉 누적된 돌연변이들은 후손인 우리 안에 있는 이 회로야 말로 우리가 늙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이 아니다.-48p

우리는 해마다 수십억 달러씩 연구비를 쓰면서 과거에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던 질병에 맞서 계속 싸우고 있으며 그 노력은 보상을 받고 있다. -52p

우리 유전자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일까?-53p

한낱 종기 때문에 나라의 왕이 죽던 시절이 있었다. 애석하게도 불과 몇백 년 전 한국, 아니 조선 역시도 그러했다. 손을 씻는 것이 기본 상식으로 인지되지 않아 수술 중 환자가 죽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기로 사람이 죽는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 것이고, 손을 씻지 않은 의사가 수술을 한다는 걸 알면 의료사고로 치부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의과학의 발전을 이룩해왔고, 덕분에 인류의 수명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항생제의 개발도 이 수명연장의 꿈을 가속화했다. 덕분에 우리는 이제 평균 수명의 border line을 그 어느 때보다 멀리 밀어놓았고, 총 수명 역시 120세에서 150세를 바라보는 시점까지 도달했다.


학자들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유전자에서도 노화를 일으키는 특정한 유전자가 있는지 찾아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특별한 포지션을 가진 유전자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몸에는 노화와 관련된 시스템 만은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A 유전자가 있다고 하자. 이 유전자는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번식을 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여기 B 유전자가 있다고 하자. 이 것의 역할은 Silencing, 말 그대로 A에 붙어 유전자를 끄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생명의 복제가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가 연구하고 있는 서투인(Sirtuin)의 경우 유전자 B의 후손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세포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작은 형태인 효모에서 발견된 이 유전자는 간단히 말하면 이 유전자는 몸 전체에 비상벨을 울려 세포 면역(방어) 체계를 자극하고 생존을 우선으로 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노화의 속도를 늦어지게 하는 역할을 해 준다. 이 서투인 유전자를 필두로, 저자는 노화를 질병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업적 및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우리에게 노화를 정복할 수 있음을, 그 시간이 반드시 올 것임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들(현재); 여기서부터 약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좋은 거 적게 먹고, 운동하고. 그러면 정말 오래 살까요?
언제나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우리 몸에 '무엇을 집어넣을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또 '무엇을 집어넣지 않을 것인가'에서도.-174p

더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식탁을 떠남으로써, 먹거나 마시는 쪽으로 내 식욕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는 습관에 더 익숙해졌다-176p

기능이 건강하게 유지될 만큼만 먹이를 주는 것이다. 이는 일리가 있다. 장수 유전자에게 이대로 죽 해온 일을 하라고 알려줌으로써 생존 회로를 동원하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포의 방어체계를 자극하고, 안 좋은 시기에 생존을 도모하고, 질병과 쇠퇴를 막고, 후성유전적 변화를 최소화하고, 노화를 늦추라고 말이다. -178p

한가로이 걷는 것과 경쾌하게 달리는 것은 다르다. 수명 유전자들을 전면적으로 가동하려고 강도가 중요하다.-196p

단식과 운동을 결합하면 수명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다. 양쪽을 다 하고 있다면, 축하한다.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198p

아마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노화에 맞서 싸우는 이런 분자적 접근법 하나하나는 건강한 삶을 5년쯤 늘려줄지 모른다. 이런 화합물들과 최적 생활습관의 조합은 추가로 20년을 늘릴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 또는 이런 분자들에 열광하던 태도를 무색하게 만들 무언가가 발견될 수도 있다.-259p

2 부에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오래 살기 위한 수칙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한 연구들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규칙들은 다행히 우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이다. 적게 먹고, 운동하고, (가능하면 둘 다 함께 하고) 와인을 먹으라고 하는 등의 이야기.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며 저자 본인도 영양제를 추천하지 않는다 라고 말은 하지만 흔히 영양제라고 불리는 것들의 목적이 부족한 영양소의 보충이라는 것을 볼 때, 저자가 이야기하는 NMN도 어쩌면 영양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노화는 질병에 가까운 것이며 NAD+는 나이가 들 수록 감소해 NMN으로 그것을 보충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마우스(Mouse) 실험에서는 NMN이 노화에 있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았다고 하지만, 전 인류가 달라붙어 애쓰고 있는 코로나 백신이 아직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을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 모두는 신약 개발이, 혹은 적절한 치료제로 선정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단계들이 남았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어 보인다. 누군가의, 그것도 저자의 가족만으로 이루어진, 복용 후기만을 믿고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를 믿고 먹기에는 위험요소는 크다. 마치 암 환자들이 개 구충제를 먹는 것, 혹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비타민 C를 다량(Overdose)으로 섭취하라고 하는 말과 비슷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960년대에,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임산부들의 아침 입덧을 없애주는 약으로 매우 각광을 받았다. 그때 당시는 이 약이 이성질체*임을 알지 못했고, 약의 부작용으로  결국 사지가 없는 아이(Talidomide baby)를 출산하는 비극을 낳게 했다. 그땐 왜 몰랐나 라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신기술, 혹은 신약의 side effect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성급해서는 안된다. 진시황 역시 그러했다. 그는 결국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자신의 수명을 수은 중독으로 깎아내야 했다.


*이성질체:오른손과 악수할 수 있는 것은 오른손이다. 왼손은 오른손과 똑같이 "손"이지만 방향성은 다르기에 똑같은 손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듯 생긴 것은 닮았지만 방향성이 있어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을 이성질체라고 한다. 탈리도마이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지만, 훗날 나병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미래); 극대노의 단계
초 긍정 주의자가 살 수 있는 섬이랄까.
무언가와 애써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애써 달아나거나 금지하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활용하라-367p

죽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삶의 일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장차 수십 년에 걸쳐서 닥칠 시점이 점점 늦추어지긴 하겠지만 말이다-409p

 과거를 잊고 현재를 소홀히 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이 아주 짧고 초조한 법이다-430p

즉 대다수는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을 잃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462p

우리는 종종 신기술을 너무 느리게 받아들이지만 마침내 받아들일 때 그 기술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471p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그 철옹성 같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물리학 법칙도 한 통계에 의하면 8년마다 바뀐다고 한다. 그러니 소우주라는 별명을 가진 인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생물학 및 의학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생물학의 근간이라고 여겨졌던 Central Dogma가 iPS로 인해 역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그 연구는 결국 노벨상을 받았다.

 

단지 한 권의 책만으로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의 모든 것을 깎아내리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다. 그렇기에 저자의 연구적 성과에 대한 측면에 있어서는 나는 내 생각이 5월 둘째 주 같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게 5월은 봄이었지만 점점 여름이 길어지면서 5월 둘째 주만 되어도 봄과 여름이 공존하는 것이 된다. 처음엔 모든 사람이 비웃었던 연구가, 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연구였을 수도 있지만, 이젠 5월 둘째 주면 여름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듯이. 그의 연구가 결국은 뉴 노멀(New normal)이 되는 날이 차라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의 한편도 내주기 싫은 부분은, 삶, 더 정확하게는 건강한 삶이 늘어나 오래 살게 된 사람들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통해 야기되었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해결할 가능성은 높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생명이 연장된 것에서 파생될 것이다 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 이 부분부터 이 책은 전형적인 새로운 프로젝트에 필요한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연구가 바로 판도를 바꾸는 Game changer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연구비는 우리가 받아야 합니다.라는 한 문장을 효과적으로 늘려놓은 파트가 책의 말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 분야의 연구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쉬운 설명은 분명히 이 책의 큰 메리트이다. 하지만 3부에서 펼쳐지는 너무도 밝기만 한 미래는 저자의 훌륭한 업적마저도 빛을 바라게 한다.


(*Central Dogma: 유전정보는 DNA에서 RNA, 그리고 Protein의 순서로 전달되며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여겨졌음.)


마치며;그래서 노화는 종말이 될까?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이 읽고, 그 어떤 압박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에 보면 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사람(혹은 요원)을 잡아내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백발이 된 노인은 잡혀가며 고작 스물 남짓된 요원에게 이것이 너의 미래라고 말하며 소설이 끝난다. 또한 너희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은교의 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젊음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같다. 꽃은 매일 피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약속하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노화라는 것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노화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현재의 생을 더 겸손하고 알차게 살 수 있다. 노화는 종말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건강한 형태의 삶을 오래 살게 해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참고자료]

1. 노화의 종말

2. 위키피디아 진시황


[이 글의 TMI]

1. 그래서 진시황은 몇 살에 왕위에 올랐을까요?

2. 1,2부의 난이도는 전공자가 아니면 조금 힘들 수는 있다.

3. 아직 장염이 다 낫지 않아 10분에 한 번 화장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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