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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an 09. 2021

개츠비의 파티도 끝난다.

유튜브 레볼루션 

정우 오빠, 김이라도 먹지 그랬어

누군가에게 얼굴이 드러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성가신 일일 것이다. 너무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코로나가 없던 일상생활에서도 그들은 얼굴을 꽁꽁 가린 채 생활해야 하는 빈도가 훨씬 더 많을 테니 말이다. 배우 하정우도 그런 생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사생활을 위해 얼굴을 마스크로 싸매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건만, 다들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느라 하정우가 탔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하정우에게 의문의 1패를 안긴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것들 중 하나는 바로 유튜브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유튜브는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바꿔나갔다. 어떤 학문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독학을 가능하게 했고 1인 1 미디어 시대를 열기도 했다. 지구 저 편 사람들은 나도 모르는 BTS 멤버들의 (아미들 미안) 노래와 춤을 부르며 열광한다. 


하정우가 옆에 있어도 무시하게 할 만큼의 매력을 가진 유튜브에 대해, 책 [유튜브 레볼루션]에서는 유튜브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떤 특징과 장점 등을 가졌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기존 미디어와 사투 끝에 새로운 대세가 되다.
제가 개츠비에요. 근데 이제 불안정한. 

그림출처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기 전,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제왕은 다름 아닌 TV였다. 

TV는 이미 누구나 두루두루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피디들이 피 터지는 회의를 통해서 만들어낸 프로그램들이 늘 시험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TV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는 영리하게 제왕이 가진 그 안일함을 파고들었다. 

이미 누구나 두루두루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는 있다는 것은 제약이 많고 장르성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피 터지는 회의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면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시켜야만 겨우 시험대 근처에라도 가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규격화된 공식을 따르는 TV에서 소외된, 소위 주류가 아닌 자신만의 멋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을 유튜브는 빠르게 흡수했다. 그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파도를 만들어 냈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고, 전형적인 형태가 아닌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장(Field)이 만들어진 덕분에, 그 파도는 더욱더 크고 제멋대로 자신의 몸집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결국 그 파도는 뻣뻣하게 버티던 제왕인 TV를 쓰러뜨렸다.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가장 영향력 있으며, 가장 힙한 장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치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이 책의 첫 문장에서도 이미 그들은 파티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자신들에 의해. 


화무십일홍, 늘 영원할 줄 알았지?
중력은 자신이 올라간 높이만큼 작용하죠.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했다. 


새로움과 독특함을 무기로 하는 유튜브였기에,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를 더 자주 올려야 했다. 그로 인해 조회수만을 노린 자극적이고 거짓된 뉴스로 점철된 영상들이 많아졌다. 대형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의 질을 지키면서도 양까지 늘려야 된다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며 유튜브 은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어떠한 영상에 달리는 댓글의 언어가 영어일 경우엔 다른 언어들보다 좀 더 상단에 배치되는 현상이 한동안 유튜버 사이에서도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또한 책에서도 백인들의 영상이 더 추천되는 구글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비롯해 크리에이터와의 수익 분배에 있어서의 불투명성도 유튜브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유튜브는 가장 공정한, 능력 중심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러곤 수많은 시청자와 함께 어떤 콘텐츠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라고 책에서는 말했지만. 과연 유튜브는 자신이 뱉은 공약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일까?


  꽃이 아름다웠던 만큼, 지는 모습은 대비(Contrast)로 인해 더욱 추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은 어려운 것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는 책이었지만. 뭔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영화관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감독,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그리고 관객들이 나와 같은 공간 안에서 웃고 울고 하는 것을 느낄 때면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영광이다.라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내가 개인적으로 한창 외적, 내적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나의 곁을 지켜주었다. 내 직업적 커리어와 사업은 말할 것 없고 나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갈아치우고 다시 세우는 등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해준 것에 대해서도 늘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전기세를 제외한 투자 없이 많은 것을 배우고 내 마음을 다독여가며 세상 앞에 꿇었던 무릎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혹평을 하기에는 사실 매우 아쉽다. 

세상에 태어난 온기가 아직은 남아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가 지금의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더 많이 가졌다고 생각될 때 읽었다면. 나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나의 책을 보는, 그리고 미래를 보는 안목도 함께 점칠 수 있었을 기회를 한 번 놓친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씁쓸한 입맛만큼이나 이 책은 씁쓸한 판타지로 보인다. 이미 빛이 바래버린 책장을 한 장씩 넘겨가며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읊조린다. 


개츠비의 파티도 끝은 나네. 라고.

 

[참고자료]

1. 책 [유튜브 레볼루션]


[이 글의 TMI]

1. Mochamilk 채널 구독 좀... 제발.... 이 채널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2. 목요일부터 1일 1 서평 중. (더는 못하겠다)

3. 올해 첫 호떡 먹었다. 

4. 허리랑 무릎 부상으로 할 수 없었던 근육 조지기 내일부터 다시 시작. 



#유튜브레볼루션  #로버트킨슬 #마니페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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