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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31. 2018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읽은 척 가이드

문학? 읽지 말고 읽은 '척' 하세요!

* <문학 읽은 척 가이드>에선 상대의 몹쓸 문학 아는 척에 대응하는 읽은 척 스킬을 알려드립니다.

* 문학토크, 8할이 허세입니다. 기죽지 말고 허세엔 허세로 대응하세요!

* 프롤로그를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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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읽은 척의 기본. 줄거리 요약.


성공만을 위해서 자기계발에 일찍이 심취해있던 흙수저 급식이가 있었다. 이름은 개츠. 이후 전쟁을 계기로 군대 들어가 운빨로 초고속 승진을 하고, 그러던 중 금수저 여신 ‘데이지’를 만나는데 흙수저라는 자신의 위치 때문에 감히 넘보지 못한다. 꼬시기 위해 머가리를 빠르게 굴리던 개츠는 결국 자신이 은수저쯤은 된다는 구라를 쳐놓고 그녀와 한 달 정도 찐한 썸을 타게 되는데...


데이지는 개츠를 흔한 썸남 중 한 명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반면에, 개츠는 데이지를 트루-럽이라고 확신하며 심하게 빠져버린다. 그러나 이미 은수저라는 구라를 쳐버린 개츠, 결국 그는 자신이 뱉은 말대로 매우 성공한 덕후가 되겠다는 깜찍한 꿈을 꾼다. 이때부터 이름을 ‘개츠비’로 바꾸고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개츠비는 밀수업부터 마약까지 이런저런 더러운 일을 하며 ㅆㅅㅌㅊ로 성공한 덕후가 되는데, 그 사이 이미 탄탄한 부자 톰 뷰캐논과 결혼해버린 데이지를 다시 자연스럽게 꼬시는 게 관건. 궁리 끝에 개츠비는 데이지 집 건너편에 대저택을 사놓고 매일 호화스러운 파티를 열면서 데이지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렇게 다시 만난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여전히 딱히 관심 無. 오히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개츠비에게 덮어 씌우고 남편 톰과 함께 신나게 ㅌㅌ한다. 그렇게 개츠비 혼자만의 트루-럽이 허무하게 끝난다는 게 소설의 내용이다.    




1. 주제 언급형 아는 척

    

1920년대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가 거의 100여 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사랑받고 수 없이 영화화된 것은, 이 작품이 핫-한 소재인 ‘자본주의 & 사랑’을 날카롭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삐까뻔쩍하는 소비생활과, 돈이랑 엮인 불륜, 치정살인에 누명까지. 흥미로운 막장 요소가 거의 다 담겨있기에 가벼운 주제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범용 아는 척을 시전 하기에 매우 적당한 작품이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대부분의 아는 척은 주제를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아는 척은, “첫사랑을 쫓는 개츠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지!”정도의 단순한 멘트 정도로 끝난다. 이런 아는 척은 대부분 ‘영화보고 책 본 척’일 확률이 높다. 영화화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른 맥락들은 삭제하고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춰 원작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독서부심과 허세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상대는, “이미 과거가 된 첫사랑에게로, 혹은 모든 것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불가능한 꿈을 꾸는) 낭만적인 개츠비의 이야기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낭만적인 개츠비’에 주목하는 아는 척들은, 그 허세를 역이용해서 내가 스윽 읽은 척하기에 가장 쉬운 상대이다. 따라서 상대의 현란한 아는 척을 속으로 킬킬거리며


“하하. 그런 주제는 이 작품을 영화화한 영화들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소설이 담은 주제는 그보다 훨씬 넓어! 흔히들 개츠비의 위대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 작품은 사실 당시 미국의 부풀려진 성공신화를 날카롭게 저격하고 있기도 하거든. 미국의 꿈을 대변하는 개츠비의 허무한 실패를 통해서 미국 성공신화의 허상을 까발리는 작품이라구.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의 상류층이 하층민을 이용해먹는 답답한 내용이야."

정도의 읽은 척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당하다.




2.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인데!’ 형 열폭 아는 척


이런 읽은 척에 벙찐 상대는 결국 ‘그럼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인데! 앙?!’의 질문으로 열폭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면 적당하다.

  

“왜냐면, 소설은 오히려 개츠비의 낭만적인 실패와 죽음을 통해서 기존의 속물적이고 자본화된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거든. 이 소설 속의 상류층은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 따위는 하지 못하고 그저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존재들로 그려져. 데이지의 남편 톰은 거만하고 호전적인 데다가 불륜을 끊임없이 저지르는 짐승처럼 그려지고, 데이지는 그런 남편을 알면서도 그의 재산과 자신의 소비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엄청난 속물로 그려지지.”


“이런 속물적이고 역겨운 자본주의로 포착할 수 없는 인물로 남는 게 오히려 개츠비인 것이야. 개츠비는 죽을 때까지도 ‘호구’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 끝까지 낭만에 갇혀 산다구.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인거야!”



3. ‘개츠비 호구 아니거든!’ 형 아는 척


이 정도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학 부심과 자존심으로 끝까지 딴지를 거는 상대가 간혹 있다. 그럴 때 상대는 보통 개츠비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며 개츠비를 ‘호구’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패로서 이뤄내는 성공’ 따위의 그럴듯한 얘기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혹여나 이런 상대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덧붙임이 적절하다.

“후훗.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급구조가 바뀌지 않는다구. 불가능한 성공신화 상상을 걷어내지 못하는 건 하층민뿐이야. 톰의 불륜 상대들은 톰과 관계 맺으면서 톰을 신분상승의 기회라고 착각해. 자신이 그저 톰의 일시적인 소유물이며 오로지 성적인 대상인 것은 모르는 호구들로 묘사되지ㅜㅜ. 톰의 불륜 상대가 자신도 데이지의 이름을 부를 권리가 있다고 막 떼를 썼을 때, 톰 뷰캐넌에게 불꽃싸다구를 맞는 장면은 그래서 매우 인상적인거야. 그들은 결코 데이지와 같은 신분상의 위치에 놓일 수가 없는 것을 상징하거든. 개츠비, 윌슨, 머틀 이 하류층은 그래서 다 죽어. 모두 다 상류층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는 거라구.”


그리고 곧바로

“호화로운 파티장면, 개츠비의 낭만적인 꿈, 아름다운 묘사 등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 그렇지, 사실 <위대한 개츠비>는 계층이동따위 점점 불가능해지는 자본주의를 묘사하는 매우매우 답답한 고구마같은 소설이야. 으잉 불쌍한 호구 개츠비ㅜㅜ 나는 애초에 부자되기는 포기했구... 트루-럽마저도 정말 요 돈이 최고인 사회에선 불가능한 걸까ㅜㅜ”

정도로 마무리해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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