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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Nov 21. 2019

(12) 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작가:최무영

출판사:책갈피

이 책은?: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물리학의 이야기를 마치 대화의 형식으로 듣고 싶다면? 0

2.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조금이라도 키우고 싶다면?

3. 가깝고도 먼 물리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책의 구성 및 내용]

1부: 과학과 물리학

1강:과학이란 무엇인가

2강:과학적 지식

3강:과학의 발전과 시대정신

4강:물리학의 분야

2부: 물질의 구성요소

5강:물질과 원자

6강:기본입자와 쿼크 이론

7강:물리법칙의 대칭성

3부:자연현상의 역학적 기술

8강:고전역학

9강:전자기 이론

10강:공간과 시간

11강:특수상대성이론

12강:일반상대성이론

13강:양자역학

14강:측정과 해석

4부:혼돈과 질서

15강:비선형 동역학

16강:혼돈과 질서


[서평: 시네마 천국]

저는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거의 모든 서평을 영화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지요. 이번 콘셉트 역시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지겨우시죠? 저는 오죽하것습니까.ㅠㅠㅜㅜ글 솜씨가 없어요ㅜㅜ

그림출처


그땐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이과로 간 고등학생이(화 2, 생 2)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딱 다섯 개뿐이라는 걸. 

의사

약사

간호사

과학교사

공무원.


그리고 또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이과로 간 여자 고등학생이(화 2, 생 2)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딱 두 개뿐이라는 걸. 

과학교사

그리고 공무원.


부모님은 내게 딱 그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었고, 그게 아니면 이과로 보내지 않겠다 라는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았었다. 개소리 같겠지만 실제로 내가 고2 때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 동그라미를 그려 넣고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종이를 부모님께 들이밀었을 때. 부모님은 저렇게 말을 했었다. 


알겠어. 

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부모님과 대화도 하지 않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일종의 투쟁 아닌 투쟁이었던 셈이다. 태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그 타이틀. 우량아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었던 나의 그런 태도는 부모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고, 결국 3일 동안의 반란은 이과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동그라미와 사인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토토의 꿈이 현실이 된 순간. 토토만큼 나 역시도 기뻤었다. 

그림출처

그렇게 어렵게  나는 집에서는 "금단의 학문"이자 내게도 겨우 허락된 선악과 같은 내 전공에 흠뻑 젖어 살았다. 모든 것이 재미있었고.  매 순간이 감사하고 신나기만 했다. 아름다운 학문을 하게 되어, 늘 기쁘고 또 기쁘기만 했다. 처음엔 그렇게 싫어하던 부모님도, 내가 즐거워하니 못마땅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내 모습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삶의 방향을 조절해 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기울어진 가세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딸이 남은 인생을 얼마나 걱정 없이 살 수 있을지. 부모님 역시도 알았기에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절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 이렇게 2대에 걸쳐 공직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너무도 잘 알게 된 나는 절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인생의 1/3을 차지할 시간을 그 직업에 할애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안정적인 집안의 첫째 딸에서 반골의 기질로 충만한 저년 저거.로 성장하고 있었다.




뒤돌아 보지 마라. 아무 생각하지 마라. 고아라고 생각해라.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그림출처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조절하고 증폭시키기 위해. 유학행을 택했다. 우량아에 울보이기까지 했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정말 부단히 애를 썼지만, 여권과 실물을 대조하는 승무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로 펑펑 울면서 비행기에 탑승했었다. 아빠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아랫입술을 깨물었던지, 비행기에 타고 보니 피가 철철 나서 승무원이 기겁을 하며 휴지를 건넸었다.


정말 뒤돌아 보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배웠던 영어는 정말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내기가 더 힘들 만큼 형편없었기에 "살기 위해"영어를 공부해야 했고, Reference 도서 한 페이지를 해석하기 위해 모르는 영어 단어 154개를 찾고 찾고 또 찾다 또 한 번 밝아오는 새벽에 힘들고 우울해 그냥 책을 덮고 잠을 자버리기도 했다. 꼴에 공부한답시고 배는 왜 이렇게 고픈 건지. 아끼고 아끼고 또 아꼈지만 왜 이렇게 생활비는 빨리 없어지고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월급날은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 모든 상황에 치여 달리고 또 달리느라. 뒤를 볼 여유도. 그리고 그 어떤 잡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나는 시야 좁은 경주마 마냥. 앞으로 앞으로 내달리기만 해야 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침대에 누워 잘 시간이 없어 강의실 의자에 누워 5분씩 쪽잠을 잘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다 깨진 컵에 손이 베어 나을 때까지 알바를 할 수 없어 딱 그만큼의 생활비가 비어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저번에 몰랐던 단어인데 이번에는 그 단어의 뜻이 생각이 날 때도. 과제가 너무 많아 엉엉 울면서 밤을 새울 때도. 교수님과의 질문 시간에 더듬거리지 않고 조금씩 유창하게 질문을 하게 되었을 때도. 나의 전공을 공부할 수 있어서. 나의 그 모든 힘듦과 우울함이 교수님의 Great!!라는 단어 하나에 다 날아가기 바빴기에.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매 시간을.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인생은 실전이었고, 그 실전에는 지식보다 많은 것이 필요했다.

그림출처

그렇게 나는. 이 분야에 뼈를 묻겠노라. 그리고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내가 가진 이 지식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현실은 차갑고 매서웠다. 마치 얼음에 손을 베이듯. 차갑고 강렬하게 현실과 사회는 나를 생채기 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좀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 내가 좀 더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낮은 연봉

나아지지 않는 처우.

고학력자인데도 저러고 산다 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내가 안쓰럽지만 말을 꺼냈다가는 내가 상처 받을 까 봐 아무 말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모자란 나의 실력.


그 모든 너무도 거대하고 큰 파도를 나는 내 맨몸 하나로 버티며. 그렇게 행복하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나는 그 파도에 깎이고 꺾여. 결국 나는 나를 버리게 되었다. 


이걸 제가 어떻게 다 해요. 

저는 모르죠. 

제가요?

귀찮은데.


밀랍인형처럼 모든 생기가 빠진 채로 사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시키는 것도 겨우 하고. 월급에 맞춰 일하고. 나 혼자만 우울한 것처럼 매일 술도 마시고 늦게까지 놀다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알기에. 나는 더더욱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의 목소리만으로도. 부모님을 속이기엔 충분했으니까. 아니. 의심이 든다 할지라도 피곤해서 그래.라는 말 한 마디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테니까. 그렇게 총기 가득하던 토토는. 어느 정도 찌들어버린 살바토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토토를 성장하게 했던, 알프레도와 영화를 잊은, 혹은 잃은 살바토레.



그림출처  그리고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그 명장면

그렇게 나의 알프레도를 잃어버린 내가. 다시 한번 알프레도의 발자취를. 그와의 추억을 느끼게 했던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지쳐있었고, 살아있기에 살고 있었었다. 씽큐베이션을 하며 어느 정도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는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것처럼 강력한 '한 방'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잃어버린 것 중 가장 큰 것.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 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었다. 


기존 지식에 대한 의식적 반성
지식의 정량화 객관성, 그리고 측정
또한 그를 바탕으로 한 실험을 수단으로 한 검증. 
지식의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열린 사고. (제1장: 실제로 실험 디자인 역시도 이렇게 한다)



알베르토. 당신과 함께했음을 내가 잊고 있었어요. 나는 저렇게 행복해했는데 말이죠. 


그림출처

나는 이 책을 읽고 반가워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참 많이 울었다.(울보 인증) 토토의  일상을 언제나 한가득 채웠던 것이 영화였다면. 내게도 한때 "그런 것"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자각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내가 외면했던 알베르토와 영화에게 미안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내게도 한때 그런 것이 있었고, 지금은 그것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니. 공기처럼 늘 함께 하고 있던 나의 알베르토와 영화에게 춤을 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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