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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Oct 18. 2019

(7) 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닥터스 씽킹

작가:제롬 그루프먼 지음/이문희 옮김

출판사:해냄

이 책은?:의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의사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2. 전지전능한 의사가 아닌 인간으로의 의사를 보고 싶다면?

3. 당신과 의사와의 궁합은 몇 점인지 알고 싶다면?


[책의 구성 및 내용]

프롤로그

1.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판단

2. 실수에서 깨달은 뼈아픈 교훈

3. 응급실의 곡예사들

4. 시간의 지배자

5. 신념을 향한 도전

6. 불확실성과의 싸움

7. 하나의 질병, 다섯 개의 의사, 다섯 개의 진단

8. 자료 판독의 어려움

9. 개인의 욕망을 넘어

10. 과학과 영혼의 결합



[개인적 견해 및 서평]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의사분들과 co work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의사분들은 연구에 대해 잘 모르시고, 저희는 임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많아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의 상대방인 의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만나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평은 제가 현재 일을 함께 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앞으로 선생님, 혹은 쌤으로 총칭)들에게 대화를 거는 식으로 한번 써 보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말투로 대화할 만큼 친한 분들이라 현실 말투 총출동일 수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뜬금없지 않으셨어요?ㅋㅋ 매일 보는데 왜 이렇게 불러내나 하고?ㅋㅋ 일단 빨리 밥부터 시키세요. 배고프면 짜증 나니까. 나랑 똑같은 거 시키지 마요. 화낸다.


아니 뭐. 별게 아니라요. 하도 저희 쪽 박사님들이랑 선생님들이랑 싸우니까. 서로 이해는 안 하려고 하고 그냥 니들이 바보다 라고 하면서 싸우니까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우리가 왜 싸울까. 하고. 안 싸우면 좋잖아요? 어차피 매일 이렇게 보는 사이인데? 그래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닥터스 씽킹 이라는 책을 읽어봤어요. 아니 물론 씽큐베이션 때문에 읽은 거긴 한데!! 아니 말 좀 들어봐요. 배웠다니까. 당신들을? 아 왜 공부해왔다는데도 웃어요. 아 좀 들어봐요. 아 그래 그래. 씽큐때매 읽었다. 아 그래. 됐냐? 이 악마들아?


뭐랄까. 의사.라고 했을 때 주는 환상 같은 게 있잖아요.

뭐든 다 알 것 같고. 딱 보면 아 여기가 아파서 이렇구나. 아 그래서 이 사람들이 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구나. 하는 그런? 아 물론 선생님은 아니고. 알죠?ㅋㅋ 사실 저도 이 책 읽기 전 까지는 그랬어요. 근데 아니더구먼. 선생님들도 그냥 사람이더만. 난 솔직히 쌤들은 실수 안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쌤들도 생각 잘못해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나 좀 놀랬어요. 

>>39p 1.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판단: 대부분의 오류는 생각의 실수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오류를 유발하는 일부 요인은 내면의 감정, 즉 잘 인지하지도 못하는 감정들이다. 


환자들을 너무 아껴서 실수가 일어난다는 것도 솔직히 나 놀랬다? 난 오히려 반대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아끼는 환자니까 더 살뜰하게 살펴야지 라고. 그런데 오히려 아니더라고요. 여기 봐봐. 아니 책을 보라고요.


87p 우리가 친구라는 이유로 불편한 검사를 면제해 주려고 하지 말아요. 


나 울었잖아. 

나 진짜 여기서 펑펑 울었어요 쌤. 쌤이 아끼는 환자라는 사실 만으로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서 의사들은 늘 중립을 유지하려고. 팩트(FACT)만 보려고 하는 거구나. 라는 거 느꼈어요. 그 사람과 친해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기 싫으니까. 


바리스타 룰스 광고 중 한 장면. 응급실의 곡예사들을 읽고 바로 생각났다.


감정까지 그렇게 꾹꾹 눌러야 되는데, 바쁜 와중에도 쌤은 생각까지도 냉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쵸.솔직히 나는 실험하다가 이거 먼저 넣어야 되는데 저거 먼저 넣었을 때도 등골이 오싹한데, 응급실에서 쌤이 얼마나 힘들지. 나 진짜 상상도 안 가요. 쌤은 그런데도 그 와중에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도 피하랴, 정신 차리랴.... 아 진짜 갑자기 너무 미안해지네요 쌤?ㅋㅋ

>>98p 3. 응급실의 곡예사들: 의사는 어떤 환자를 만나든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정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더 냉정해지고, 더 칼 같아질 수밖에 없는 거 같더라고요. 전 첨에 그냥 쌤이 무슨 진짜 시베리아에서 온 줄 알았어요 너무 차가워서. 러시아 사람이야 뭐야. 했다?ㅋㅋ 근데 그것도 아니었더라고. 쌤도 그 상황에서 환자들 한 명이라도 더 보고 더 살리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지.

>>104p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인색하게 할당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의사들은 안 그런 줄 알았어요. 아니 이 정도면 나 의사들이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 아니에요?ㅋㅋ 다 안 그런 줄 알았대.ㅋㅋ뭐야.ㅋㅋ뭐든지, 모든 게 확실한 상황에서 말하는 줄 알았어. 근데 선생님들도 그런 typical 한 케이스들만 다루는 게 아니라는 게 이 책에 막 나와요.ㅋㅋㅋ 아니.ㅋㅋ힘들어서 어떻게 살아요? 늘 바늘 끝에 서 있는 거 같을 거 같은데.

>>6장. 불확실성과의 싸움: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환자의 희망이나 의사와 치료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가? 하지만 이는 때때로 성공의 필수 요소가 된다.


근데 이 책 읽으면서 제일 놀라웠던 건 뭔 줄 알아요?

쌤들도 가슴이 철렁한다는 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선생님들은 일이니까. 사람이 많이 다치고, 혹은 목숨을 잃는 그 과정이 어쩌면 당연하다? 아니 필수 불가결하다?라고 생각할 줄 알았어요. 왜냐면 내가 그랬거든요. 나는 매일 쥐를 목적에 따라서 Sacrifice 하고, Cell도 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고. 다시 풀고. 그런데 선생님이랑 나랑은 환경이 달랐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는 최적의 조건을 맞춰야 하니까 그랬던 거지만, 선생님은 최악에서도 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거였던 거죠. 그리고 심지어 그 최선의 끝에 인간으로는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이 온다고 해도. 그걸 위해서 쌤은 달려야 했던 거잖아요. 진짜 미안해요 쌤. 난 쌤의 그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울지. 제대로, 단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지 못했어요. 들여다볼 생각도 못했지 뭐. 아 왜 눈에서 물이 나오려고 하냐.ㅋㅋ

>>84P 의사로서 가장 힘든 일은 실수를 통해서, 그것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실수를 통해서 가장 큰 교훈을 얻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하도 튼튼해서 병원을 잘 안 가긴 하지만, 내가 어떤 환자였는지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전 솔직히 의사들은 환자가 아프다 그러면 네. 다음 꾀병. 이러겠지 싶었어요.ㅋㅋ 근데 아니더라고요. 나도 의사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봐봐. 이 책 뒤표지에도 적혀있잖아요 대문짝만 하게. "환자의 도움 없이는, 절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크. 하버드 의대 박사라잖아요. 말 다했네. 말 다 했어. 그러니까 환자랑 의사 사이도, 우리처럼 동업자? 동반자? 관계라는 거죠. 


이 책 읽고 진짜 반성 많이 했어요. 쌤들은 온갖 bias에, 진단 관성에 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병을 돌보는 게 아니라 환자를 돌보려고(145p) 하는데, 난 그냥 의사들은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더라고요. 관심이 없었던 거지. 동반자 한테. 서로 돕고, 이해하고, 그리고 활발히 대화해야 하는 사이였는데.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사이처럼 정확한 목표가 있는 사이에선 더더욱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내 동반자님.ㅎㅎ


그래서, 이젠 싸우지 말자는 의미에서. 제가 준비한? 게 하나 있어요.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이혼 직전의 부부에게 스포츠 댄스를 함께 배우라고 코치하더라고요. 서로 호흡도 느끼고 손도 잡고, 또  눈도 마주치면서 다시 한번 친해지는? 부부라서 친해지는 이라는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 깨진 사이를 복구하는데 춤이 꽤 효과가 있나 봐요. 갑자기 내가 딱 그게 생각난 거예요.


보잘것없는 제 서평을 위해 기꺼이 대답해 주신  댄스 전문가 윤효상 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주위에 춤 전문가 분한테 여쭤봤는데, 나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제가 먼저 춤추자고 해도 별로 실례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진짜예요. 카톡 봐봐요. 딱 봐봐. 사실 춤이라는 걸 접할 때 만남과 화해가 이뤄진다잖아요. 저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거니까 웃지만 마시고요. 아 진짜라니까 못 믿으시네. 봤다니까. 그 프로그램을. 화해하자는 사람 앞에서 웃다 쓰러지시겠네. 아 나도 싫어. 안 해.


어찌 됐건, 뭐랄까.... 여태까지 오해하고,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선생님의 노력이나 인생을 비웃은 것이 아닌, 단지 제가 아는 지식으로만 선생님을 판단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함부로 그렇게 해 버렸네요. 앞으로는 서로 가지지 못한 점을 보완해 가면서 앞으로도 함께 열심히 일하고, 또 부족한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춤출까요 선생님?(Shall we dance, 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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