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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3. 2021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영화 [당신이 혹한 사이]

괴담은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홍콩 할매(!!)를 지나 빨간 마스크에서 숨을 돌렸다가 동전에 숨은 민지 이야기에서 머무는가 싶더니, 최근엔 백신 안에 마이크로 칩을 숨겨놨다는 식으로 4차 산업에 발맞춰 괴담마저도 진화하고 있다.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진짜 같고

'진짜'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황망한 이 괴담은 마치 영화 [곡성]에서 말하는 낚시 같기만 하다. 물린 놈이 잘못한 것이지 미끼 던진 놈이 잘못한 건 아니라는 것만 같은.


SBS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와 동명의 제목을 가진 이 책에서는 이미 익히 들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러면서도 은근 궁금했을법한 괴담들을 추적해 한 권에 담았다. 총 열세 편의 진실과 추측의 경계에서. 나를 비롯한 우리는 과연 어떤 편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의 무게를 얹을까.



진실을 믿지 않는 이유;원래 몸에 좋은 건 다 맛없는 쪽이지. 암 그럼. 
과연 지금 우리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 당신이 누군가에게 전한 그 이야기는 사실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해 덧대어지고 만들어진 이야기일까? 수많은 이야기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이 세상에서 이러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야만의 세상에서 구원할 첫 번째 조건인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CBC

말이 좋아 음모론이지. 우리 모두는 코로나라는 너무도 큰 카더라 뉴스들의 소용돌이에서 몇 년째 허우적거리고 있다. 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코로나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지만 심각하게 퍼지고 있는 무분별한 거짓들이 너무도 많음을 알게 해주는 것만 같다.


물론 다른 음모론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신참내기이기에 코로나와 얽힌 많은 음모론들은 밝혀진 것도 많지만 점점 부풀어 오르는 발효 중인 빵 같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결국은 공기구멍 하나 뚫어주면 쭈글쭈글하게 가라앉을 존재인데도 자신의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이다.


이미 사실로 밝혀진 것들만 모아놓고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해도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은 믿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들의 생각은 단 하나도 증명해낼 수 없으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너희의 주장을 증명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끼게 되는 요즘이랄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미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도 믿으려 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뇌에서 느끼는 불안감 때문이다.

불안감은 언제나 제멋대로 자라나는 특성이 있고, 늘 지옥 중에서도 최고라는 무간지옥까지 쑥쑥 자라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한 폭의 불행한 필름을 믿어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자신의 몸이 아플 때 네이버에 증상을 검색하는 경우이다. 기침이 나고 목이 따갑고 등등을 입력하면 네이버는 최소한 당신이 갑상선암이며 뇌하수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단정 지어 말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험이 얼마나 커버가 되는지 등에 대해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해 가장 많은 옵션을 붙인 보험을 덜컥 가입해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바로 결과적 요인과 원인을 잘못 연결하는 케이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수 마을에서 조사를 했더니. 발에 굳은살이 많은 사람이 수명이 더 길었다는 통계를 얻었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발에 굳은살 많다=오래 산다.라는 법칙(?)을 상용화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

오래 산 사람의 발에 굳은살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많다. 고로 오래 산 사람은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장수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참(true)에 가깝고, 운동의 "결과"로 굳은살을 얻은 것일 뿐이다. 이 간단한 것을 파악하지 못하면 당신은 그 유명한 흑우가 되고야 마는 것이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것만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신념과 원칙은 있고. 그것만큼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그것이 쌓여 지금의 당신이 된 것일 테니.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불안감 앞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냉정해진다면. 당신의 불안하고 여린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마들에게서 한 발짝이라도 멀어질 수 있게 된다.


왜 구글에 증상을 타이핑 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고 싶다면 



어쩌면 괴담보다 무서워져버린 현실 
하지만 정말 씁쓸한 사실은 이러한 괴담들에도 어느 정도의 사실과 현실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대개 음모론은 약간의 사실에, 과장과 왜곡이 더해져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괴담의 토양을 만든 이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걸 '믿어버리는'사람들의 잘못이라며 그 사람들에게 당신의 불안함까지 전가하듯 손가락질을 마음껏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 보다 쉽게 낚싯대에 물려 파닥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이 그런 믿음에 심취하는 이유는 가십을 좋아하는 개인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믿을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 [마스터]에서 정확하게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어쨌거나 "죽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서 나쁜 짓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풍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고 이유는 당연했다.


눈을 가리는 것 같은 수상한 행동, 혹은 충분히 납득할 수 없는 형태의 사건 진행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니. 이제는 진실을 말해도 진실이 오히려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책에서 언급하는 장기매매(AKA 헬리콥터)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그러하다. 분명 그렇게 악독하기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악독한 시장(?)까지 내몰리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부정을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냄새나는 것을 덮는다고 해서 그 냄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근원적으로 냄새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근원지를 치워버리는 것이다. 숨겨진 것이 내뿜는 냄새에는 그 원천에 대한 궁금증이 썩는 냄새가 합쳐져 음모의 기운을 물씬 풍기게 된다. 감춰진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대답하지 않는다고. 혹은 보이지 않는 척한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진실을 위한. 
때로는 음모론이더라도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합당한 의문을 제기해온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530GP 북한군 음모론'이나 '서울대생 김성수 의문사 사건','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위미 있게 조명할 수 있었다. 모든 음모론을 거짓이고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잡지들 중 한 잡지를 우연히 집어 든 것이 시작이었다. 모든 일에 의심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는 연습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가진 생각의 습관이나, 잘 뻗어나가지 못하는 포인트가 어디인지도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은 가끔은 스스로에 대한 환멸로 이어지기도 했다.


생각하는 것이, 혹은 진실을 찾아내거나 진실이 진실이라는 것을 단정 짓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꿔 이야기하면 한 이야기가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생각해야 하고, 검증의 시간들을 거쳐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만큼 진실은 무겁고, 거짓 혹은 가벼운 뉴스들은 자주 만들어져 뿌려지기 쉬움을 뜻하기도 한다.


지금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언젠가는 또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는 때도 올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그 괴로운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스스로의 주관만으로 판단하고 파악하는 것보다는. 늘 의심하는 태도로 정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만이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에 허덕이다 진짜를 놓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마치면서. 

그 견고해 보이는 물리학 법칙도 8년을 주기로 무너진다는 논문을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만큼 세상에 진실이란 건 해는 동쪽에서 뜬다 외에는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내가 믿고 있는 그 무언가가 과연 어디까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믿고 싶은 것이었음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그것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까탈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검증된 세계 안에서 사는 것만큼 안전한 것은 없으니까.


[이 글의 TMI]

1. 3차 백신 맞음.

2. 뼈해장국 한 그릇 챱챱

3. 집에 와서 커피 두 잔에 홍차 네 잔 마심.

4. 운동하고 싶은데 이틀은 참을 계획

5. 이었지만 스쿼트 100개 정도는 괜찮겠지.

이 리뷰는 펍스테이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당신이혹하는사이 #음모론 #도서리뷰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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