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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16. 2021

이러시는 이유가 있으실거 아니에요

영화 [낙원의 밤]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낙원의 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콩깍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그것이 망작이라도. 아니. 설령 망작의 연속이라도 꼭 챙겨 보는 후유증을 앓고 있죠. 낙원의 밤에는 연기 때와 본 모습 간의 간극이 커서 더 매력 있는 배우 엄태구와, 제 소울 예능인 삼시 세끼를 찍은 차승원 배우가 나오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제가 오매불망 후속편을 기다리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 작품이기에 더더더더더더욱 그랬죠.


그렇습니다.

감히 기대란 것을 했습니다.


승리호 때도, 사냥의 시간 때도 안 했던 기대였는데. 왜 그랬는지 이 작품은 기대를 하고야 말았죠. 심지어 다른 영화들을 먼저 다 보고 나서 봐야지.라며 아껴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쌓아올린 기대를 저는 토요일 밤에 보기 좋게 울분과 함께 쌈 싸 먹어야 했습니다. 분명 금요일 밤에는 로건 때문에 오열하게 했는데. 하루 차이에 이게 뭐람.



느와르요?느으와아르으?;밀회 짝퉁 물회 같은 건가.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의 이야기 구성은 매우 간단합니다. 조폭영화.라고 말했을 때 예상 가능한 딱 그 이야기의 갈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뭔가 구성이 감독 자신이 만든 영화들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영화 같기만 합니다. 그것도 잘 나갔다고 평가받은 영화들만.


[마녀]의 주인공 같기만 한 홀로 남은 능력 만렙의 캐릭터. [부당 거래]에서 나올 법한 조폭들과 공직자들 사이의 관계. [신세계]에서 따온 누아르의 향을 섞은. 감독 특유의 잔인함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솔직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잘만 섞었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저도 좋아했던 영화 [신세계] 역시 무간도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낙원의 밤은 가장 큰 두 가지가 잘 섞이지 못하고 톡 튀는데 그것이 제게는 참 별로였습니다.


하나는 잔인함입니다.


감독의 또 다른 영화 [VIP]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잔인합니다. 이런 잔인함이 영화에서 먹히려면 납득이 될 만한 상황이 많아야 하고 필요에 의한 잔인함 정도여야 하는데. 그 어떤 인물의 서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잔인함을 위한 불쏘시개처럼 쓰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구의 화를 끌어올리기 위한 누나와 조카였죠. 보는 순간 의도를 알아챈 트릭이었기 때문에 꼭 이 이야기를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등장인물 간의 서사에 좀 더 집중을 했다면 잔인함이나 비정함이 더 강조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죠.


사진 출처:다음 영화/그래서 그 물회집이 어디죠.

두 번째는 전여빈의 5분 갈라쇼.였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처 하나 없이 적진을 다 때려 부술 수 있는 캐릭터가 복수를 해 주는 게 그렇게 속 시원하진 않았습니다. 역시 칼보다 총이 최고다. 라는 인디아나존스의 한 장면이 생각났거든요.


마지막 5분에서의 전여빈은 마치 [마녀]의 김다미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어째서 이런 느낌의 차이가 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정답은 정해져있죠. 서사의 차이입니다. 마녀의 반만이라도 서사를 좀 쌓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물회 두 번 먹고 정든 사이를 위한 복수라니.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참고 1)


뭐, 존 윅도 강아지 때문에 100여 명을 죽이긴 했죠. 하지만 그 강아지는 죽은 부인의 마지막 선물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누아르보다는 액션에 가까운 영화였잖아요.


누아르니까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아니 뭐 다 죽인다고 누아르 면 흑사병도 누아르겠어요.



개그에요 NG에요?;설마 의도한 건 아니겠죠.
사진 출처:구글 픽콘/역시 본업이 가장 멋있는 차줌마.

뽀빠이라는 과자를 아시는 분이 있으려나요. 튀긴 라면땅? 같은 건데. 중간중간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별사탕으로 단조로운 맛의 과자에 즐거움을 줍니다. 이 영화에서는 개그코드를 그런 별사탕의 용도로 썼습니다. 영화 자체가 워낙 어둡고 무겁다 보니 그런 포인트로 반전을 주고 싶었을 겁니다.


문제는 별사탕이라고 생각하고 넣은 포인트들이 정작 열어보니 떡이라고 생각하고 집었던 닭갈비 속의 대파였습니다. 덕분에 입에 넣는 족족 기분 나쁜 물컹함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걸 지금 웃으라고 넣은 거겠지? NG가 아니라?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은 의도했다 와 NG였다 사이의 그 무언가였는데 보는 내내 무표정이기만 했습니다. 그냥 내 토요일 밤 돌려내.



라면에 왜 자꾸 돔을 넣을까.;배우들 연기력이 아깝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박호산 배우.. 진짜 얄미웠다.

여배우의 연기는 솔직히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 봤을 땐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없어서 그냥 연기가 겉도는 것이지 연기가 나쁜 건 아니었어요.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아까울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악역으로 나왔던 박호산 배우의 연기는 악역 하나 잘못(?) 했다가 밥집에서도 등짝 맞는다는 말을 몸소 말해주는 연기였습니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 영화를 찍느라 모든 배우들이 몸도 마음도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는 안타까움까지 더해져서. 그냥 보는 내내 아쉽다는 말만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누아르라는 장르는 이제 레드오션이 되었지만. 여전히 기본의 맛은 보장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맛을 고유하게 즐기면 될 텐데. 자꾸 최고급 돔을 넣은 라면이니 맛있을 거라고 하는 게 웃길 뿐입니다. 돔은 어딜 가도 돔이고 라면은 어딜 가도 라면입니다. 제발 안 섞었으면 좋겠어요. 둘 다 망치니까.



애증의 넷플릭스;그리고 내게는 애증의 밤 시리즈

한때 영화 제목이 두 글자여야 잘 된다.라는 말에 두 글자로 제목을 지으려고 노력했다는 인터뷰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참고 2)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기에 제목에서부터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겠죠. 하지만 분석을 해봤더니 그런 속설을 다룬 영화가 25% 정도 밖엔 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흥행한 영화의 비율은 더 적었겠죠. 뭐 미신 같지만 믿고 싶은 미신이었을겁니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필패를 벗어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저였다면 최소한 밤(Night) 시리즈는 피했을 겁니다.


기억의 밤(그나마 제일 나음)

7년의 밤(내 원작 돌려내)

사라진 밤(내 원작 돌려내 2)

을 이어서 이제 여기에 낙원의 밤도 발을 걸치려고 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목에도 나오는 낙원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관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로 바로 간 것이 그나마 낙원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을까요.



참고 1

물론 물회 두 번 먹어도 정이 들 수는 있지. 그냥 두 사람 사이의 되지 않은 서사가 아쉬웠을 뿐.

참고 2

좋은 예:접속, 괴물, 마더. 나쁜 예:할많하안.


[이 글의 TMI]

1. 이직 후 상사랑 겨우 말 트는 사이인데(은근 낯가림) 낙원의 밤 개봉 어디서 하냐고 하시길래 넷플릭스요. 했더니 찾아보시곤 그런 영화관 없다고 화내심. 아니,...진짜..하...

2. 그래놓고 알려드리니까 괜히 미안했는지 리고씨는 애플망고가 주식이에요?라고 묻지 마세요. 사줄 거 아니면.

3. 회사에서 과일을 자주 먹어서 오랑우탄이 새 별명이 되어버림. 하... 이직한다 내가...

4. 이 영화 보고 물회 먹고 싶어서 온갖 집을 다 뒤져서 주문했지만 번번이 배달 취소 당함.ㅠ

5. 밀가루 끊으니까 확실히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는데 삶의 낙은 없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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