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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Dec 31. 2021

몸과 마음은 하나다

책 [염증에 걸린 마음]리뷰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일상의 행복함을 박탈당한 우리의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잘 나타내는 단어죠. "예전처럼 ㅇㅇ 하지 못해 우울해."라는 말이 이젠 마스크만큼이나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애석하게도, 너무 익숙해져 버렸네요.


우울증을 우리는 보통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감기의 치료법으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의사가 처방해 주는 약이다. 정도일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지 않나요?


마음=뇌.라고 우리는 이미 단정 짓고 있잖아요. 나의 우울증이 정말로 뇌가 이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 그리고 약을 먹으면 말끔하게 나을 것인지. 심리 치료는 정말 지루하고 별 효과는 없는 것인지. 우리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확신에 차서 답할 수 있을까요?


 [염증에 걸린 마음]에서는 우울증의 의학적인 역사 및, 우울증이 단지 뇌의 문제만이 아닌 염증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이기도 합니다. 초반 부분은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그 부분을 넘어서면 평이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염증. 그것은 무엇인가. ;나도, 그리고 작가도 매료시킨 면역의 아름다움. 
예방주사 역시 면역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 골든 위크.. 울겠네..
이제 우리는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혈액 속의 염증 단백질이 혈뇌 장벽을 뚫고 몸에서 뇌와 마음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몸의 면역계에 생긴 염증 변화는 정확히 어떤 단계를 거쳐 뇌의 작용에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가?

저자는 몸(마음)의 염증이 마음(몸)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염증이 무엇인지부터 대충 감을 잡아야겠죠.


염증 은 영어로 inflammation입니다. 라틴어인 inflammatio에서 왔으며 단어 안에 불(flam)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불에 데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부가 붉어지고, 열이 나는 것이 대표적인 반응이죠.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몸의 군대. 면역계에서 무언가 몸에 침입했을 때 일으키는 반응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예전 글에서도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데, 염증은 싸움 구경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베테랑]에서 황정민과 유아인이 싸우는 마지막 장면 같은 거죠. 몸에서 어떤 싸움이 일어나면 구경꾼이 구름떼같이 모입니다. 그 싸움이 치열하면 할수록 더 많이 모이죠.


그 구경꾼이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싸움이 난 장소를 정상적으로 일이 돌아가는 곳과 분리하는 것.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결국 경찰이 출동하게 하는 것.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은 그렇게 이질적인 것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더 이상 우리 몸에 침입하지 못하게 미친 듯이 싸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곳이 붓고 붉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그럼 이 면역 반응이 세면 셀수록 좋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면역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면. 자가 면역질환(Auto immune disease)에 걸리게 되죠. 그냥 나는 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시비를 건다고 생각해서 마구 싸움을 거는 겁니다. 그러면 멀쩡한 곳이 피해를 받게 되죠. 가장 쉬운 예로 알레르기,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몸의 염증에 의해서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수긍하실 수 있으실까요?



우울증을 다루는 두 가지 시선 ;난 둘 다 
살아있는 동안 병원은 최대한 안 가고 싶다 진짜. 특히 치과.
우울증은 순전히 마음의 문제인가? 그것은 '단지' 매사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의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그건 '정말'뇌 속의 문제이기만 한 걸까?우리는 현미경으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고, 그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부분도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몸의 병을 다룰 때만큼 마음의 병을 다루는 데서 치유의 효과를 내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현대의학이 제대로 발전되기 전까지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면역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두 가지로 다뤘습니다. 하나는 뇌의 문제로. 또 다른 하나는 마음의 문제로. 전자는 결국 프로작, 세로토닌 억제제 등의 약물의 발전을 이루었고. 후자는 심리치료의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언뜻 들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태도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다는 지점에서 시작하고 있죠. 그리고 이 책은 그 두 가지가 합쳐지는 지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BBB(Blood Brain Barrier)의 존재 때문입니다. 마치 안시성 전투 때의 안시성처럼. 그 어떤 군사도 절대 넘어올 수 없었던 (참고 1) 뇌의 장벽이죠. 그렇기에 뇌와 마음이 다르다.라는 이원적인 태도로서의 치료법이 각각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생물학에서 절대라는 단어는 절대 없다는 말처럼. 이 BBB를 쏙쏙 넘어갈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할 수 있었죠. 아까 싸움 났던 곳으로 잠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누가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전화는 빨리 이곳으로 와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물질이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 불리는 물질입니다. 그 물질은 뇌에게는 최후의 보루같이 느껴지는 BBB 마저 넘어가 뇌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한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합니다


바꿔 말해보겠습니다. 몸 안의 염증 반응이 심한 사람의 경우, 그러니까 현재 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죠. 이 책에서는 바로 그 포인트를 짚고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왜 우울감이 몸을 덮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꾀병이 아닌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러나 역시 모든 발견은 상용화될 때까지 많은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죠. 현재 우울증을 진단하는 공식 프로그램에서는 우리가 우울증이다.라는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라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까지 몸이 아팠을 때 오는 이 우울감은 우리가 병으로 진단받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내가 틀린 건 아니었구나. 2탄 
쇠질 은 옳습니다. 헬스 짱 좋아.
우리는 우울증에 걸린 친구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 친구와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원치 않으면서도, 그 친구가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누군가와는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건을 종종 단호히 밝힌다. 낙인이 찍힌 침묵의 원을 뚫고 들어가도록 훈련받은 '누군가"와 말이다. 

우리가 우울증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우울증이 전적으로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확실히 뇌나 몸만의 문제도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 책의 요지는 단순합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이다. 그러니 우울증은 단순히 몸만의 문제도, 마음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것이죠.


또 한 번 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의 오랜 친구인 우울증의 재발을 언젠가는 막을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오긴 하겠지만.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거나 증상을 덜어내기 위해, 문자 그대로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 제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죠.


행여나 몸 안에서 쓸데없이 염증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을 없애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1. 다이어트

-지방 세포는 염증 물질을 아주 많이 배출하는 원인입니다.

-그 덕에 우리 몸 전체를 우울의 도가니로 밀어 넣기 매우 좋죠.


2. 충분한 수면

-말해 뭐 하겠습니까.

-수면 패턴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오후 10시 이후로는 최대한 전자 제품도 멀리합니다(그래서 블로그 댓글 자주 못 달게 됨.ㅠ)

-비타민 D. 제발.

-햇빛 있을 때 꾸준한 산책.


3. 심리 모임

-1년 반 째 이어오고 있음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심리 글쓰기 모임 만들어 버림.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함이 저를 찾아오는 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때처럼 주저앉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우울이 제가 잘못했기에 일어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몸과 마음의 염증은, 제 스스로를 상처로부터 지키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는 것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고, 그때까지 제가 잘 대처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 대처하는 방법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 제가 할 일이겠죠.



참고 1

성(Castle)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웅장함 때문에 만리장성이라고 하려다가 요새 하는 꼴이 하도 화가 나서 안시성 함. 그러나 영화 안시성은 나는 반댈세.


추신.

문득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제 인생의 한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학생이었고, 한 강의실에 앉아있었죠. 제 앞에는 자신이 평생 연구한 것을 필기한 칠판을 바라보는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눈으로 그 글씨 하나하나를 쓰다듬으며 마치 자신의 고단한 인생마저도 안아줄듯했죠. 글씨가 개판이라 그렇지 받아쓰는 것은 빨랐던 저는 고개 숙인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노 교수의 그 눈빛을 보았고. 그것에 매료되었습니다. 나 역시 면역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다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도망갔어야 합니다. 이 저자도 저도. 그래야 이런 책이 안 나왔을 겁니다.


[이 글의 TMI]

1. 초반은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좀 어려울 수도 있음. 전공자인 내가 읽으니 전공 책 같아서 더 싫었음. 어휴.

2. 간만에 논문 읽으면서 재밌었음. 그리고 여기까지. 더는 안할란다.

3. 과일가게에 망고 안 들어와서 강제로 망고 끊음. 금단현상 온다.ㅠ

4. 김치볶음밥 이틀차, 질린다.



#염증에걸린마음 #독서 #책 #서평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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