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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Nov 08. 2019

(10-2) 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Surfing USA

그림출처


어떻게 보면 정말 시답잖은 이유를 시작으로 나는 나를, 그리고 뇌를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바닷속 깊숙하게 가라앉고 있는, 나와 나의 뇌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흰 가루(설탕, 밀가루, 정제된 쌀, 소금)를 끊거나 줄이는 것이었다.

처음 일주일간은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계속 배가 고프고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이 생각났다. 순둥이를 산책시킬 때마다 빵집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또 순둥이를 놓고 오거나 할까 봐  참았다. (습관이 되어 버린 터라 순둥이가 산책의 막바지엔 매번 빵집으로 가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다. 네가 김유신의 말이야 뭐야ㅠ)


딱 이주일이 지나자, 여드름이 줄었고, 나를 미친 듯이 괴롭히던 종기 역시도 가라앉았다.

내 피부에서 항상 열감을 느끼게 했던 여드름과 종기가 줄어들자, 수면의 질도 조금씩 좋아졌다.

아주 조금씩, 심해로 심해로 가라앉고만 있는 내가 조금씩 물장구를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탄산음료를 끊었다. 그 덕에 나는 달고 살던 구내염의 빈도도 줄일 수 있었다.   

일주일에 5일은 내 입은 헐어있었고, 나는 늘 입을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기쁘게 했다. 심해에서 내 위치가 어딘지 파악한 나는, 고개를 들어 이 컴컴한 곳에서 희미하게 빛이 보이는 바다의 수면으로 조금씩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로 나는,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변비가 사라지고, 피부는 다시 좋아졌으며, 속이 편해졌다.

이 방법은 나를 드디어 어둡고 컴컴하고 추운 심해에서 나를 바다의 표면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공신이었다. 그동안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참아왔던 숨을 거칠게 내몰아 쉬며, 나는 작렬하는 태양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따뜻했다. 그리고 상쾌했다.


이렇게 수면으로 나왔지만, 나의 상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호전된 것은 아니었다. 심해에는 없는 그것. 바로 파도.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여기저기서 몰아치는 파도는 나를 정신없게 했다. 쉴 새 없는 회식, 이미 짜인 식단으로 나오는 밀가루 식단, 그리고 가끔은 무너지는 나의 의지. 나는 이 정신없는 파도를 이겨낼, 아니 잘 이용할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파도 때문에 매번 바닷물만을 마실 수는 없었다.


그리고 파도를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그것은  운동이었다.

떨리는 다리로, 보드 위에 서서 나는 작은 파도에 내 몸을 맡겨 보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다시 바다로 내동댕이 쳐졌다. 내 체력은 너무 약했고 파도는 너무도 강했다. 나는 작은 파도부터 시작했다. 순둥이를 데리고 동네를 다섯 바퀴 돌았다. 그게 익숙해지면 여섯 바퀴, 일곱 바퀴를 돌았다. (극한직업: 순둥 이편 "적당히 해라 주인")


작은 파도에 익숙해지자, 큰 파도도 이젠 무섭지 않았다.

내동댕이 쳐지는 건 여전했지만, 나는 점점 조금씩 크고 센 파도에 맞설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엇을 먹어야 속이 편한지, 무엇을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가는지에 대해서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큰 파도에 맞서기 위해, 영양제로 도움도 받았다.

내게 무엇이 부족해 균형을 잡지 못하는지, 그리고 내가 취약하거나 잘 섭취하지 못하는, 혹은 남들보다 더 빨리 써버리는 영양소는 무엇인지. 에 대해 공부하고 자문을 받으며, 나는 점점 큰 파도가 몰려와도 그 파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25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플라스틱용기 마저 끊었다. 그렇게 내 생리통과도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나는 완벽한 균형(Homeostasis)을 잡는 서퍼(Surfer)는 아니다.

파도를 잘 버티고 견딘 덕에, 나는 좀 더 정교한 뇌를 가질 수 있었다.생각은 더 또렷해지고, 조금씩 예리한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바다가 그렇듯,파도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마다 나는 여태 쌓아온 내가 겪어 온 파도들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 험난한 바다 위에서 영원히 즐겁게 서핑을 즐길 것이다.


추신.

예전에 몸이 좋지 않을 때 했던 방법들이 이 책에 나와서 기뻤습니다. 

그래서 예전 생각도 나고 앞으로도 계속 더 건강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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