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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Nov 14. 2019

(11-1)
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작가:V.S 라마찬드란/박방주 옮김

출판사:알키

이 책은?: 당신의 뇌는 과연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면?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거울신경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2. 당신의 뇌가 제대로 보고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3. 앞으로 우리의 뇌를 더 건강하게 관리하고 싶다면?


[책의 구성 및 내용]


머리말

책장을 열면서/짧고 가볍게 떠나는 뇌 여행

1장:유령의 팔과 플라스틱 뇌

2장:보는 것과 아는 것

3장:화려한 색깔과 요염한 여자

4장:문명을 형성한 신경

5장:스티븐은 어디에 있는가?

6장:지껄임의 파워

7장:아름다움과 뇌

8장:예술적인 뇌

9장:영혼을 가진 원숭이

글을 마치면서/뇌와 우주, 시작에 대한 질문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서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빨간 맛 멘들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내용이나 이미지를 기억하신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서평은 제3장:화려한 색깔과 요염한 여자에 맞춰 써보았습니다. 


"빨간색을 찾으러 왔어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예요. 멋들어진 콧수염이, 그의 자랑이지요.

그림출처

지배인 구스타브는 나를 내려다보았어요. 그때의 나는 양 손 가득 피아노 악보를 들고 있었고, 구스타브는 눈을 굴리며 한숨을 푹 쉬었지요.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혼자 왔는걸요"


성가시게 생겼군. 하는 말이 마치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어요. 그 어린 나이의 나에게도 요. 그만큼 구스타브는 내 존재 자체를 귀찮아했어요. 추운 날씨에 볼이 새빨개질 때까지 밖에 서 있는 내가 불쌍했던 건지, 아니면 들여보내고 나면 부모님이 나를 찾으러 올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구스타브는 나를 호텔 안으로 들여보내 줬어요.

그리고는 나를 푹신한 의자에 앉히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어요. 마치 말을 하라는 것처럼요. 호텔 안의 따스한 기운에 몸이 녹아내린 나는, 악보 사이에 숨어 있는 부모님이 써 주신 편지를 내밀었지요. 


친애하는 구스타브 지배인께.
 나는 우리 딸의 빨간색을 찾아 달라는 부탁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구스타브. 내 여섯 살 난 딸은 피아노를 치면 색깔을 봐요.


거기까지 소리 내어 읽은 구스타브는, 내가 앞에 있다는 것은 새까맣게 잊은 것처럼, 욕지거리를 내뱉었어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는 표정으로 나와 편지를 번갈아 보고는, 화를 제대로 삭이지도 못 한 채 가쁜 숨을 겨우 가다듬으며 다시 편지를 들여다보았지요.

화성학은 나무색이고, 베토벤은 메뚜기의 등껍질을 닮은 파란색, 멘델스존은 아주 서늘하리만큼 차가운 파란색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그 어떤 곡을 연주해도 빨간색은 본 적이 없다고 해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딸아이를 병원에도 데려가 봤지만, 그때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어요. 구스타브. 당신은 아마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냐며 화를 낼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딸아이는 음악에서 색깔을 봐요...(중략).. 오랜 친구로서 하나 부탁하건대, 부디 그 아름다운 호텔에서 우리 딸아이에게 아주 탐스러운 붉은색을 가진 곡을 하나 찾아줘요. 부탁이에요.


   나는 구스타브가 폭발할 것처럼 붉은 얼굴로 호텔 로비를 길길이 날뛰는 것을 한참이고 지켜봐야 했어요. 그때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것도 충분히. 노래에서 색을 보는 여섯 살짜리 여자 아이라는 것도 황당한데, 그 아이에게 빨간색 곡을 찾아주라뇨. 누가 들어도 미친 짓거리 아니겠어요? 


구스타브는 내가 두 번째로 내민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의 액수를 보고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어요. 나는 아버지의 배려 덕분에 한 달 동안이나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호텔에 머물 수 있었지요. 돈을 받아 든 구스타브는 그제야 나를 성가신 꼬맹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어엿한 손님으로 대해 주었지만, 어찌 되었건 나의 아버지가 부탁한 일을 해야 하는 구스타브의 마음은, 아마도 복잡했을 거예요.


"자. 꼬마야. 그래, 악보에서 색을 본다고?"


하지만 아버지와 오랜 친구였던 구스타브는, 아마 그 편지의 내용을 믿어보기로 한 것 같았어요. 아니면 그만큼 돈의 액수가 컸을지도 모르죠. 구스타브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구스타브는 그의 콧수염을 한번 매만지고는 아주 큰 피아노 앞에 앉아 내 악보 중 하나를 집어 들었어요. 그리곤 이내 연주하기 시작했지요. 


"파란색이에요. 파란색. 새벽에서 동이 틀 무렵으로 갈 때처럼 서늘한 파란색이요. 멘델스존 이잖아요."


구스타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이내 두 번째 악보를 집어 들었거든요. 하지만 나는 그 악보도, 그 뒤의 악보도. 그리고 또 그 뒤의 악보도. 연이어 색깔을 말했어요. 색이 짙어지는 부분으로 가면 나는 따뜻한 녹색에서는 마치 풀밭에 있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았고, 너무 메말라서 딱딱한 나무 위를 건널 때면 발 끝을 세워 까칠한 나무껍질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었어요. 그런 나의 모습에, 구스타브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어요. 이딴 악보에서 무슨 색이 느껴진단 말이지? 라며 악보 받침대 위에 놓인 악보를 휘적휘적거리다, 우수수. 하고 피아노 건반 위에 쏟아버렸지요. 


그 순간 나는 내 양쪽 귀를 두 팔로 꽈아아악. 막아야 했어요. 여러 가지 색이 갑자기 내 시야를 덮쳐서 어지러웠으니까요. 푹신한 양탄자가 깔린 호텔 로비에 주저앉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보고서야. 구스타브는 이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 같았어요. 정리되지 않은 음표들은, 그저 나에게는 귀에도, 그리고 시각으로도. 고통일 뿐이었지요.


"다들 내게 미쳤다고 했어요."


모든 어지러움이 다 가신 다음에, 나는 구스타브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여섯 살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는 잠시 침묵했어요. 


"보이는데, 보이지 않기도 해요. 피아노나 악기로 연주하면 보여요. 그런데 따라 부르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미쳤다고 했어요. 하지만 색깔이 짙어지거나 날카로워지면, 나는 어쩔 수 없이 피해야 해요. 짙푸른 바다가 덮치는 것 같을 때도, 샛노란 꽃가루가 날 덮어버릴 것 같으니까요. "


구스타브. 난 정말 미친 건가요?


나의 그 말은 공허하게, 그리고 아주 멀리. 울려 퍼진 것 같았어요. 구스타브의 마음에서요. 나의 눈을 한참이고 마주치지도 못하던 그는. 약간은 붉게 충혈되고 젖은 눈으로 내게 말했어요. 


"그렇지 않아. 넌 매우 특별한 아이야. "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빨간 색깔 노래 찾기는 시작되었어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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