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사냥] 리뷰+역대급 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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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골머리를 싸매면서 쓰지만 이제는 살짝 포기한 서문과 맞바꿀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전하는 말.
최근 영화관 관크(다른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데 있어 방해하는 모든 행위 및 행위자들을 일컫는 말)가 많아지고 있다. 그것이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집에서 해도 되는 행동과 사회에서 허락되는 행동의 범위가 모호해져서 그렇든, 개인의 성향이 둔감한 편이든 상관없이. 종종 뉴스거리로도 나올 정도의 불쾌한 행동이 많아지는 추세임은 감출 수 없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영화관을 찾는 본인 역시 꽤 많은 관크를 당했다고 자부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늑대 사냥]을 관람할 때는 불법 촬영하는 사람을 만나는 관크를 당했다.
비록 남루하고 초라한 문장을 리뷰랍시고 나열하는 삶을, 곁다리 삶 중 하나로 영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것”에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것도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를 느끼며 영화의 초반부에 소리를 지르며 그 행동을 제지해야만 했다.
영화 관람 후 스스로의 평가에 따라 작품이 정말로 “돈값”을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를 할 수는 있겠으나. 그 어떤 작품이라 해도 불법으로 보아야 할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운명 외에 허락되지 않는 작품이라면. 만들어진 의도부터가 불순한 영상물에 불과하며 그것을 관람 및 유포한 사람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부디 다음번에는 경찰서로 간 다음에야 반성했다며 질질 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 알량한 반성은 경찰서를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유튜브 영상 조회수 올릴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던 “역대급” 관크 덕분에 나 역시 영화의 초반부 15분가량을 관람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덕분에 영화 초반부의 이야기에 대한 것은 제외 후에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얻은 채로 말이다. 참 여러모로 도움되지 않는 관크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의 전반부는 승리에 취한 범죄자들을 비춘다. 배를 “접수”하기까지 벌어지는 폭력의 향연은 경찰들을 향한 응축된 분노만큼이나 잔인하고 집요하다. 그들은 상대방을 향한 그 어떤 배려도 하지 않은 채.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둔기, 칼)을 이용해 반복적인 타격으로 상대방의 숨을 끊어놓는다.
또한 망망대해 위의 배라는 설정상. 도망칠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두려움은. 이 무자비한 범죄자들에 의해 점점 수세에 몰려 너나 할 것 없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경찰들의 두려움과 살육자들의 잔인함을 동시에 배가시킨다.
범죄자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고. 그로 인해 영화의 속도는 두려움도 앞지를 만큼 빠르고 급박하다. 피가 묻은 얼굴에서 떠오르는 미소는 이제 더 이상 상대를 가리지 않는 순수한 악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짧은 초반부의 영광도 잠시. 영화는 알파(Alpha, 최귀화)의 운송이 숨겨온 진짜 목적임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빛을 잃는다.
이 초월적 알파라는 존재가 영화를 누비며 벌이는 실수들은. 영화 [마녀 2]에서 언급한 문제와 거의 동일하다. 밸런스가 붕괴된 밸런스 게임인 셈이다.
영화는 초반 시퀀스에 매우 공을 들여 종두(서인국)를 구축점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이마저도 알파 앞에서 힘없이 무너뜨리는 선택을 해버렸다. 그것도 스스로. 이로 인해 관객들은 애초에 알파에게는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음을 느낌과 동시에.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그 어떤 긴장감도 없을 것임을 짐작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알파는 종두로도 모자라 도망갈 곳 없는 배.라는 밀실에 가까운 장치도 무너뜨린다. 그 어떤 곳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임은 알지만. 문제는 알파가 후반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피로할 정도로 모습을 내비친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남은 시간들은 그저 알파가 가동하는 살육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순서대로 처단하는 장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잔인함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어떤 감흥도 두려움도 주지 못한다. 그저 심하다.라는 생각만 들게 할 뿐.
[늑대사냥]은 또 다른 영화인 [랑종]이 범했던 실수를 떠올리게 한다. 곡성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걸었던 표제어(중심 단어)는 “무서움”이었다. [늑대사냥]의 경우는 메인이 되는 단어가 “수위를 넘는”과 “(클리셰를 포함한) 모든 것을 부순다”정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가 가지는 통상적인 흐름이 어떤지 유추해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인공은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일 것이다.
그렇게 치면 과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화는 초반에는 경찰(박호산, 정소민;왜 캐릭터 이름이 공식 페이지에 조차 없나요?) 쪽이 주인공인 것처럼 비추다가 나중에는 결국 도일(장동윤)의 생존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이는 도일 및 개조 인간들의 존재를 반전으로(라도) 볼 수 있지 않느냐의 문제와도 맞물리는데. 안타깝게도 반전으로 보기에는 깔아놓은 밑밥의 수준과 정도가 빈약하며. 애초에 이 부분을 억지로 반전으로 만들기 위해 포커싱을 의도적으로 잘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초반부의 도일은 종두와의 크고 작은 마찰을 겪으면서도. 그다지 큰 무리 없이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 가는 맑은 눈의 광인에 불과하다. 뚜렷한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꼭 하나 집어 말한다면 누군가를 죽이려 하는 도일의 손을 저지하는 장면 정도.)
도일이 숨겨진 주인공임을 알게 되는 지점은, 더 이상 알파의 무자비한 행동으로 죽여댈 인물이 거의 없을 때 등장하는 성동일과, 파편처럼 등장하는 과거의 그림자가 합쳐지는 거의 극 후반부쯤이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이르는 동안. 도일은 그 어떤 임팩트 있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한 대 맞고 어딘가 널브러져 있다 정신을 차린 듯한 몽롱한 얼굴로 슬그머니 생존 신고를 할 뿐이다. 이 장면을 보며 누가 도일이 진짜 주인공임을 알고 환호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개조 인간들과 도일이 벌이는 결투마저도 진짜 주인공의 신고식이나 자기소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조잡하다 못해 빼버려도 부족하다 느끼지 않을.
영화는 자신들이 넘고 싶었던 수위와 클리셰를 없앴다는 허황된 꿈에 젖어 정작 설명해야 할 것들과 엮었어야 했을 모든 것들을 건너뛴다. 그러니 애초에 보려고 한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관객들이 느끼는 심정은 “속았다”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쯤 되니 제목에 대한 생각도 떨칠 수 없다.
과연 누가 늑대인가.라고 물어보았을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 힘들어진다. 영화는 늑대"를"사냥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늑대"가" 사냥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늑대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그 무언가가 존재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두 시간 남짓의 항해 동안 그 어떤 명확한 목적도 없이 안으로 곪아가는 것만 선택한 배의 최후는. 침몰밖에는 없는 것이겠지.
마치면서
한두 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특히 서인국과 성동일 배우의 연기는 섬뜩함을 넘어서서 초월적인 존재인 알파 보다도 더 두려움을 자아내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했으나, 영화가 마치 두 조각난 배처럼 완벽하게 나뉘어서 융합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연기로는 그 어떤 흠도 잡을 수 없는 배우들을 그저 소모품으로 써버린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잔인한 영화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단어 외에 뒤에 붙을 말이 없다는 사실은 영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 좋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잔인한데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들의 예가 많기 때문에.([악마를 보았다] 라던가. [킬빌] 이라던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수식어는 그 외에는 없다.
[이 글의 TMI]
1. 이제 추워서 긴 팔을 입어도 아무렇지 않다.
2. 이럴 때 걸어 다니는 거 좋아서 괜히 출근할 때도 빙 둘러가는 중.
3. 아 물론 회사 가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음.
4. 커피를 끊어볼까 하고 깝죽거리다가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5. 앞으론 그냥 안 까불고 하루 한 잔만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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