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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Oct 24. 2019

(8) 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진화의 배신/Red queen이 타고 다니는 애마는? 트로이의 목마!!

작가:리 골드먼 지음/김희정 옮김

출판사:부키

이 책은?:인간의 진화와 더불어 야기된 부작용들에 대해 이야기 한 책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현대인의 진화과정을 보고 싶다면?

2. 유전자와 우리의 상관 관계는?

3.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책의 구성 및 내용]

                                    

      1부: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의 비밀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2부:현대 사회에서 우리 몸 보호하기

6장]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7장] 우리 행동 바꾸기

8장]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개인적 견해 및 서평]

붉은 여왕이 탄  트로이 목마는 선물인가 재앙의 씨앗인가?


내가 아직 학교를 가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 한글을 다 알지 못하는 나를 위해, 할아버지는 내게 읽어줄 책을 먼저 읽고 요약을 해서 온갖 손짓 발짓을 다해 구연동화를 해주곤 하셨다. 그중에는 백신의 역사도 있었고, 콩쥐 팥쥐도 있었고, 삼국지도 있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역시나 이상한 나라의(거울나라의) 앨리스였다. 할아버지가 토끼 흉내를 낼 때면 작은 토끼가 되어 함께 깡총거렸고, 앨리스의 몸이 집채만큼 커져버렸을 땐 속이 상해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빨리 작아지게 해달라고 두 눈을 꼭 감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어찌나 앨리스를 좋아했던지, 할아버지가 그 어떤 이야기를 해주셔도 늘 끝은 앨리스 만세였다.(극한 직업, 할아버지 편:루이스 캐럴 나와라) 


그날도 아마 내가 졸랐을 것이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여느 때와 달리 할아버지는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미모로 이름을 날리던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에게 반해 모든 것을 버리고 트로이로 건너가 버렸단다. 화가 난 그리스 원정대가 트로이로 침입해 10여 년에 걸친 전쟁을 펼치게 되었다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에페이우스는 커다란 목마를 만들었고, 이것이 선물인 것처럼 남겨놓고 철수하는 것처럼 위장하게 된다. 의심해 봐야 한다는 그 누군가의 말을 무시한 채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도시 안으로 들여다 놓자 그 목마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인들로 인해 전쟁에 패하게 된 이야기.  


그랬다. 바로 트로이 전투(Trojan War)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였지만 어린 내가 이해하기엔 등장인물의 이름이 너무 많고 어려웠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내가 익히 아는 앨리스 속에 나온 모든 인물들을 총출동시킨 전쟁 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셨었고 나는 트로이의 목마에 앨리스 한 번, 붉은 여왕 한 번 사이좋게 태운 채 이랴 이랴를 외치는 괴작 한 편을 만들어 냈었다.(극한직업, 할아버지 편 II:루이스 캐럴 빨리 좀 나와라. 얘좀 데려가라. 아 쫌 )


“그래서 트로이의 목마 주인이 누구니?”

그런 괴작을 만들어 낸 주제에 신나 있는 내게 할아버지는 웃으며 물었었다. 당연히 앨리스지 할아버지. 라며 나는 마지막을 앨리스의 승리로 이끌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붉은 여왕 일 것이다.


나는 이 트로이 목마를 탄 붉은 여왕이 책을 설명하기 좋은 예시라고 생각했다.  우선 붉은 여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단다.
붉은 여왕 이론(Red Queen Theory)이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야기. 있는 힘껏 달려도 겨우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앨리스의 질문에 붉은 여왕은

 "이 곳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서 있고 싶으면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해, 만약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아까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하지"

라고 말한다. 진화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주변 자연환경을 비롯한 경쟁 대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 진화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자생존에 뒤처지게 되며, 자연계의 진화 경쟁에선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함을 뜻한다.(위키피디아)


왕관을 쓰려거든 그 무게를 견디라 했다.


여왕이, 이 지구 상에서 살아남는 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멈출 수 없이 계속해서 달려 나가야 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쉽게 말해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변화하는 환경(Environments, Surrounding)을 내 페이스 메이커로 둔 끝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우리는 필연을 가장한 우연의 결과로 크고 작은 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강한 전사의 몸을 가진 아킬레우스이지만, 그의 발 뒤꿈치는 화살 한 발 만으로도 그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이렇듯 진화(Evolution)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가 승자에 의해 쓰이기 때문에 그렇다. 도태된 자들은 남아날 수 없었고, 그 결과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수 없었다. 그뿐이랴. 진화의 현실은 선물이라는 탈을 썼지만 결국은 자신들을 파멸시켰던 트로이의 목마처럼 내면에는 많은 재앙들을 담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손의 자유를 얻게 되고 그로 인해 뇌의 발달을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디스크라는 병을 가지게 된 것처럼. 승리(진화)했다고 자만하는 순간, 그 트로피는 우리들을 공격하게 된다. 바로 우리들을 승리로 이끌게 한 그 방법이 결국은 우리의 아킬레스 건이 되는 셈이다. (책의 목차를 잘 살펴보라. 우리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 매우 필요했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더 절망적인(?) 뉴스는 바로 내 페이스 메이커에서부터 나온다.

자연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하더라도, 그리고 유전자뿐 아니라 후성 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 자연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6장: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396p)


그렇다.

더 이상 붉은 여왕은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잡을 수 없다. 혹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개인적인 견해는 힘들어도 아등바등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쪽이다) 붉은 여왕이 질 수 없다 생각해 더 크고 빠른 트로이의 목마에 올라타는 선택을 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괴로움에 빠져 허덕거리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영영 진화의 부작용에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대로 도태되는 것, 혹은 고통받는 것이 결국은 붉은 여왕의 마지막인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진화의 트로이 목마에 숨어있던 부작용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다. 그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이룩한 의학, 과학 기술이 그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중대한 병들을 모두 정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고 현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게 해주는 약들의 발전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AIDS도 죽을병에서 care는 가능한 병이 되지 않았는가.  또한 현재 우리는 유전정보 물질인 DNA를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기술의 개발을 이룩해 냈다(CRISPR-Cas9 system). 현재 많은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근원적인 유전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20만 년간 온갖 난관을 이겨낸 뛰어난 뇌가 있다.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십분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환경을 이토록 빠르게 변화시켜 이런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도 우리 뇌의 힘이 아닌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8장: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513p)


이 지긋지긋한 달리기를 끝낼 방법은 단 두 가지이다. 붉은 여왕이 달리기를 포기하거나, 내 페이스 메이커가 달리기를 포기하거나.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트로이의 목마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추신.

최근에 할아버지가 왜 그런 질문을 내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나와 비슷한 계열의 교수님이었고, 나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아마 귀한 손녀가 자신과 비슷한 필드에서 일하기를 간절히 바랬던 한 연구가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질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이젠 할아버지의 구연동화도, 할아버지에게 대답을 해 드릴 수 없는 것도, 할아버지의 질문을 들을 수 없는 것도 아쉽지만. 할아버지의 그 수많은 질문들 속에서 나는 성장했고, 답을 찾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오늘도 그래서 또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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