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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Jan 10. 2020

(19)문해력 높이기:발버둥 프로젝트

닥터스 씽킹

이 글은 씽큐베이션 4기 Medical CSI 의 두 번째 서평입니다

작가:제롬 그루프먼 지음/이문희 옮김

출판사:해냄

이 책은?:의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의사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2. 전지전능한 의사가 아닌 인간으로의 의사를 보고 싶다면?

3. 당신과 의사와의 궁합은 몇 점인지 알고 싶다면?



[서평:프로메테우스와 우리]

그림출처 Reference


한 사나이가 있었다.

티탄 신족 이아페토스의 아들이자,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이름에 걸맞은 능력으로 신의 왕에게 총애를 받았다. 왕은 그에게 인간을 만들 기회를 주었고, 그는 신들의 형상을 빌려 인간을 만들었다. 왕은 그런 인간이 탐탁지 않아, 생각하는 자의 피조물을 모조리 없애고 더 나은 피조물을 만들려 했다. 그 사나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고통받는 것이 불쌍하고 가여워 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불을 몰래 훔쳐주었다. 그 덕에 인간들은 풍요로운 세월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이를 안 신들의 왕 제우스는 분노하여 그에게 형벌을 주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의학이라는 것을 기초로 사람을 치료하고 돌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직업이 보장하는 높은 사회적 지위는 어쩌면 그들이 다루는 생명의 중요성을 반증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병이 인간을 무차별하게 쓰러뜨릴 때도, 아직 방법이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던 대처법이 있음을 알려주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병의 두려움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생명을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그들은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매일 태양이 작열하는 한낯.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인 채, 그는 독수리에게 자신의 생간(Liver)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그렇게 죽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의 간은 매일 아침이면 다시 새것으로 돌아왔다. 그의 능력이 아까웠던 신의 왕은 그를 꼬드겼지만, 그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절대 굽히지 않았고 형벌 역시도 영원히 반복되었다.  


>>하지만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 중간자였던 그들에겐 아직은 완벽하게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들은 매일같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소우주(Universe)처럼 다양한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 형벌 아닌 형벌을 받게 되었다. 냉정하게만 보이는 그들도 실상은 그 소우주의 방대함과 복잡함 앞에서 좌절하고 길을 잃고 헤맨다. 또한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생충 같은 생각의 오류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을 괴롭히며 옳은 선택의 종지부를 찍지 못하게 흔들고 또 흔든다.


무엇보다 가혹한 것은, 그 어떤 사람도 그들의 선택을 도와줄 순 없다는 것이 아닐까. 설령 실수를 통해 소우주 하나에 불이 완전히 꺼져버린다 해도. 앞으로 나아가며 그 실수를 딛고 일어서 살아가야 하는 것.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절대 지름길을 탐하지 않은 채, 다시 눈을 들어 환자를 새로 맞이 해야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의사들이 겪고 있는 끊을 수 없는 형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사 없어요. 있다 해도 default 가 아닙니다. 착각하지 말아요.

그림출처

팽팽하고 굵은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겨, 독수리를 죽여준 것은 아주 힘이 센 자.

형벌의 노예였던 그는 마침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영겁의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힘이 센 자에게 그는 보답으로 지혜를 주었고, 힘이 센 자는 12가지 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사들을 도울 방법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사든 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 인간의 판단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어떤 의사도 항상 옳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들의 형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체에서 떠들어 대는 의사들의 모습이 실제 의사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음을 인지하고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서로간의 한계를 완벽하게 인지 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구하는 것. 환자와 의사 간의 사이에서 그 것이 전제로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얻고자 했던 진실한 도움을 얻어 병에서 오는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태 받아오던 형벌의 무게도, 피로도 잊은 채, 그가 가장 먼저 달려 간 곳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던 인간들이 살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간들의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모습에, 실망해 버렸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당신은 헤라클레스가 되어 그의 형벌을 덜어내 줄 것인가.

프로메테우스의 은혜도 모른 채 그에게 등을 돌려 또다른 형벌을 맞이할 것인가.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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