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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02. 2020

[Ep5]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앞으론 돈으로 줄래?

Q5.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봅시다.

———

세계 행복 지수를 보고하는 기관에서는 행복을 측정하는 도구로 6가지 요소를 지정했습니다. 공동체 의식, 돈, 건강, 자유, 신뢰, 그리고 친절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더 나은 진화를 이루기 위해 ‘행복’을 얻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보다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행복은 너무나 필요한 요소입니다.

6가지 요소 중에서 행복을 느끼는 상황을 떠올려 보고 에피소드를 글로 적어봅시다.

Bottoms up!! 도망은 가지 마시고.

20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한 알바는 이른바 룸소주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의 캐셔였다. 

IMF 때 기울었던 가세는 나의 10대도 모자라 20대까지 잠식하고 있었다.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의 알바는 내게 피로(Fatigue)도 선물했지만, 세상에 대한 불신과 증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늘 내 퇴근 시간에 맞춰 퀵배송으로 선물해줬다. 


사회적 나이에 맞게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장의 무게도 나눠지게 된 맏딸이 불쌍하고 또 미안했는지, 아빠는 내가 극구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늘 새벽이면 나를 태우러 가게 앞까지 차를 몰고 오시곤 했다. 


나는 그냥 쓰러져 잤으면 하는 마음 외엔 아무 생각이 없었건만. 아빠는 빈속에 자면 속 버린다며 새벽같이 문을 연 기사식당으로 나를 데려가 부득불 밥을 먹이곤 하셨다. 저 고집을 어떻게 이겨.라는 생각에 한숨을 푹 한번 쉬고. 나는 아빠와 함께 매일 아침 7시의 만찬을 밀린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맞이했다. 


졸려 죽겠는데. 이 만찬은 다 뭐예요 아빠?

그림출처

"시락국밥 두 개랑, 어묵 가락국수 하고, 김밥도 두줄 주이소"


몸이 좋지 않아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 늘 반공기의 밥도 겨우 드시는 게 아빠였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음식을 시키는 아빠의 얼굴은 약간 들떠 보이기까지 했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늘 순두부에 된장찌개를 시키는 우리가 다른 메뉴를, 그것도 많이, 시키니 주인아주머니도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아유 오늘 누구 생일인가 봐요"


딸과 함께 먹는 이 식사가 하루의 마지막끼가 될지도 모르는 아빠.

 그 한 끼 생일밥을 딸과 함께 먹고 싶어 만찬으로 준비한 아빠.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없었다면 절대 오늘이 아빠의 생일인지 몰랐을 딸. 

  

오늘은 줄 수 있을까. 너무 작은 선물은 아닐까. 그냥 내년에 드릴까.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일 하는 내내 가방 안에 잘 있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애꿎은 포장을 뜯었다 다시 붙였다 하며 괜히 한 번 더 만지작만지작거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빠의 차에 타서 선물을 건넸다. 

마치 조선시대 사람이 카세트테이프를 보는 것처럼. 아빠는 한참이고 그 선물을 쳐다만 보다가 조심해서 주머니에 넣었다. 


아빠와 나 사이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지만. 공기는 전혀 무겁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공기 가득 생략된 말 들이 오고 갔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고맙다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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