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x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Aug 29. 2020

교오양?이이게 내 교오양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그림출처

이 글은 [와이 우먼 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이프릴. 4월의 봄처럼 피어나는 나의 연적.

그림출처

자존감은 인간의 근본 욕구다. 우리가 이해하거나 동의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25P

자신에게 알맞은 기회와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경우, 대부분 예외 없이 알맞은 기회를 택한다. 그 선택으로 많은 사람이 비극적인 인생을 맞게 된다. 그것이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는 최상의 만족인 셈이다-36P

자기 존중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뜻한다. 자신에게 살아갈 권리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 자신의 생각과 욕구와 필요를 적절히 주장하는 데서 얻는 위안, 그리고 기쁨과 성취감을 누리는 것이 자신의 타고난 권리라는 느낌이 여기에 포함된다.-60p

 유니콘을 눈 앞에서 보았다면 이런 느낌일까.

남편의 내연녀를 눈 앞에서 봤을 때. 베스 앤은 머릿속으로 그토록 부정했던 상상 속의 유니콘을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낯설었고, 두려웠지만 실존하는. 그리고 그 어떤 정보도 없기에 궁금하기까지 한 내 앞의 그 존재. 아무것도 모르는 에이프릴은 베스 앤 에게 친절했고. 단지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내연녀를 찾아갔던 베스 앤을 무안하게 했다. 엉겁결에 친구가 되어버린 베스 앤과 에이프릴, 자신의 부적절한 연애를 말할 곳이 없었던 에이프릴은 마치 자신을 다 이해해주는 것만 같은 실라(베스 앤의 친구 이름이자 에이프릴을 만날 때 베스 앤이 쓰는 이름)에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성실하고 자신에게 한없이 자상했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에 상처를 가득 입은 베스 앤은 롭에게, 그리고 에이프릴에게 휘둘리기 시작한다. 바람을 피우는 원인이 무력감에 빠진 롭의 부인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 에이프릴 덕에 일주일치 생활비를 쇼핑에 퍼붓고 나체로 롭 앞에 있어봐도, 삼식이 롭은 더 이상 미트로프 외에는 아무것도 베스 앤 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마티니엔 올리브. 당신에겐 복수. 완벽한 조합이죠.

그림출처

우리가 대처해야 할 현실의 중대한 국면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지거나, 삶의 핵심 문제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생각의 끝을 계속 이어갈 수 없거나, 어떠한 의미에서든 현실이 자신의 자존감에 장애물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 -95p

낮은 자존감의 기반과 동력은 자신감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포에서 탈출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다. -97p

타인에게 긍정적 인상을 심어 줘야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만 있다면, 아내와 어머니가 될 수만 있다면, 훌륭한 부양자로 보일 수만 있다면, 더 큰 차를 살 형편만 된다면, 책을 한 권 더 쓸 수 있다면, 회사 하나를 더 소유할 수 있다면, 애인이 더 있다면, 상을 하나 더 탄다면, 나의 '헌신'이 더 많은 인정을 받는다면, 그러면 정말 나 자신에 대해 마음이 편해질 텐데"-101p

롭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롭의 생활은 마치 문화재의 생애와 같아서, 유지하는데 많은 힘이 들고 다들 부러워 하지만 경직되어 있는 삶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딸 에밀리가 죽은 것 역시 베스 앤의 잘못이었기에.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허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남편이 자신에게 조금씩 등을 돌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신을 다해 그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지만. 자신에겐 직업도 없었다. 누군가의 와이프라는 것. 남편이 없다면 남편의 미망인이라는 타이틀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이 베스 앤 자신이었으므로. 그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자신이 더 노력해서 좋은 부인이 되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욱 사랑받을 '짓'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과 친해지면서 조금씩 더 가수로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에이프릴을 보며. 베스 앤 역시 잊고 있었지만 좋아했던 피아노에 대한 열정도 다시 깨우치게 된다. 누군가가 없으면 마티니에 넣을 올리브 하나 찾지 못하는 롭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버리며 살아왔는지. 야밤에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하며. 베스 앤은 깨닫고 다짐한다. 자신의 인생에 롭이 없다면. 마치 완성되지 않은 마티니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베스 앤 으로의 삶을 살겠다고.


화목해 보이지만. 메리는 그 어둡고 추악한 그림자를 화장으로 가려야 했다.

그림출처

정신적으로 혼란한 상태에서 살아간다면, 자신이 유능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정신은 기본적인 생존 도구이다. 정신을 저버리면 자존감도 고통받는다. 가장 손쉽게 정신을 배신하는 방법은 자신을 당혹스럽게 하는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다-121p

우리는 생각하기와 생각하지 않기, 현실에 대한 책임감과 책임 회피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면서 자기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감을 잡아간다. 이런 선택들을 우리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정신 깊은 곳에 쌓이는데, 그렇게 쌓인 결과가 바로 우리가 '자존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손에 넣는 명성인 셈이다. -122p

돌이켜 생각해보니. 베스 앤도, 에이프릴도. 이런 같잖은 롭에게는 너무 과분한 여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남편이 다시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에이프릴과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메리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건네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 남자의 부속품으로써의 삶이 아닌.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그리고 마리화나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삶이 더 좋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베스 앤 이었지만. 자신을 끝까지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에밀리였다. 끝내 이 고리에 계속 머물게 하는 베스 앤의 깊은 자괴감과 죄책감의 늪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삼식이 롭이 덜어주었다. 에밀리가 죽던 날이었다. 베스 앤과 에밀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좀 더 빨리 집에 도착했다. 롭과 바람을 피우던 롭의 비서가 도망을 가다 뒷문을 잠그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에밀리가 차도에 뛰쳐나가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롭은 그 사실을 알고도 그 모든 죄책감을 베스 앤 에게 여태껏 뒤집어씌워 왔음을 비서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베스 앤의 오랜 죄책감은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배신감 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녀의 표정이, 미소가, 옷이. 더 이상 예전의 베스 앤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출처

 자존감은 결과물이다. 즉 내면에서 비롯한 실천의 결과물이므로,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물론이고 타인의 자존감도 직접 곧장 변화 시킬 수는 없다. -116P

자신을 상대로 저지르는 가장 큰 범죄는 자기 결점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위대함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178p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다. 나에게 존재할 권리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아무도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7p

자존감을 지키려면 개인의 책임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권한이 없다면 책임이 따르지 않으며, 책임이 없다면 자기 비난을 할 합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후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죄책감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245p

베스 앤이 롭에게 줄 것은 이제 단 하나뿐이었다. 여태껏 자신을 억누르고 통제해 온 대가. 바로 롭의 남은 생이었다. 더 이상 암에 걸렸다는 거짓말도, 자신의 이웃인 실라의 이름을 써가며 에이프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롭의 생활이 문화재 같아 답답할지언정, 마리화나를 하는 것도, 바람을 피우는 것도. 자신을 탓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으며 자신은 그런 롭에게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베스 앤은 알게 되었다.


그녀가 쥐어 주는 마지막 기회 조차 보기 좋게 멀리 던져버린 삼식이 롭은,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그는 장전되지 않아 총알이 발사되지 않음에 허탈해하는 표정을 베스 앤에게 살아생전의 마지막 초라한 모습으로 남긴 채. 무차별 총질의 희생양이 된다. 


롭은 죽었다. 베스 앤의 모든 상처와 허물들을 가지고. 베스 앤은 깔끔하게 집을 팔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자신의 목표와 목적이 있는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서였다. 행복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요령이 있다면. 살면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겠지. 그녀는 새로 자신의 집을 사러 온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닌, 어쩌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말을 해주며. 그녀는 그곳을 떠났다. 영원히.




참고자료

왓챠 플레이 [와이 우먼 킬]

[자존감의 여섯 기둥]


이 글의 TMI

1. 와이 우먼 킬에서 루시 리우 &잭 데이븐포트 커플 응원한다.

2. 잭 데이븐 포트는 킹스맨, 캐리비안의 해적, 리플리에 나왔다.

3. 8/20일부터 수도권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였으므로 테넷을 다시 한번 볼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이걸 보기로 결정.

4.이거 쓰면서 수제버거 시켜 먹었는데 노맛이었음.내돈.ㅠ


#왓챠 #왓챠플레이 #와이우먼킬 #독서 #서평 #영화 #자존감의여섯기둥 

    









매거진의 이전글 금자의 신세계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