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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Sep 24. 2020

병맛이 최고야, 짜릿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그림출처

빅 픽처 그리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때도 있어요 

그림출처

누군가가 보기에는 '글 '이라고 부르기엔 한참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나도 '내 방식'이라는 달걀물을 고이 입혀 내 글을 노릇노릇 구워내는데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잘 구웠다고는 안 했다.) '내 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와 책을 크로스 오버(?) 해서 쓰는 것이다. 누군가는 새롭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쓰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이유 밖엔 없었다. 하나는 태생이 관종이라서다. 기왕 글 쓸 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쓸 자신은 없으니 튀기라도 해보자.라는 알량한 생각. 나머지 하나는 글 실력이 부족하니 많은 이미지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를 차용해서 밑 빠진 독을 일단 메꿔보기라도 하자.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힘들 때도 많지만, 이런 시도를 바탕으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 또한 하나의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덕분에 열심히 아이디어를 메모하며 하나하나 실현해가는 보람이 늘곤 한다. 그 경험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도 누구보다 풍부해짐은 두 말해야 입 아플 정도다. 이번 책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에서는 내가 [영화 x책] 매거진을 쓸 때 염두에 뒀던 몇 가지 방법들을 그리고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독서 노트를 쓰다가, 이렇게 아이디어를 적어놓곤 합니다. 
1. 영화 대사나 모티브 따오기.
'나는 그의 간을 훌륭한 키안티 와인에 곁들여 먹었지.
'저는 그 여자와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입니다'
이 문장들이 익숙한가? 그렇다면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를 연기한 엔서니 홉킨스의 오싹한 목소리나 성추문을  일으켰던 미국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의 자신감 있는 느린 말투, 또는 달나라에 착륙한 우주 비 해사 닐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는 수신기를 통해 흘러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특정 인물과 단어를 읽을 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떠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21p

책과 콜라보할 영화는 보통 책을 읽다가 한 번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심할 때는 책의 한 문장, 혹은 한 단어 만으로도 뻥 하고 튀어올라 머릿속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한 번에 많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 내용에 따라 보통 한 영화로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탐나는 플랜 B가 있어서 더 써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보통은 첫 번째로 선택한 영화로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간의 공감각이 남아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과 비슷한 색깔이나 냄새를 가진 영화를 골라내는 작업을 할 때 매우 수월하다. 예를 들면 이 책이 읽을 때 광택재를 바른 80년 된 나무 바닥 냄새를 가졌다면 내 머릿속에서 정리된 영화들 중 비슷한 냄새나 색을 가진 영화 파트로 껑충 뛰어들어 디테일 부분에서만 내가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영화나 고를 수는 없다. 영화도 '어느 정도'는 알려진 영화이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을수록 내가 편해진다. 그래야 내가 대사나 분위기를 바탕으로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하나의 글의 유니버스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레알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만 올리는 격)


그래서 이거 서평이여 영화 요약이여.
2. 영화를 앞세우기
뇌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경과학자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사람들에게 내 뜻과 생각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메시지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31p

"우리는 이미 절반쯤 알고 있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의 작가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을 기억한다-제레드 쿠니 호바스 

그런데 이것은 서평인데, 왜 하필 영화가 메인인 것처럼 보이게 썼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내가 이런 스타일의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잘 쓰는 건 언젠가는 얻어걸릴 거라고 생각했으니, 책을 앞세워 너무 무겁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것, 혹은 대충은 들어 알고 있는 것들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책에서 내가 선택한 영화의 주인공들의 마음과 비슷했을 것 같은 내용들은 모조리 적어두기 때문에 독서를 마치고 나면 그 노트를 보며 내 서평의 문단들을 맞춰나간다. 


고로 나는 책이 주는 이미지보다는 영화가 주는 시각적 혹은 청각적 이미지를 끌어와서 책을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싶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독서로 이끌면 더 좋을 것이고, 그 영화까지 함께 보게 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엄연히 이것이 글, 활자, 인 것에는 변함이 없기에 나는 이 구성 외에도 다른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 바로 그림, 혹은 사진이다. 


병맛스러워져라, 병맛스러워져라.
3. 제목이나 썸네일, 사진 고르기
'시각은 청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 시각이 청각을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만큼이나 '청각 또한 시각을 이끈다'-50p

청각과 시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듣는 것이 우리가 보는 것과 결합될 때, 완전히 새로운 전체가 나타난다.'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문장은 청각과 시각의 감각 통합에 너무나 딱 들어맞는다.-50p

내가 당신에게 오직 삽화만 보여주었다면 당신은 삽화가 매우 감성적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이해하는 데 좀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함께 제시되는 설명글을 접하는 동안 특정한 몇몇 디테일들이 이해와 논리의 완결을 위해 중요성을 획득한다. 그 밖의 다른 요소들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의미 있는 이해'가 점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58p

청각은 혼자서도 제 역할을 다한다. 시각 또한 혼자서 제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청각과 시각이 함께하면 그 역할은 각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각각의 역할을 통해 얻어진 가치보다 훨씬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63p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업로드하는 것은 글이지 영상이 아니기에, 두 시간이 넘는 영화와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는 매체를 다섯 문단 이하의 길이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고로 그림은 썸네일을 제외하고 최대 다섯~여섯 장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꼭 넣고 싶어 하는 그림도 있지만 그림이나 사진은 내가 열 문장 타이핑하는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진을 고르려고 애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장면을 기억해 낼 것이고, 동시에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그 영화의 분위기, 줄거리, 심지어는 주인공의 감정까지 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조용해질 것이고, 독자는 느끼는 이미지가 사진 한 장으로 머리와 마음속을 꽉 채울 수 있게 된다. 


썸네일 또한 내 글의 분위기를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은 걸로 고른다. 그리고 제목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것 같은, 하지만 완전히는 같지 않게 살짝 한 번은 비틀어 짓는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묻히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튼버러 효과(Attenborough Effect: 특정 자료를 준비하며 너무 사소한 것에 열중하지 말고 콘텐츠와 아이디어, 스토리를 다듬는데 시간을 쏟아야 함을 말한다.)도 잊지 않는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영화와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고 매끄럽게 엮어 이런 책도 있구나, 혹은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지 사진 예쁜 것을 때려 박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기 때문다.(아 물론 맥어보이는 너무 예뻐서 어쩔 수 없었음) 


글 쓸 때의 머릿속만 이러면 좋으련만, 책상도 이렇다. 장난 없다. 진짜. 
3. 나의 작업(?) 환경 속에서 글 쓰기
한 장소 또는 특정한 환경에서만 공부와 훈련과 연습을 한다면, 우리의 학습은 그 특정한 위치나 상황에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같은 맥락 속에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밖의 다른 공간에서는 미흡한 성과를 기록할 수도 있다. 다양한 장소나 환경에서 공부와 훈련과 연습을 한다면, 학습은 특정한 장소와 상황에서 분리된다. 그러면 우리는 다양한 상황과 조건, 새로운 맥락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129p

음악은 뇌 안에서 확률 공명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음악이 당신의 귀로 들어가 뇌의 특정 영역 안에서 어떤 패턴을 촉발할 때, 이 패턴들은 당신의 집중력 네트워크를 통해 공명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해석하는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유의사항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올바른 음악적 수준은 없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완벽한 노이즈의 양이,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을 수 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학습할 때 듣는 음악은 확률 공명을 일으키는 백색소음일 뿐이어야 한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음악이란, 그것에 집중하지 않을 만큼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139p 

우리는 종종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뭔가를 할 때마다 측면 전두엽 피질 내에서 규칙 집합을 교환하면서, 작업들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할 뿐이다.-156p

그렇게 글이 순조롭게(?) 써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정말 경기도 오산이라는 말 외에는 해 줄 말이 없다. 엄마가 내가 글 쓸 때의 모습을 보았다면. 나의 등은 하도 맞아서 이미 구멍이 뚫려 폐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너덜너덜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개차반이다. 요란하기 그지없다. 멀티태스킹 따위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나는 이젠 난리가 아니면 쓸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일단 크지도 않은 노트북 화면을 2분 할로 나눠 한쪽에는 브런치 창을 띄워놓고 나머지 한쪽에는 왓챠 플레이를 틀어놓는다. 잘 안 써지면 유튜브도 틀어놓는다. 만약 그때 꽂혀있는 노래가 있다면 보통 그 노래를 무한반복하며 민폐 수준의 노래 실력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우며 글을 쓴다.(노래를 듣다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있다.)  


만약 그런 노래가 없다면, 내가 고른 영화를 왓챠에서 재생하며 혹시라도 내가 놓쳤던 대사나 장면들을 수집한다. 그러면서 글을 써내려 나간다. 그 영화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글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영화가 한 번 재생된 뒤엔 다시 재생해도 다시 그 영화 속 사람들과 접신의 경지로 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물론 세 번을 넘게 보고 쓴 서평도 있긴 했다. )


쓰는 내내 물이나 우엉차를 신경질 적으로 원샷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니 일부러 샷 잔에 마심. 술 인척 하려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복도에 컴퓨터를 들고나가서 쓰기도 한다. 커피숍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간다. 글이 잘 쓰일 것 같으면 어디든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쓴다. (실제로 샤워하기 전에 화장실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쓴 적도 있었다.) 


이런 고난의 두 시간 정도를 보내 겨우 내 묵은 변비 같은 글을 발행하는 것이다. 


뭐여 저게.라고 생각하겠지만. 익숙해지면 또 취향이 되실지도 모르죠.
4. 병맛은 내 운명. 

나는 어쩌면 정석대로의 글 쓰기를 하고 있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것을 논리 없는 글쓰기라고도 말하고 또 누군가는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나는 스스로가 그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음에 행복할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다른 시도들을 하며 내가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인도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취미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병맛이라 놀리면 어떤가. 

내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스스로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참고자료]

1.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2. 내 Brunch


[이 글의 TMI]

1.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인데 책의 챕터 변환이 빠르고 내용이 깊지가 않아서 서평 쓰기 힘들었음.

2. 회사 도서관에서 제일 신간 신청 많이 한다고 혼남(?)

3. 처음엔 타짜 시리즈를 쓰려고 했음. 그러나 내 전 서평이 타짜랑 엮여있어 안 씀. 

4. 오늘 할 게 너무 많아서 처음으로 35분 만에 후려갈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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