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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13. 2020

Shape of water

(24-1)뮤지코필리아

그림출처

공포. 그것은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마구 커져가는 것.

그림출처

내가 무서워했던 그 삼촌은. 

참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린 내가 까마득히 올려다보아야 겨우 얼굴을 쳐다볼 수 있었던 점 또한. 그 삼촌에 대한 실체 없는 공포감을 키워주기 충분했다. 거기다 삼촌과 말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삼촌에게 말을 했기에. 어린 마음에 그 삼촌에 대한 나의 생각은 더욱더 부정적이기만 했다. 


삼촌 덕에 집으로 가는 길 전부가 두려움과 낯섦으로 채워진 적도 있었다.

나는 바이올린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오늘부터 며칠간 그 삼촌이 머물 것이라고 부모님이 내게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몸집만 한 바이올린을 들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서는 그 길이. 나는 여태 내가 살아온 작고 하찮은 인생을 다 걸고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삼촌 안녕하세요. 


꼬마의 두려움을 담은 인사는, 채 삼촌의 곁에 가지도 못한 채 공중에서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삼촌 역시도 그런 인사는 관심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뒤따라 들어온 아빠는 삼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삼촌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의 목소리는 크고 격앙되어 있었다. 화가 났나.라는 생각이 들어 거실 소파에 바이올린을 던져 놓고 슬그머니 삼촌의 방을 보았다. 아빠는 삼촌에게 큰 목소리, 그리고 손짓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만 쓸 수 있는 언어로 삼촌에게 말을 걸고 삼촌을 판단했다.

그림출처


수화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제야 나는 삼촌의 이해되지 않던 행동들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삼촌의 청력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기에, 내가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모두 삼촌에게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듯이 말을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삼촌을 감싸고 있던 두려움이라는 외투가 한 꺼풀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했던가.  그 뒤로는, 어린 마음에. 삼촌이 좋아졌다.

귀가 있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족들은, 내가 시도 때도 없이 바이올린이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통에 내게 날 선 말들을 하곤 했지만. 삼촌은 내가 음표들로 난장판을 채우는 거실 한 복판에 있어도 아무 말 없이 앉아있어 주었다. 삼촌에게 손짓 발짓해가며 다음 곡은 이런 곡이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삼촌은 그저 빙긋 웃고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느덧 삼촌에 대한 공포감이 알 수 없는 유대감으로 바뀌어 가던 도중에. 나는 다시 한번 이제는 내가 가진 공포감에 맞닥뜨려야 할 때가 왔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는 괴물이래"

"난 괴물 아니야. "

"그런 거 없댔어."

"아니야 있어!!" 

"없어 이 병신아!! 너네 삼촌도 귀머거리 병신이지? 너네 집엔 병신만 있냐??"


괜찮아. 내가 믿으니까. 

그림출처

부모님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싹수가 노란 것들은 교육받을 가치도 없다며 나를 놀린 친구들의 부모님께 모조리 전화를 걸었다. 뭐라고 했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빠는 미친 듯이 화를 냈고,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 우리 집에 와서 울며 불며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도 부모님은 화를 풀지 않았다. 나는 내 방에서 단지 삼촌의 품에 안겨서 훌쩍거리며 그 광경을 소리로만 받아들였다. 따뜻하고 큰 손으로 나를 토닥거리며. 삼촌은 어눌하고 다 뭉개진 발음으로. 



괜찮아.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말해주었다. 


2부에서 계속



작가:올리버 색스 지음/장호연 옮김

출판사:알마

이 책은?:신경정신학적인 진단 아래, 하지만 같은 음악 아래. 

평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1.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 음악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3. 환자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책을 찾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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