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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Feb 06. 2020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잠

(23)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그림출처


[서평: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잠.]

출근시간은 지키면서 퇴근시간은 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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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겠습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내 뒤로 무수한 시선들이 날아와 꽂혔다. 소리만 없었지. 모든 직원들은 내게 저게 미쳤나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칼퇴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잠을 8시간 자기 위함이었다.


그쁜인가. 다음날 아침 회의 시간에 와서 한다는 말이 앞으로 맡은 일의 70%만 하겠습니다. 라니. 이번엔 모든 직원들이 시선과 소리를 함께 결합해 내게 많은 말을 했다.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나는 단숨에 한 부서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돌+아이로 급상승할 수 있었다.


당연히 상사에게 불려 갔고, 당연히 무슨 일인지 말을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도 들었다. 그리고 내 대답은 여전히 단순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전 이제부터 8시간을 자야 한다니까요."

"야 인마 그게 가당키나 해?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8시간씩이나 잔다는 거야!! 일 안 할 거야!!"


무서웠어야 했는데. 무섭지가 않았다.

나도 어지간히 돌+아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빨리 퇴근하기 위한 시나리오만 머릿속으로 굴려댔다. 그리고  그날도. 그리고 다음날도. 또 다음 주도. 매번 6시면 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욕설 아닌 욕을 눈으로 말로 내뱉던 사람들도.  아침 회의 때마다  비꼬던 상사들도. 점점 나를 원망, 혹은 욕하던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 또한 간단했다.

out put의 상승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의 변한 점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따라 하는 건 좋은데 본질은 아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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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우리 부서의 분위기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퇴근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 봐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를 보며, 우리의 주 목적지가 더 이상 스타벅스가 아닌 오설록이 되어갔다. 매일 단 10분이라도 해가 떠 있을 때 산책을 하는 나를 따라 산책을 하는 직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아이패드 광신도였던 내가 아이패드를 두고 다니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사내 프린트 양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실시하는 직원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와 각종 피검사의 결과를 본 직원들은, 결국 나의 비밀 처방전을 굳게 믿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사장님께 불려 가게 되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내 월례 보고서와 이 책을 내밀었다. 깔 수 있으면 까 봐라.라는 약간은 오만함도 섞인 태도였다. 사장님은 내가 내민 책은 힐끔 쳐다보았을 뿐. 더는 시선도 관심도 주지 않았지만. 월례 보고서는 달랐다. 송충이 눈썹이 점점 일자 눈썹으로 바뀌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고 볼 거야.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수군거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그렇게 8시간을 자는 삶으로 고정되었다. 처음엔 우연이겠지. 집에서 잠은 안 자고 쉬니까 저렇겠지.라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그런 시기 어린 목소리들은 점점 수그러들었다. 나를 따라 하겠다며 나와 함께 퇴근하는 객기를 부렸다가 잠은 안 자고 밤마다 술을 마시는 바람에 다음날 출근을 늦게하는 직원들이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그 직원들이 혼나는 소리를 벽 하나 사이로 들으며, 나는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할 뿐이었다.


8시간 수면으로 이뤄낸 inner peace. 이게 밖으로도 드러나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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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 쯤을 보냈을까.

점심 회식 자리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다른 부서 직원이 내게 아는 척을 하며 말했다.


"요새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많이 달라졌어요. 선생님!!"


그것이 시작이 된 것처럼. 나와 함께 밥을 먹던 같은 부서 사람들은, 마치 간증이라도 쏟아내는 것 마냥 내가 이러저러했는데 저러 이러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얼굴이 밝아졌다.

움직임도 민첩해졌다.

기억력도 좋아지고 아이디어도 많이 낸다.

일의 마무리도 빨라지고 정확해졌다.

더는 우울해하지 않는 것 같다 등등.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던 사장님도. 내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자(밥 먹을 땐 건드리기 없기) 궁금해 죽겠다는 듯 슬쩍 말씀하셨다.


"아 그러니까 8시간 자서 그렇다는 거지? 진짜지? 뭐 약 먹거나 그래서 그런 거 아니고? 아 말 좀 해봐!!"



8시간 수면?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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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떻게 보면 나의 시도는 무모했고, 또 예의 없었을지도 모른다.

씽큐베이션에서 배운 대로 바로 실행하겠다는 나의 그 생각 하나만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더더욱 주위 사람들은 나 때문에 속앓이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비롯한 불면증, 폭식증과 거식증을 번갈아 겪은(그것도 오랫동안) 내게는 이 책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 외에는 나 스스로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기를 쓰고 따르려 했고, 덕분에 나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이고 8시간 수면 사수를 위한 일(Work)적으로의 성장까지도 이룰 수 있었다. 하루의 1/3이자 인생의 1/3인 잠에 대한 이해를 완벽에 가깝게 할 수 있었던 이 책 덕분에. 나는 건강해지는 방법을 얻은 것이 아닌.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잠.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자신 있게. 내가 오늘 해 놓은 일에 마침표를 찍고 일어나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야 같이 가!!!"


저 멀리서 사장님이 허겁지겁 뛰어오시는게 보인다. 아마도 내가 두고 간 책을 다 읽으셨기 때문이리라. 나는 빙긋이 웃으며. 엘리베이터 문의 닫힘 버튼을 연속 5연타를 했다.


추신.

서평 써오세요 사장님. 눈팅만 하지 말고.


참고도서: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세라 워터스 [핑거 스미스]

Reference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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