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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au를 걸으며

(29) SCALE Part1

by Munalogi

그림출처


그림출처

최근에 크게 배운 것이 있었다.

그중 가장 나를 움직이게 한 배움은 무언가를 행하는 데 있어 오는 모든 괴로움은 나 스스로를 비롯한 우주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행동이기에 묵묵히 참고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였다.(Lag phase)


세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사람이 된 것처럼.

나는 그렇게 배움에서 오는 현타를 비롯한 모든 애증들을 품고 감사의 기도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매일매일을 살 수 있는 기쁨과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Log phase)


이 모든 발전들을 등에 업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모든 능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힘에 부치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의 시간관리와 감정관리를 통해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균형을 잡고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Stationary phase)


이 평지가 계속되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 오를 것이고, 나는 또 그 오르막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몸을 가로지르는 고통 자체를 나를 발전시키게 할 즐거운 고통으로 생각하며 인내하게 될 것이라 믿었다. 내가 모든 것을 배울 때의 성장 곡선이 그러했으므로. 나는 이 암묵적인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Theoretical growth curve)

System has fallen

그런 희망이 들었을 때 단 한 번만 더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걷는 이 길을 포함한 계(System)가 닫힌 곳임을 알아차렸다면, 나는 아마 조금 덜 괴롭지 않았을까.(Dead, Death phase)


이 곳에서 나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은 바닥이 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내가 더 원하는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내 스스로가 이 자원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달았음이었다. 계를 떠나야 할 시간이 왔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열린 계(Open system)라고 해서 천국이라는 생각 따위는 없다. 그곳은 마치 아라크네의 솜씨로 이뤄진 신비한 무늬의 비단 한 폭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무늬는 한 가닥 한 가닥의 불확실성이 가져온 결과로 이뤄진, 어찌 보면 패턴 없는 무늬의 나열뿐일 수도 있는 곳이다.


물론 외부에서 계속 에너지며 자극들이 주어지는 더 넓은 계에서조차 Plateau는 있으며 personal(혹은 individual) optimization은 있을 수 있다는 것 역시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다. 또한 decline 역시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복잡계에 몸을 실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가진 성장 곡선의 Plateau를 걷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치고 올라간다는 그 희망을 가지고. 그렇기에 안전하지만 갇힌 계를 탈출하고 싶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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