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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Mar 19. 2020

Plateau를 걸으며

(29) SCALE Part1

그림출처


그림출처

최근에 크게 배운 것이 있었다.

그중 가장 나를 움직이게 한 배움은 무언가를 행하는 데 있어 오는 모든 괴로움은 나 스스로를 비롯한 우주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행동이기에 묵묵히 참고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였다.(Lag phase)


세례를 통해 다시 태어난 사람이 된 것처럼.

나는 그렇게 배움에서 오는 현타를 비롯한 모든 애증들을 품고 감사의 기도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매일매일을 살 수 있는 기쁨과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Log phase)


이 모든 발전들을 등에 업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모든 능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힘에 부치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의 시간관리와 감정관리를 통해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균형을 잡고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Stationary phase)


이 평지가 계속되다 보면 다시 오르막이 오를 것이고, 나는 또 그 오르막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몸을 가로지르는 고통 자체를 나를 발전시키게 할 즐거운 고통으로 생각하며 인내하게 될 것이라 믿었다. 내가 모든 것을 배울 때의 성장 곡선이 그러했으므로. 나는 이 암묵적인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Theoretical growth curve)

System has fallen

그런 희망이 들었을 때 단 한 번만 더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걷는 이 길을 포함한 계(System)가 닫힌 곳임을 알아차렸다면, 나는 아마 조금 덜 괴롭지 않았을까.(Dead, Death phase)


이 곳에서 나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은 바닥이 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내가 더 원하는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내 스스로가 이 자원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달았음이었다. 계를 떠나야 할 시간이 왔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열린 계(Open system)라고 해서 천국이라는 생각 따위는 없다. 그곳은 마치 아라크네의 솜씨로 이뤄진 신비한 무늬의 비단 한 폭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무늬는 한 가닥 한 가닥의 불확실성이 가져온 결과로 이뤄진, 어찌 보면 패턴 없는 무늬의 나열뿐일 수도 있는 곳이다.


물론 외부에서 계속 에너지며 자극들이 주어지는 더 넓은 계에서조차 Plateau는 있으며 personal(혹은 individual) optimization은 있을 수 있다는 것 역시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다. 또한 decline 역시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복잡계에 몸을 실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가진 성장 곡선의 Plateau 걷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치고 올라간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렇기에 안전하지만 갇힌 계를 탈출하고 싶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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