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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Mar 26. 2020

나를 헤던 당신에게;시 읊는 밤

(30) 스케일 2

아무튼 별이란 참으로 격렬하게 삽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고통스럽게 태어나서 찬란하게 살다가 왜 이렇게 격렬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별 사이 물질로 그냥 남아있지, 새삼스럽게 왜 뭉쳐서 별이 되나요? 어차피 먼지로 돌아갈 건데. 그대로 있지, 왜 태어나서 존재의 번거로움을 겪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인간도 마찬가지 지요. 그냥 먼지로 남아있지, 왜 굳이 태어나서 존재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나요? 별의 삶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중략) 이러한 무거운 원소들은 원래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겨났는가? 순전히 별이 만들어 준 겁니다. 그러니 별이 이렇게 존재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격렬하게 살다 간 것이 우리를 위해서인 듯하네요. 별 때문에 우리가 태어나서 살 수 있는 겁니다.-552~553P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이야기

시인 윤동주는 별에 관한 시를 많이 썼습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별은 늘 동경, 혹은 추억과 관련되어 있었죠. 문학적 소양이 미천한 저에게도 별은 그런 존재입니다. 오죽하면 씽큐베이션 3기에도 있었던 물리학 책에서조차  우주, 별 부분을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언제나 하늘의 주인인 것처럼 반짝이던 별이 우주의 불변 말단 단위라는 것은 늘 인정하기 싫었지만 말이죠. 


물론 현재 우리 눈에 보이고 있는 별이 과거에서 겨우 도착한 빛이라는 둥, 가스 덩어리라는 둥, 먼 훗날에는 북두칠성을 볼 수 없거나 그 모양을 볼 수 없다는 둥의 말은 잠시 잊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까지고 반짝거릴 것 같던 별이 사라진다는 것이, 지금은 어찌 보면 제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린 그런 존재일 뿐일까요?

우리가 늘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 그 별 마저도, 우리의 존재와도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 같은 물리학 법칙에 의해 optimized 된 개개인일 뿐이고, 그 개개인이 합쳐져서 하나의 기울기를 가지는 성장곡선을 그리는 것일 뿐이죠. 그리고 그 성장곡선이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우리는 어제 뛰던 속도보다 더 빨리 뛰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살아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아마도 이제는 또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올라갈 순간인가 봅니다. 기왕 잡생각이 든 거, 잠시 나라는 별, 현재 제가 속해있는 우주 안의 아주 작은 구성원일 뿐인 나의 2020년의 몇 개월을 돌아보려 합니다.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신임과 사랑을 받았던 모습도, 코로나 19로 인해 반 이상의 모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아쉬운 씽큐도, 제 인생의 개인 프로젝트들을 졸린 눈을 비비며 진행하는 것도,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 마음 아실 이 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 결국은 무산되었음을 스스로도 알게 되었을 때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말 없이 및나 준 당신들의 별빛을 스탠드 삼아, 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별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의 대부분은, 나와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스스로가 가진 욕심 때문에 속 시끄러운 나보다도 담담히 빛나고 있는 내 주위의 별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소중한 누군가를 그리워했을 수많은 윤동주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곳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질기고 끊이지 않는 이 생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오늘도 어제에 지지 않는 밝기로 반짝여야 한다는 것. 

오늘이 힘들어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며 임무를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자꾸 부정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넓은 우주의 아주 작은 미천한 별일뿐인 나는, 또 살아가야겠지요.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무심하게 별에는 바람이 스치겠지만.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 하였으니. 잘 버텨보려 합니다. 


오늘도 작지만 뿌듯하게 빛나는 작은 별인 나는, 이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씩씩하게 뛰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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