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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Oct 17. 2018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어떤 태도로 사는지에 따라

'나를 닮은 일' 여섯 번째 인터뷰, 조퇴계 브도르컬리 발행인

여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로컬숍을 연구하는 ‘브로드컬리’ 조퇴계 발행인입니다. ‘브로드컬리’의 책들은  3년 이하 가게들의 선택과 시도, 과정을 담고 있는 인터뷰집입니다.      

대부분의 매체들이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들만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브로드컬리’의 인터뷰는 현실적입니다. 각 호의 부제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책이 팔릴 거라 생각했나?’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시도를 증명해 가는 과정     


지금까지 ‘브로드컬리’가 인터뷰한 빵집이나 서점 모두 딱 꼬집어 3년 이하로 정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혹시 젊은 시도에 집중한 게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조퇴계 : 3년 정도라고 하면 새로운 시도가 증명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도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시도보다 시도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매체에서 시도가 결과로 잘 연결된 이후 그 결과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로컬숍을 운영하는 삶의 방식이 굉장히 좋은 것처럼 소비되잖아요. 예를 들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작은 행복을 찾아 가게를 운영한다는 식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브로드컬리’가 보여주는 3년 이하 가게의 운영자들은 자신의 선택과 시도에 대해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조퇴계 발행인은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작은 행복을 찾아 가게를 운영한다는 식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조퇴계 :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걸 가꿔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하는지 알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선택을 감당하는 과정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구든 본인 삶의 아름다운 부분을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더 존중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만한 근거를 갖게 되는 거 같고요.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어떤 태도로 사는지에 따라


'브로드컬리'가 생각하는 '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조퇴계 발행인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자기 일을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달라졌다"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여러 과정을 겪습니다. 그런데 매체를 통해 아름답게만 편집된 다른 이들의 삶과 비교하다 보면 자신의 삶이 초라하거나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브로드컬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내 삶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 나 역시도 그들처럼 선택을 하고 과정을 겪으며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는 잡지를 발행하면서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에도 많은 부분 할애했습니다. 


조퇴계 : 저도 분명히 경제적으로 성과가 안 나오기 때문에 감당하고 있는 힘든 부분들이 있는 거고요. 물론 그런 점 때문에 응원을 해주시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행복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하기 싫은 일을 해도 행복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거고요. 저도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어요.


“모든 고생이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제 말에 조퇴계 발행인은 웃으면서 “똥이 되기도 한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브로드컬리'도 2016년 2월에 1호가 출간되었고, 지금 3년 차의 과정 중에 있습니다. 조퇴계 발행인은 증권사를 나와 지금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자신도 원하던 직장을 나와 자기 일을 하는 지금, 이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조퇴계 :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저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요. ‘돈이 되는 일인데 명분까지 있다’가 아니라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고,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거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조퇴계 :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가 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느슨해진 거죠. 그 부분에 대해 덜 고민하게 되고 덜 치열하게 되는 거 같아요.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은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삶을 되돌아보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해진 시점. 미래에 대한 기대와 생각들을 현재로 가져온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무엇을', '이다음에는 무엇을'이 아니라 '지금은 무엇을'.


조퇴계 : ‘어떤 삶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는 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 사항인 거지, ‘다음에’라든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 같아요.


* 이 글은 '나를 닮은 일' 인터뷰를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다음 회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나를 닮은 일』출간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시골에서 소극장을 연 부부, 어떻게 하다 보니 편집자의 길에 들어선 베테랑 편집자,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에는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하는 독립출판물 작가, 글을 쓰고 책을 파는 작은 책방 운영자, 아침 출근길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 증권사를 나와 로컬숍을 연구하는 잡지를 만드는 잡지 발행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전직 프로파일러 출신의 배우. 이들에게 묻고 들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나를 닮은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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