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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Oct 23. 2018

내가 아는 내 모습으로 일하며 돈을 번다

『나를 닮은 일』일곱 번째 인터뷰, 프리랜서 디자이너 OON

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OON 프리랜서 디자이너입니다. 일에 대한 인터뷰인 만큼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를 꼭 넣고 싶었습니다. 이야기의 소제목으로는 아마 ‘프리랜서의 일하는 방법’이라고 붙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내가 아는 내 모습으로 일하며 돈을 번다.     


프리랜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하면 자연스럽게 직장인과 비교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단점은 경제적 불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매달 안정적으로 급여가 나오지도 않고, 본인 스스로 클라이언트를 개척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OON 디자이너는 프리랜서 생활 초기에 자신을 시험하듯 엄청난 양의 업무를 해나갔다고 합니다.         


OON : 처음 석 달은 하루도 못 쉬었어요, 주말도 없이 계속. 이렇게 살 바에는 회사에 다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때부터는 일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초반에 업무가 엄청나게 몰린 편이었어요.      


그렇다면 장점은. 얻는 건 무엇일까요.      


OON : 자유요. 경제적 안정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사는 편이 아니라서 안정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거보다는 나라에서 제 일을 인정을 해주지 않을 때 좀 서럽더라고요. 신용카드도 못 만들고, 프리랜서다 보니까 소액의 대출도 아예 안 되고 이런 게 좀 서러운 거 같아요.     


이어서 OON 디자이너는 자유에 대해 ‘내가 아는 내 모습으로 일하며 돈을 번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내가 아는 내 모습’이라는 말은 왠지 당당하고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리랜서는 혼자 작업을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혼자 작업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나 힘든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요.     


OON : 대기업을 다니다가 나오신 분 같은 경우에는 혼자 결정해야 하는 게 힘들다는 답변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팀장이 있고, 팀원들이 있는 그런 팀다운 팀이 없었어요. 대부분 혼자 작업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혼자 한다는 두려움 같은 건 거의 없었어요. 오히려 자유롭다, 좋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힘든 부분에 관해 얘기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상사에게 물어본다거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아쉽지는 않을까요.     


OON : 저는 오히려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인데 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 하나 싶은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하는 생활에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에요. 



다른 사람이 프리랜서의 장단점을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을 때 OON 디자이너는 상대가 힘들어 할 수 있는 지점에 따라 다른 답변을 준다고 합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하지 않고 두려운 사람에게는 혼자 견뎌내야 한다는 점을, 경제적인 안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불안정을. 그것을 견뎌낼 수 있어야 프리랜서로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거겠지요. 

 

OON : 장점은 혼자만의 자유가 있는 것이고, 단점은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돈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생존법을 깨닫다. 

생존하려면 내 것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프리랜서에 대해 나라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 서러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OON 디자이너는 최근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OON : 많은 사람이 프리랜서에 대해 ‘너는 네 거 하잖아’라는 얘기들을 해요. 저도 제 것을 한다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로 그 ‘네 거’를 한번 해보려고요. 내 콘텐츠로 만든, 내가 기획한, 내 디자인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OON : 생존법을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요. 요즘 세상에 생존하려면 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렇게 수주만 받아서는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OON 디자이너는 아직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일과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너의 모습이 너를 말해준다     

   

OON : 제가 작업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고 저를 봤을 때 ‘너 같네!’ (웃음) 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 편이에요. 색깔, 명조, 사이즈, 심지어 하시라(쪽 표제)마저 저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좋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인데도 통성명을 하다가 “디자이너시죠”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어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일에 대한 이미지가 제 얼굴에 나타나는 거 같아요. ‘너의 모습이 너를 말해준다’는, 그 말 되게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색깔, 내가 쓰는 펜, 그런 것들이 모두 다 나를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보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교사 같다. 경찰 같다. 혹은 상대가 '출판사에 다닙니다', '기자예요'라고 했을 때 잘 어울린다라든지 혹은 그런 거 같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요.

내가 작업하는 것, 내가 관계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나를 만들어가고 나의 모습이 나를 말해줍니다.


* 이 글은 신간 『나를 닮은 일』의 내용을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이 글은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보다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책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회는 프로파일러에서 배우로 변신한 ‘연기하는 김윤희’의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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