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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Oct 29. 2018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고민될 때

『나를 닮은 일』여덟 번째 인터뷰, 배우 김윤희

『나를 닮은 일』 여덟 번째 이야기는 배우 김윤희입니다. 김윤희씨는 전직 프로파일러 출신의 배우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프로파일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어떻게 배우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해 물었습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고민될 때’입니다.


여전히 똑같은 나로 살아갈 것 같은 느낌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특성상 김윤희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김윤희씨는 이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로파일러 때는 ‘나도 힘들다’는 감정이었다면, 지구대에서 근무한 경험은 ‘내가 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들게 했다고 합니다.     


김윤희 : 그들의 생활을 바꿀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컸어요. 그리고 이 무력감을 해소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는 나중에 깨달았어요. 누구를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나도 변하고 싶은데 이 안에 있으면 여전히 똑같은 나로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김윤희 : 그러다 뮤지컬을 보게 됐는데 열정을 발산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그들이 저에게 ‘너는 변해야 해’, ‘뭘 해야 해’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전해지는 그들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생각했는데 ‘이번 생은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 그게 결론이었어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안정적인 전문직을 버리고 나와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올바른 선택인지 끊임없이 의심이 들지는 않을까요.

그때 김윤희씨가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방법으로 나를 알아보자. 바로 ‘셀프 프로파일링’이었습니다.


김윤희 : 셀프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는 제가 써본 건데, 그때는 제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프로파일링이 다였어요. 매일 다른 사람만 분석했는데 어느 순간 저라는 사람을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내가 셀프 프로파일링을 해보자 싶었던 거죠. 내가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해, 지금의 제 정보는 타인에 의해 퇴색된 게 많거든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나는 이미지는 뭐고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는지, 그리고 왜 배우가 하고 싶은지, 내가 꿈꿨던 직업들이 뭔지, 이런 것들을 다 적어놓고 생각날 때마다 매일 적었어요.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나를 변화시키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배우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통해 성장해야 하니까 그래서 내가 배우를 꿈꿨던 거구나 그런 결론에 도달했어요.      



본질이 아니라 결과물에 집착했다.      


배우는 명확한 과정을 거쳐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시험이나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배우가 되었다고 해도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직업일 것입니다. 그에 비해 프로파일러는 비교적 안정적인 전문직 아닌가요. 


김윤희 : 제 안에서 자유를 찾는 게 더 중요했고 제가 이완되는 게 더 중요했거든요. 그때까지는 이 분야에서 성공해야 한다든지, 잘 돼야 한다는 데에서 못 벗어났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 자신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늘 계획에 맞춰 살았는데 제 안에 변화가 생기면서 연기력도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일을 통해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을 통해 김윤희라는 사람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로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은 나를 대변하고 완성하게 하는 것이지 일이 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저의 본질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 집착을 많이 했던 거죠.     


김윤희씨는 방송 첫 작품은 드라마 「시그널」입니다. 드라마의 자문 겸 보조작가이면서 ‘홍은동 살인사건’의 첫 번째 피해자 역할로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배우가 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김윤희 : 제일 많이 달라진 건 성격인 거 같아요. 성격은 고유한 거라 잘 변하지 않겠지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제일 많이 변한 거 같고요. 자연스럽게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제 주변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안돼, 더 생각해봐!’라고 하는 사람들이요. 그런데 지금은 방법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돈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돈이 없어질까 봐, 돈을 벌지 못할까 봐 두려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돈이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바뀐 건 확실해요.      


김윤희씨는 스스로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생각하고 깨닫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정보들을 넣게 되잖아요. 끊임없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생각하겠지만, 그냥 주변에서 넣어준 정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겠죠.”


나는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행복했던 때는 언재였는지. 어쩌면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나'를 알아가는 것이 돈, 안정성, 주의의 평판과 같이 내 눈을 가렸던 것들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찾는 방법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글은 신간 『나를 닮은 일』의 내용을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책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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