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L Night Jun 18. 2024

하늘을 거닐다

저자 - Moon L. Night

하늘을 기준으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보았다.

하늘을 거닐던 내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던 그곳에선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늘에 수놓은 별들은 꽃과 나무가 되었고

하늘에 뜬 거대한 빛은 용암이 되었고

하늘에 박힌 달은 여전히 그 모양을 바꾸며 전등과 같이 밤을 비추었다.


흐르는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났고,

떠다니던 구름은 강이 되고 호수가 되었다.

구름이 모인 곳은 바다가 되어 잔잔한 파도를 일렁이었고,

땅의 생김새는 나의 하늘이 되어 무게를 잡았다.


산과 들판은 언덕진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나무가 되었고, 나는 산을 잡고서 비로소 땅이자 지금의 '하늘'에 도착하였다.


파랗던 하늘이 검은빛으로 바뀌는 때에

빛나는 이슬이 빗방울이 되었고

시끄럽게 자리 잡던 소음은 벼락이 되어 내리 꽂혔다.


나는 오늘도 하늘에 몸을 맡기며

누운 몸이 혹여나 저 큰 구름바다에 빠질까 봐

몸을 뒤척이며 오늘도 달빛에 나를 맡긴다.


하늘이 땅이 되었고 땅이 곧 하늘이 된 지금,

나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작가의 이전글 소원요정을 지필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